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열린 초록우산 자립준비청년 멘토링 사업 ‘나다운 자립코칭’ 성과 공유회.  초록우산 제공
지난 달 열린 초록우산 자립준비청년 멘토링 사업 ‘나다운 자립코칭’ 성과 공유회. 초록우산 제공
“올해 초까지만 해도 막연했는데, 초록우산 멘토링을 통해 지금은 간호사라는 명확한 목표가 생겼어요. 목표가 생기니 걱정보다는 설렘을 안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어요.” 전민주(21·가명) 씨는 요즘 간호사가 되기 위해 할 일을 알아보고 정리하느라 분주하다. 전 씨는 지난해 시설에서 나온 뒤 공과금 납부부터 생활비 마련, 진로 탐색 등 현실적인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고민이나 걱정거리를 나눌 사람도 없어 홀로 전전긍긍했다. 그런 전 씨에게 올해 참여했던 초록우산 멘토링은 특별했다.

“멘토링을 통해 기쁨과 슬픔을 넘어선 다양한 감정을 느꼈고, 그 과정에서 저에 대해 더 많이 알 수 있었어요. 특히 제가 가진 강점 중 하나로 저 스스로가 긍정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죠. ‘나’라는 사람이 그 자체로 충분히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믿음이 생겼고, 앞으로 어려운 상황이 오더라도 이겨낼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 사내코치 활동 중인 회사원들 멘토 참여

아동복지전문기관 초록우산은 자립준비청년들을 위해 올해 멘토링 사업 ‘나다운 자립코칭’을 진행했다. 자립준비청년으로 구성된 멘티 54명은 멘토 54명과 짝을 이뤄 10회에 걸쳐 멘토링에 참여했다. 멘토들은 한국코칭협회에서 인증받고 현재 유수의 기업에서 사내코치로 활동 중인 회사원으로 본 사업에는 재능기부로 참여했다.

초록우산은 각 분야 전문가인 멘토들이 자립준비청년의 특성과 상황을 더 잘 이해하고 전문적인 멘토링이 진행할 수 있도록 7명의 ‘코치 수퍼바이저’ 그룹도 운영했다. 이를 통해 멘토들에게 정기적으로 활동 피드백과 슈퍼비전을 제공하며 자립준비청년들의 변화에 맞춰 효과적인 진로 코칭이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멘토로 참여한 박희정(44) 씨는 “멘토는 답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 멘티가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게 질문을 통해 도와주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멘토링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멘티에게 좋은 영향을 주기 위해 내 몸과 마음의 건강도 챙기게 된다”고 했다.

초록우산은 멘티로 참여한 자립준비청년들이 꿈을 이루기 위한 도전을 이어갈 수 있게 ‘꿈도전 지원금’과 ‘진로 컨설팅’ 등을 지속 지원하고, 내년에는 멘토링 사업 대상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 심리적 자립까지 챙기려 노력

지난 6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3 자립지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립준비청년 중 46.5%가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전체 청년 중 자살을 생각해본 이들의 비중이 10.5%인 것과 비교해 4.4배 높은 수치다. 자살을 생각해본 자립준비청년 중 30.3%는 자살 생각이 들 때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나 멘토’가 가장 필요하다고 했다. 이들을 위한 지원책이 경제적 지원에 머물러서는 안 되는 이유다.

자립준비청년 지원은 ‘심리적 자립’까지 이뤄내야 한다. 초록우산은 이들이 서로의 상황을 공유, 공감하고 스스로가 주체적으로 활동을 이끌며 건강하게 자립해나갈 수 있도록 멘토링뿐만 아니라 ‘자조모임’ ‘자립활동가 모임’ 등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자조모임 ‘청하(청년들의 걱정 없는 하루)’에 참여한 한 청년은 “모임 그 자체에서 오는 소속감으로 힘을 얻는 친구도 있고, 정기모임 하루를 기다리며 한 달을 버티는 친구도 있다”며 “저에게 ‘청하’는 일상을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쉼표”라고 했다.

황영기 초록우산 회장은 “자립준비청년들에겐 자조모임, 멘토링 등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고민을 나눌 정서적 지원이 중요하다”며 “초록우산은 자립준비청년들의 성공적인 자립을 위한 다양한 지원을 이어 나갈 예정이며, 멘토로서 자립준비청년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마음과 자질을 갖춘 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란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