현빈  /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현빈 /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매 작품 한 시대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예리한 연출과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던 우민호 감독이 영웅 안중근의 이야기를 가지고 크리스마스이브, 극장을 찾는다.

영화 '하얼빈'은 1909년, 하나의 목적을 위해 하얼빈으로 향하는 이들과 이를 쫓는 자들 사이의 숨 막히는 추적과 의심을 그린 작품이다.

안중근이라는 인물에 대한 거대한 심리 드라마이자 그와 뜻을 함께한 동지(同志)들 사이의 진심과 의심을 좇는다. 일본군의 추격 속에서 서로를 의지할 것인지 의심할 것인지 끊임없이 갈등하는 숨 막히는 첩보전은 우 감독이 '내부자들', '남산의 부장들' 등에서 선보여온 서스펜스 그 이상을 그렸다.

우 감독은 3년 전 '하얼빈'의 기획을 시작했다고. 18일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그는 "이전 작품은 주로 악인을 다루고 한국 근현대사를 비판하는 작품이었다"며 "처음으로 나라를 위해 조국을 위해 헌신하는 분들의 작품을 하게 되어 안중근 자서전도 읽고 독립투사의 자료도 살펴봤다"고 말했다.

이어 "안중근 장군은 당시 30세였고 독립군들도 20~30대의 젊은 분들이었다. 헌신할 수 있던 것이 무엇일까 찾아보고 싶었다. 그러며 고맙고 죄송스러웠다"며 울먹였다.
우민호 감독(가운데)과 배우 박훈, 조우진, 현빈, 전여빈, 유재명, 이동욱 /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우민호 감독(가운데)과 배우 박훈, 조우진, 현빈, 전여빈, 유재명, 이동욱 /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작품에서 현빈은 대한의군 참모중장 안중근 역을 뚝심 있게 연기했다. 현빈은 "이 작품을 준비하며 촬영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감사함을 가장 많이 느꼈다"며 "우리가 영위하는 일상을 선사해준 분들에 대한 생각도 많이 했고 우 감독과 스태프들, 옆에 있는 동지들과 함께할 수 있어 감사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제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어서 그 가운데 제가 할 수 있는 걸 찾아봤다. 현존하는 안중근 장군의 자료와 기념관을 찾으며 그분을 연구하며 상상했다. 단 하루도 그 과정을 안 한 날이 없을 정도로 매일 그분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현빈은 안중근 역을 제안받고 처음엔 거절했었다고 했다. 그는 "안중근이 가지는 상징성은 감히 감당할 수 없는 것 같았다. 감독의 러브콜을 받고 시나리오를 보며 이런 좋은 인물을 연기할 배우가 몇이나 되겠느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웅'에서 정성화가 연기한 안중근과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기본적으로 저희 영화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안중근과 '영웅' 속 정성화 배우의 모습은 다른 결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독립투사의 안중근의 모습과 함께 그 과정에서 인간관계에서 오는 고뇌, 괴로움. 고통, 즐거움 등 인간적인 모습을 감독이 많이 보여주고자 하셨다"며 "그런 인간적인 부분에 더 집중하며 연기했다"고 덧붙였다.
우민호 감독 /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우민호 감독 /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우 감독은 현빈을 안중근 역에 캐스팅 한 것에 대해 "눈빛에 쓸쓸함과 강함이 공존한다"며 "안중근의 고뇌와 쓸쓸함, 끝까지 목적을 달성할 때까지 걸어가는 모습이 현빈에게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얼빈'에서 조우진은 안중근과 함께 조국을 되찾으려 노력하는 독립군 김상현 역을 맡았고, 전여빈이 독립군 공부인 역을 연기했다. 유재명, 이동욱은 각각 독립운동의 근거지를 제공하는 최재형과 독립군 이창섭으로 분했다. 백훈은 일본군 육군소좌 모리 다쓰오 역을 맡아 씬스틸러로 활약했다.

조우진은 "아주 어운 작품, 역할이었다"며 "살며 이렇게 동지애를 깊이 느끼며 촬영한 작품이 또 있나 싶다"고 밝혔다.

전여빈은 "영화 촬영하는 내내 많은 분의 도움으로 이 자리에서 편안히 웃으며 지낼 수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며 "나를 넘어 무엇인가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은 무엇일까, 진심과 이타심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영화였다"고 했다.
전여빈  /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전여빈 /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박훈은 "화면에 압도당한 것 같다"며 "풍경만 봐도 눈물이 나고 영화에 내가 있다는 게 너무 자랑스러웠다"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유재명은 "가슴이 벅차고 머리가 하얘졌다"며 "그들이 있기에 우리가 존재한다는 걸 가슴 깊이 새기고 배우라는 직업을 한다는 게 벅찬, 사명감을 안겨 준 시간"이라고 소회를 전했다.

이동욱은 "연기 인생에서 정말 큰 행운인 것 같다"며 "영화 촬영하는 내내 다들 애썼고 고생했다는 감정이 많이 들었다. 그 모습이 잘 담긴 것 같다"고 했다. 아울러 "내 분량이나 배역의 크기는 중요치 않았다"며 "우민호 감독의 부름이 첫 계기였고, 현빈과 작업해 보고 싶었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유재명 /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유재명 /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하얼빈'은 대통령 비상계엄 후 탄핵 정국으로 긴장도 높은 날이 이어지는 가운데 개봉하게 됐다. 이와 관련해 우 감독은 "관객들에게 위로와 힘이 되었으면 한다"며 "비록 혼란의 시대를 관통하고 있지만 반드시 이겨낼 것이라고 믿고 자긍심을 느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빈은 "저희 영화에서 안중근 장군과 동지들이 어떤 힘든 역경에도 신념을 가지고 한 발 한 발 나아갔더니 좋은 결과를 만들었다"며 "힘을 모아 한발 한발 내디디면 더 나은 내일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하얼빈' 포스터에 'For a better tomorrow(지금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라는 문구가 지금 저희에게 굉장히 의미 있다. 많은 분이 영화를 보시고 희망과 용기를 얻으셨으면 한다"고 했다.
조우진 /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조우진 /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전여빈은 "광복은 빛을 되찾는다는 의미"라며 "'하얼빈'의 독립투사들도 한마음 한뜻으로 한 걸음씩 나아갔다. 100년 전 일이지만 한 국민으로서 그렇게 과거의 일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혼란의 시기를 겪고 있을 국민과 함께 더 나은 내일을 도모하기 위해 우리 영화도 큰 뜻을 품고 더 나은 민주주의를 위해 나아가는 데 힘을 보탰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유재명은 "영화를 보며 이상한 경험을 했다"며 "100여년 전 역사적 사실을 다룬 영화인데 함께 울분이 나오는 경험을 했다. 그리고 다음 세대에도 연결되어 있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우리는 그분들의 숙제를 잊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동욱 /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이동욱 /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하얼빈'은 6개월에 걸쳐 몽골, 라트비아, 한국에서 로케이션이 진행됐다. 우민호 감독과 제작진은 독립군들이 활동한 중국, 러시아 지역을 가장 리얼하게 그려낼 수 있는 로케이션으로 만주와 지형이 닮은 몽골, 구소련의 건축양식이 남아있는 라트비아를 선택했다고.

우 감독은 "독립군의 정신을 숭고히 담고 싶었고 그래서 대자연을 찾아다녔다"며 "독립군이 하얼빈에 가는 여정을 스펙터클하게 담고 싶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얼어붙은 두만강을 걷는 오프닝에 대해 "앞도, 끝도 보이지 않는 싸움, 한 번의 거사로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것을 알고 있지만 포기 하지 않고 뚜벅뚜벅 걸어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한국 영화계가 쉽지 않다"면서 "OTT와 차별성을 가지는 방법이 뭔지 진지하게 고민하며 진심을 담으려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