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 "한은, 성장 최우선 과제로 인식…1월 0.25%p 인하 전망"
크레디트아그리콜·바클리도 "추가 인하 앞당길 가능성"
계엄에 더 깊어진 저성장 우려…고개 드는 1월 금리인하설
한국은행이 비상계엄 사태 여파를 수습하기 위해 당장 내년 1월부터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수 있다는 전망이 해외 투자은행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 10·11월 두 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낮춘 데 이어 이례적인 3연속 인하로 성장을 중시하는 경기 부양 목적의 통화정책을 전면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19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씨티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은은 계엄 사태에 대응해 안정적 경제성장을 최우선 과제로 인식할 것"이라며 "내년 1월 0.25%포인트(p)의 추가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3연속 인하가 현실화할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 된다.

당시 한은은 2008년 10월부터 2009년 2월까지 여섯 차례 연속으로 금리를 연 5.25%에서 2.00%로 낮췄다.

씨티는 계엄 사태 전 진행된 지난달 28일의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을 근거로 들기도 했다.

대다수 금통위원이 미국 신정부의 관세 부과 등에 따른 경기 하방 위험에 무게를 두며,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 성향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크레디트아그리콜도 "한은이 내년 2월에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가능성이 크지만, 정치적 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경제 지표가 악화할 경우 1월로 금리 인하를 앞당기는 것을 고려할 전망"이라고 봤다.

바클리 역시 "현재로서는 한은이 내년 2월 금리 인하를 포함해 총 0.75%p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계엄 사태로 경기 하방 위험이 커지면서 추가 인하 시점을 앞당기거나 인하 폭이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 경제는 계엄 사태 이전부터 구조적 내수 악화에 직면하고 있었다"며 "향후 트럼프 정부의 무역 정책 위험까지 가중될 것을 고려하면 내년 한국 경제에 있어 내수 진작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골드만삭스의 경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경로에 한은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비교적 신중한 태도를 나타냈다.

골드만삭스는 "현재 시장금리에 반영된 추가 금리 인하 기대는 다소 과도한 수준"이라며 "만일 미 연준의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기조 등으로 원화 약세가 장기간 이어질 경우 한은의 추가 금리 인하 여지는 축소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와 관련, 이창용 총재는 전날 기자설명회에서 "(계엄 사태 여파로) 올해 경제성장률이 2.1%가 될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며 "애초 1.9%로 전망했던 내년 성장률도 하방 압력이 커졌다"고 언급했다.

그는 '빅컷(0.5%p 인하)을 염두에 둬야 하나'라는 질문에 "지금까지 데이터로 그 정도는 아닌 것 같다"면서도 "진짜 데이터를 봐야 한다"고 가능성을 일축하지는 않았다.

다만, 이 총재는 일시적인 경기 부양을 위해 여야 합의로 추가경정예산안을 처리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우선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 총재의 강도 높은 발언에 전날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전장보다 8.5bp(1bp=0.01%포인트) 내린 연 2.536%로 마감하는 등 즉시 시장 반응이 나타났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