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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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미국 기준금리 인하 지연 전망에 따른 달러화 강세에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19일 장 초반에는 1450원을 뚫어 2009년 3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이날 오전 10시44분 기준 전날 주간거래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보다 14.6원 치솟은 1450.1원에 거래되고 있다. 환율은 전날보다 17.5원 상승한 1453원으로 출발해 현재 1450선 안팎을 맴돌고 있다.

간밤 미국 중앙은행(Fed)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내리기로 결정했다. Fed의 금리 인하는 시장 전망에 부합했지만, 향후 금리 인하 조절에 나설 것이란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인 예고가 달러 강세와 뉴욕증시에서의 줄하락을 불러일으켰다. 점도표(FOMC 위원들의 향후 금리 수준 전망을 표시한 도표)에 따르면 위원들은 내년 중 2차례(0.5%포인트) 추가 인하를 전망했다. 이는 지난 9월 전망치(4회, 1.0%포인트 인하)에 비해 훨씬 인하 폭이 작아진 것이다

이한재 신한은행 신한패밀리오피스 반포센터 PB팀장은 "Fed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지만, 내년도 금리 전망을 상향 조정하면서 '매파적 인하'로 평가받은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한국은행은 최근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1.9%로 하향 조정했다. 정치적 불확실성과 수출 둔화로 원화의 펀더멘털 약화 가능성이 있는 만큼 한은은 내년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신중하게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금리인하 경로가 지연되는 점과 달러 강세를 반영하면 원·달러 환율은 1450원에서 상하단을 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문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정오께 발표되는 일본은행(BOJ)의 금융정책위원회 금리 결정을 주목했다. 그는 "지켜봐야겠지만 지금으로선 동결 전망이 우세하다"며 "만약 예상을 벗어나 BOJ가 금리를 올릴 경우엔 강세에 원화도 강세를 보일 전망으로 1440원 정도까지 (이날 중) 내려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편 환율 급등세에 당국은 변동성 완화 조치 일환으로 잇따라 메시지를 내놓았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전 거시경제금융회의(F4 회의)를 열고 "24시간 금융·외환시장 점검체계를 지속 가동하면서 과도한 변동성에는 추가적인 시장 안정 조치를 과감하고 신속하게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도 오전 시장상황 점검회의에서 "대외 불확실성이 국내 정치 상황과 결합하면서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과도하게 확대될 경우 신속하게 시장 안정화 조치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부적인 조치로 금융당국은 은행 스트레스 완충자본 도입 시기를 종전 연말에서 내년 하반기 이후로 연기하기로 했다.

스트레스 완충자본 규제의 골자는 은행별 스트레스테스트(위기상황분석)에 따른 보통주자본비율 하락 수준에 따라 기존 최저자본 규제 비율에 더해 최대 2.5%포인트까지 차등해 추가자본을 적립하는 것이다. 당국은 내년 상반기 중 도입 시기와 방법을 재검토해 단계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