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의 늪' 빠진 유럽 자동차주…내년엔 부활할 수 있을까 [글로벌 종목탐구]
올 한해 유럽 자동차 기업은 고난의 시기를 겪었다. 글로벌 신차 수요 감소, 중국 전기차 저가공세 등으로 연이어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며 독일의 폭스바겐, 유럽의 스텔란티스 등의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들 종목이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내년에는 회복할 수 있다는 기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강력한 구조조정과 최고경영자(CEO) 교체 등으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반면 주가는 시장 수익률을 한창 밑돌고 있어 ‘바겐세일’에 돌입했다는 이유에서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실적 바닥 쳤다”

유럽 대표 지수인 스톡스600의 하위 지수인 자동차 및 부품 지수는 이달 들어 18일(현지시간)까지 4.1% 상승해 지난 2월 이후 10개월만에 최대 월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이날까지로 범위를 넓히면 자동차 및 부품 섹터는 11.16% 하락해 시장 수익률(스톡스600·7.98% 상승)보다는 성과가 좋지 않다.

스텔란티스(연중 39.83% 하락), 폭스바겐(-22.36% 하락), BMW(-23.36%), 다임러(-14.83%) 등 전반적으로 종목이 약세를 보였다. 폭스바겐과 스텔란티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각각 3.58배, 2.9배에 머물러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 섹터는 지수 대비 50% 가까이 저렴하게 거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수 대비 할인 거래된 자동차주(사진=블룸버그 통신 캡처)
지수 대비 할인 거래된 자동차주(사진=블룸버그 통신 캡처)
월가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저가 매수의 기회로 본 투자자들이 유입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중국의 연이은 경기 부양책 발표로 자동차 산업의 수혜가 예상되는 상황이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부과 위협은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는 판단에서다. 스티펠의 다니엘 슈바르츠 분석가는 “유럽 자동차 기업의 실적은 이미 바닥을 쳤고, 관세 우려는 시장에 반영됐다”며 “자동차 섹터가 저렴하다는 기대에 힘입어 이달 자동차주 주가가 반등했다”고 전했다.

○스텔란티스, 中 경쟁 노출 적어

유럽 자동차 기업 중 올 한해 가장 주가 하락폭이 컸던 스텔란티스는 이달 주가가 상승했다. 지난 1일 카를로스 타바레스 CEO가 사임한 후 이날까지 주가는 8.42% 올랐다. 회사 측은 실적을 되살리지 못한 책임을 물어 타바레스 CEO를 경질했고 시장은 이에 반응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분석가들은 “스텔란티스가 앞으로 생산량을 늘릴 것”이라며 주가 상승을 점쳤다. BoA에 따르면 스텔란티스의 새로운 모델 및 업데이트된 모델은 내년 회사 판매량의 15~20%를 차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비중(5~10%)보다 큰 폭으로 확대되는 것이다.

스텔란티스가 미국 시장에서 매출의 35~40%를 얻고 있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는 것이 회사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도 봤다. BoA는 “스텔란티스는 중국 내 경쟁에 덜 노출돼있다”며 “새로운 모델 출시로 스텔란티스는 유럽의 B 세그먼트, 미국 머슬카 시장, SUV 카테고리에서 판매량이 증가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내년 선적량은 올해 대비 6.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적 역시 바닥을 다지고 다시 반등할 것이란 기대가 크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스텔란티스의 올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 하락한 1578억유로, 영업이익은 60% 감소한 89억유로일 전망이다. 월가는 내년 매출이 올해보다 4% 증가해 1643억유로를, 영업이익은 15% 불어난 103억유로일 것으로 예측한다. 목표주가는 14.44유로로 현재가(18일·12.74유로)보다 13.34%의 상승 여지가 있다. 노무라증권, 모닝스타가 이달 매수 의견을 냈다.

시장 경쟁 상황은 녹록치 않을 수 있다. 렐라 서스킨 모닝스타 분석가는 “시장 성장성이 제한되어 있어 시장 점유율을 두고 완성차업체 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한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