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 넉달만에 유니콘…'마법의 주문'된 AI
올해 새로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이 된 회사의 절반이 인공지능(AI) 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AI 기업 비중이 일곱 배 이상 증가했다.

18일 글로벌 스타트업 분석업체 씨비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올해 신규 유니콘 기업은 72개다. 이 중 44%(32개)가 AI 기업으로 집계됐다. 신규 유니콘 기업에서 AI 스타트업 비중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2015년엔 6%에 불과했다.

AI 유니콘 기업은 성장 속도도 빠르다. 올해 신규 유니콘 기업이 된 AI 스타트업은 평균 2년 만에 유니콘 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비AI 기업은 올해 신규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9년 정도 걸렸다. 직원 수도 차이가 컸다. 중간값 기준으로 AI와 비AI 기업 직원은 각각 203명, 414명이었다.

페이페이 리 스탠퍼드대 교수가 올해 세운 AI 기업 월드랩스는 설립 4개월 만에 유니콘 기업으로 등극했다. 직원은 18명에 불과하다. 스키드AI(직원 19명·설립 2년 차), 사카나AI(34명·2년 차), 코그니션AI(49명·2년 차) 등도 소수 인원, 빠른 속도로 유니콘 기업 자리를 꿰찼다.

벤처캐피털(VC)이 거액을 투자한 초기 AI 기업 대부분은 창업자 이력이 화려하다. 월드랩스 창업자인 페이페이 리 교수는 구글 클라우드 최고수석과학자 출신으로 세계적인 AI 석학으로 불린다. 사카나AI의 공동 창업자 라이언 존스는 최근 AI 혁신의 바탕인 ‘트랜스포머’라는 알고리즘을 처음 제시한 논문 ‘어텐션 이스 올 유 니드(Attention is all you need)’의 저자 중 한 명이다. 디팍 파탁 스키드AI 대표는 미국 카네기멜런대 교수로 AI와 로봇 융합 분야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AI 기업에 투자가 몰리면서 글로벌 100대 유니콘 기업에서 AI 스타트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커졌다. 스타트업 지원기관 스타트업얼라이언스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100대 유니콘 기업 중 AI 분야 기업은 21곳이었다. 이들 회사의 기업가치는 총 5691억달러(약 817조3983억원)였다. 100대 유니콘 기업 전체 기업가치(1조7433억달러)의 32.7%에 달했다. 100대 유니콘 기업 중 기업가치가 큰 AI 기업은 오픈AI(1570억달러)였다.

유니콘 기업 다음 단계인 AI 기업들도 몸값을 빠르게 높이고 있다. 최근 AI 기업 데이터브릭스는 620억달러(약 89조258억원)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았다. 100억달러를 추가로 투자받으면서다. 1년 전보다 40% 이상 기업가치가 뛰었다. 업계 관계자는 “AI 스타트업은 AI 전문 지식을 활용해 적은 인력으로도 회사의 성장 속도를 높일 수 있다”면서도 “AI 열풍으로 거품이 낀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