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우리 경제가 보낼 시그널
인공지능(AI)도 경기를 예측한다. 하루에 1만여 개 경제 기사를 읽은 뒤 긍정, 중립, 부정으로 분류한다. 긍정에는 플러스, 부정에는 마이너스를 부여해 지수를 산정하고, 향후 경제 전망의 시그널을 만드는 식이다. 한국은행은 머신러닝을 통해 공식통계인 ‘뉴스심리지수’를 만들었다. 이 지수가 매일 기준치 100 내외에서 등락하다가 이달에 83까지 뚝 떨어졌다. 정치 상황이 안 좋아지자 경제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뒤숭숭한 정국으로 연말 대목이 사라지고 있다. 식당가는 “연말 대목은커녕 매출이 반토막났다”고 호소하고, 관광업계는 “지금 한국에 가도 되냐는 문의가 이어진다”고 한다.

국회는 뒷순위로 밀려난 경제법안의 입법을 통해 투자를 진작하며 미래 성장 잠재력을 만들어간다는 신호를 보내야 한다. 한국에서 20조원 규모의 반도체 팹을 지으면 일본의 10분의 1 수준 인센티브를 받는다. 지원체계나 노동조건을 경쟁국 수준으로 관리해 한국이 글로벌 첨단지구임을 알려야 한다. 또 AI 산업 육성을 위한 제도를 구축하고 첨단산업에 전력을 효율적으로 제공할 에너지 인프라도 만들어야 한다. 100조원 알짜사업이라는 해상풍력 시장의 복잡한 입지 인허가 문제도 속도감 있게 개선해야 한다.

정부가 주는 시그널도 중요하다. 외환위기 트라우마가 있는 우리에게 대외신인도는 생명줄 같은 것이다. 한국 경제는 안정적인 경영과 효율적인 투자가 이뤄질 수 있는 인센티브 메커니즘이 잘 작동하고 있다는 신호가 필요하다. 사그라드는 연말 특수를 어떻게 살려낼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에 따른 대미 통상이슈에 어떻게 대응할지, 전 세계적으로 경기가 위축되는 경우 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어떻게 유지할지, 구조조정으로 노사관계가 불안해지지 않도록 정책당국의 고민이 필요하다. 곧 나올 2025년 경제정책 방향에 주목하는 이유다.

기업의 흔들리지 않는 경영활동도 중요하다. 12월은 내년 사업계획을 짜야 하는 중차대한 시기다. 최근의 정치 상황으로 기업들이 경영전략을 재점검하느라 바쁘지만, 기업가정신으로 사회 혁신을 이루고 국민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아울러 연말 대목을 느끼지 못하는 정책 사각에 대한 배려도 이어졌으면 좋겠다. 내수 진작에도 기여하면서 스산한 골목상권, 차가운 쪽방촌, 성탄을 그리는 가정 밖 청소년들에게 온기를 불어넣었으면 한다. 엊그제 미국 나스닥지수가 최고치를 경신했다. AI 등 첨단기술에 대한 기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등이 시장에 반영돼 테슬라, 구글, 브로드컴이 따라 움직이는 하트 시그널도 연일 화제다. ‘한국 경제는 언제나 쉬웠던 날이 없었다’지만 그동안 잘 견뎌왔다. 각자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고 신뢰를 기반으로 한 신호체계가 잘 작동해 미국 주식시장 이상의 황금기를 맞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