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흑연을 생산하는 미국 기업들이 중국산 흑연에 대한 대규모 관세 인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번엔 '흑연 전쟁'…美업체, 중국산에 920% 관세 요구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흑연 생산업체들을 대표하는 미국 활성양극재생산자협회는 중국 기업의 반덤핑법 위반 여부를 조사해달라는 내용의 청원서를 전날 미국 상무부와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출했다. 협회는 중국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받은 중국 기업들이 흑연 가격을 지나치게 낮춰 미국 기업이 경쟁할 수 없는 환경을 조성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국산 흑연에 최대 920%의 징벌적 관세를 부과할 것을 요청했다. 에릭 올슨 대변인은 “중국의 악의적인 무역 관행으로 흑연 산업이 질식 위기에 처해 있다”며 “북미 흑연 산업을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중국산 제품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사는 내년 말 마무리될 예정이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관세 부과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예고한 상황에서 중국산 흑연에 대한 관세 인상이 현실화할 경우 미국산 전기차 가격이 크게 오를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흑연은 전기차 배터리셀 제조 비용의 약 10%를 차지한다. 샘 아부엘사미드 가이드하우스인사이트 애널리스트는 흑연 가격이 열 배 오르면 배터리셀 비용이 두 배 증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미국 내 배터리 제조 비용은 중국보다 최소 20% 더 비싸다.

한편 중국산 흑연 수입을 대체하기 위한 미국 내 공급망 구축이 가속화되고 있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여전히 중국산 흑연 수입 규모를 대체하기에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미국은 총 9만1000t 이상의 흑연을 수입했는데, 이 중 약 7만t이 중국에서 유입됐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