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1조원 규모의 루마니아 원전 설비 개선 사업 수주에 성공했다. 올들어 24조원 규모의 체코 두코바니 원전 신규 건설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데 이어 노후 원전을 ‘리모델링’하는 사업까지 따냈다. 앞으로도 유사한 원전 사업 수주가 잇따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캐나다 캔두 에너지, 이탈리아 안살도 뉴클레어 컨소시엄은 19일(현지시간) 루마니아의 수도인 부쿠레슈티에서 루마니아원자력공사(SNN)와 체르나보다 1호기 설비개선사업 최종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사업의 총규모는 2조8000억원이며, 한수원의 몫은 40% 수준인 1조2000억원이다.

이번 사업은 1996년 루마니아 최초로 상업 운전을 시작한 체르나보다 1호기를 30년 더 운전하기 위해 2027년부터 설비·부품을 교체하는 프로젝트다. 체르나보다 1호기는 우리나라가 캐나다 원자력공사의 도움을 받아 만든 최초의 가압중수로형(캔두형) 원자력발전소인 월성1~4호기와 같은 노형이다. 사업은 내년 2월부터 65개월간 진행된다.

이번 사업에서 체르나보다 1호기의 공급사인 캔두 에너지는 원자로 계통, 안살도 뉴클리어는 터빈발전기 계통의 설계와 기자재 구매를 각각 맡는다. 한수원은 주기기 및 보조기기 교체 등 시공과 방사성폐기물 저장시설 등 인프라 건설을 담당한다. 한전KPS, 두산에너빌리티, 대우건설, 삼성물산 등 국내 업체들이 한수원 협력 업체로 시공·건설에 참여한다.

이번 계약은 우리 기업이 사상 처음으로 해외 원전의 계속운전 프로젝트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막혔던 원전 수출이 이번 정부 들어 재개되면서 한국은 2022년 이집트, 올해 체코와 불가리아 등에서 수주 소식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 수주는 모두 신규 원전 건설 사업이다.

기존 원전의 설계 수명을 연장해 경제성과 안전성을 극대화하는 계속운전은 원전 업계의 새로운 먹거리로 여겨진다. AI·데이터센터·전기차 확산 등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자 세계 각국이 원전의 허가 기간을 기존 40년 안팎에서 70~80년으로 늘리고 있어서다. 글로벌 시장분석기관 자이언마켓리서치에 따르면 원전 계속운전 시장 규모는 2023년 462억8000만달러(약 67조원)에서 2032년 912억9000만달러(약 133조원)로 커질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이번 수주로 향후 중수로형 설비·시공 수출과 계속운전 사업으로 원전 수출 방식이 다각화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국내 원전 생태계 복원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