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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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PRO] 'EOD 위기' 롯데케미칼·여천NCC 회사채…묻지마 투자 주의보 [류은혁의 채권 투자 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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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투자 교과서 <15>
분석편, EOD와 회사채

롯데케미칼·여천NCC EOD 사유 발생
유통가격 하락하자 줍줍, 시세차익 노려
위험부담 커…자칫 휴지조각 될 수 있어


롯데케미칼과 여천NCC의 회사채가 업황 부진에 따른 실적 악화로 기한이익상실(EOD) 위기에 몰렸다. 일부 투자자들은 롯데케미칼과 여천NCC 회사채를 매수하기 위해 장외시장을 기웃거린다. EOD 사태로 가격이 대폭 떨어져 큰 차익을 볼 수도 있단 이유에서다. 하지만 신용등급 하락과 함께 재무비율 조건을 맞추지 못하면 자칫 원금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여천NCC의 신용등급은 최근 'A'에서 'A-'로 한 단계 하향 조정됐다. 여천NCC의 신용등급이 'BBB+'로 한 단계 더 하락하면 회사채 7050억원 중 사모채 700억원에 EOD 조건이 발동된다. EOD는 채무자가 발행 시 내세운 조건을 위반하면 채무를 조기 상환해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롯데케미칼도 2조450억원 규모 공모 회사채와 관련해 투자자들과 맺은 재무 특약을 지키지 못하면서 EOD 사유가 발생했다. 롯데케미칼은 회사채 발행 시 재무 특약을 내건 부채 비율 200% 이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자 비용 5배 이상의 조건을 지키지 못했다.

"EOD 사유 발생한 회사채 노린다"

일부 투자자들은 EOD 사유가 발생한 회사채를 노린다. 이들은 저가 매수 기회로 판단하고 있다. EOD 사유가 발생하면 장외 채권 시장에서 해당 회사채의 금리가 상승하고 가격이 하락하기 때문이다. 추후 가격이 오르면 시세차익에 나선다. 대형 기업이거나 자산이 많은 기업일수록 EDO 사유를 빠르게 해소할 것으로 본다.

롯데그룹도 이번 롯데케미칼 EOD 사유가 발생하자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물로 내놨다. 그룹 차원에서 롯데케미칼의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시장에 보여준 것이다. 이날 예정된 롯데케미칼 사채권자 집회도 조기 상환 요구 없이 무난히 지나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OD 사유 해소 못하면 결국 휴지조각

하지만 EOD 사태가 자칫 법정관리로 이어지게 되면 회사채는 휴지조각이 된다. 결국 회사채 투자자들은 손실을 보게 된다.

실제 여천NCC의 신용등급 전망은 여전히 '부정적'으로 평가된다. 이는 추후 등급 강등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의미다. 만약 신용등급이 'BBB+'로 한 단계 더 하락하면 회사채 7050억원 중 사모채 700억원에 EOD 조건이 발동된다. 여천NCC의 재무 여건도 불안하다. 일부 공모채에는 재무비율 유지 의무 조건으로 부채비율 400% 이하를 유지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270%대에서 320%대로 상승하며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롯데케미칼도 지난달 21일 일부 공모 회사채의 사채관리계약 조항 내 재무 특약을 미준수해 EOD 원인 사유가 발생했다. 이 회사채에는 원리금 지급이 완료되기 전까지 3개년 평균 이자 비용 대비 롯데케미칼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5배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이 포함돼 있었는데, 지난 3분기 기준으로 4.3배에 그쳐 조건을 이행하지 못했다.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롯데케미칼의 자체 신용등급 하락 압력 여진은 계속해서 이어질 전망이다. 계열사들이 일정 조건 미달 시 만기 전 상환해야 하는 강제상환 특약을 내건 회사채를 그동안 발행해 온 것도 그룹 전반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 채권 담당 애널리스트는 "EOD 사유가 발생한 회사채는 부도 위험도 상당히 높다"면서 "자칫 회사채의 EOD 사태가 기업의 법정관리나 회생절차로 넘어가게 되면 투자 원금을 날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