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ESG 정보 공시 Q&A 17

Q.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습니다. 기후 공시를 비롯한 ESG 공시가 여전히 중요할까요?

최근 몇 년간 대두된 ESG 공시 논의는 투자기관의 참여로 시작되었습니다. 투자기관은 실제로 돈을 맡긴 고객을 대리해 고객의 이익을 위해 최선의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기후변화와 그로 인한 피해는 유례없이 거대한 전 지구적 과학자 집단이 상호 검토를 거쳐 도달한 결론입니다. 투자기관이 기후변화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과학적으로 검증된 미래를 외면했다가 문제가 발생하면 고객에게 설명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트럼프의 재집권이 기후변화를 비롯한 ESG와 관련한 리스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따져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유럽연합(EU)이 시작한 글로벌 탄소 관세는 앞으로 더 확산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역시 탄소 관세에 대해서는 초당적 지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발의한 청정경쟁법(CCA)은 EU 탄소국경조정세와 유사한 법안으로 공화당 역시 지지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공화당은 심지어 자체적으로 해외 수입 물품에 대해 온실가스 등 오염물질에 따라 관세를 매기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물리적 리스크는 기온 상승과 양의 상관관계를 보입니다. 따라서 트럼프 집권으로 온실가스배출량이 증가하면 물리적 리스크가 강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글로벌 펀드 평가사인 모닝스타는 2022년부터 매년 글로벌 투자자를 대상으로 ESG와 관련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2024년 8월에 실시한 최신 설문조사 결과는 예측과 조금 달랐습니다. 트럼프 대 바이든 토론회 이후 트럼프의 당선이 거의 확실시되던 시점이었기에 ESG 투자에 대한 중요성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으나 전체 투자 규모 중 ESG를 고려한 투자의 비중은 전년 대비 오히려 증가했습니다.

또 지난 5년간 응답자의 약 70%가 ESG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고 답했습니다. 국내 상황도 다르지 않습니다. 한국ESG경영개발원이 최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2025년에도 조사 대상 기업 및 공공기관의 약 95%가 ESG 관련 예산을 유지하거나 증가시킬 것이라고 응답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상할 것은 없습니다. ESG라는 용어가 인기를 잃었다고 해서 본래 존재했던 ESG 리스크가 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외면받던 ESG 리스크는 계속 새롭게 발굴되고 있습니다. 생물다양성 리스크가 대표적 사례입니다.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CFD)의 생물다양성 버전인 자연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NFD)는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이미 500곳 이상 기업과 금융기관이 권고안에 따라 공시하기로 했습니다.

트럼프의 집권으로 ESG 관련 정책에 변화가 예상되며, 이에 대한 전략적 대응이 중요할 것입니다. 그러나 기후 리스크 자체가 변한 것은 아닙니다. 투자기관의 기후 리스크에 대한 고민이 사라진 것도 아닙니다. 따라서 기후 정보에 대한 투자자의 요구는 여전히 클 것이며, 이를 투명하게 공시하는 것의 중요성도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박세원 키움자산운용 ESG투자관리팀 팀장
박세원 키움자산운용 ESG투자관리팀 팀장
박세원 키움자산운용 ESG투자관리팀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