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왼쪽 네 번째)이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임시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왼쪽 네 번째)이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임시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19일 임시국무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국회 증언감정법 개정안 등 6개 쟁점 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각 법안이 시행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방기선 국무조정실장도 기자들과 만나 부연 설명했다.

韓 "재정 부담·자유 침해"…6개法 부작용 조목조목 반박
이날 한 권한대행이 재의를 요구한 법안 6개 중 4개는 농어업과 관련됐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정부가 남는 쌀을 의무적으로 매입하고, 쌀 가격이 평년보다 떨어지면 정부가 차액까지 지급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 권한대행은 “이 개정안이 시행되면 고질적인 쌀 공급 과잉 구조를 고착화해 쌀값 하락을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쌀 생산 확대로 시장 기능 작동이 곤란해져 정부의 과도한 개입과 막대한 재정 부담을 가중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 실장은 “양곡법이 시행되면 매년 1조원 이상의 재정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데, 그 1조원을 더 가치 있는 곳에 쓸 수 있는 기회비용을 상실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채소나 과일 등 특정 농산물 시장 가격이 기준 가격 이하로 떨어지면 차액을 정부가 지급하는 농산물 가격 안정제 도입을 골자로 한다. 이 법안도 양곡관리법과 마찬가지로 특정 농산물의 공급 과잉을 부추길 수 있다고 한 권한대행은 지적했다.

농어업재해대책법 개정안은 농어업 분야에 재해가 발생하면 피해를 본 시설을 복구하기 위한 비용뿐만 아니라 재해 때문에 망친 작물을 기르는 데 들어간 비용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보상해야 한다는 내용이 문제가 됐다. 한 권한대행은 “국가가 재해 복구비 외에 생산비까지 보상하는 것은 재난안전법상 재해 지원의 기본 원칙에 반하며 다른 분야와의 형평성 문제 및 도덕적 해이가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은 농어업 분야에서 재해가 발생해 농어업인이 보험금을 받더라도 보험료율을 할증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당장은 농어업인의 부담이 줄어들 수 있지만, 결국 민간 보험사들이 농어업인의 보험 가입을 꺼리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한 권한대행도 “보험료가 재해위험도에 비례해야 한다는 보험의 기본 원칙에 반하고, 재해위험도가 다른 모든 가입자에게 동일한 보험료율이 적용돼 가입자 간 형평성 문제도 생긴다”고 말했다. 방 실장 역시 “민간의 보험시장에서는 성립할 수 없는 조문이 너무 많은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국회 증언 및 감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부작용이 크다는 지적이다. 국회가 증인 및 참고인에게 자료 제출을 요구하면 영업비밀 혹은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자료 제출을 거부할 수 없도록 한 법안이다. 한 권한대행은 “이 개정안은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에 반하고, 개인의 정보결정권 등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크다”며 “기업 현장에서도 핵심 기술과 영업비밀 유출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이 법안에 대해 “한국에 기업의 극비 정보가 새 나가게 돼 전 세계에 정보가 퍼질 수 있다는 걱정이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예산안 자동 부의제도를 폐지하는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헌법이 정한 기한 내 예산안이 의결되도록 유도하는 장치가 없어지면 예전과 같이 국회 의결이 늦어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