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한국 대표 석학으로 구성된 한국공학한림원이 ‘K반도체’ 상황을 절체절명의 위기로 진단했다. 이들이 꼽은 위기 이유는 ‘치열함과 부지런함의 부재’였다.

공학한림원은 18일 신라호텔에서 열린 반도체특별위원회 연구 결과 발표회에서 초격차 우위를 보이던 K반도체 기술 격차가 눈에 띄게 좁혀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초당적 경제 법안으로 꼽히는 반도체특별법의 연내 처리를 촉구했다. 이 법안에는 반도체 분야 연구개발(R&D) 종사자가 주 52시간 이상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관련 규정이 담겨 있다.

대만 TSMC 등 해외 경쟁사는 심야에도 연구에 몰두하지만, 한국은 경직적인 주 52시간 근무제 때문에 저녁이면 연구소 불이 꺼진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몇 달만 뒤처져도 격차가 벌어지는 업계 특성을 고려할 때 특별법이 통과돼야만 고대역폭메모리(HBM) 기술 패권을 유지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었다. 이혁재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주 52시간제는 반도체 전쟁을 하다가 갑자기 퇴근하는 것과 같다”며 “기술 독립 없인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도 없다”고 경고했다.

정부 지원이 주요국보다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미국은 반도체지원법으로 68조원, 유럽연합은 62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일본은 91조원을 지원하는 종합경제대책을 발표했고 중국은 101조원을 쏟아붓고 있다. 한국은 직접 보조금 없이 세액공제만 지원하고 있다. 한국의 반도체 인센티브는 세액공제를 포함해도 1조2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