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이 또다시 사업 재편에 나섰다. 이번 재편 대상은 미래 성장 동력으로 점찍은 수소사업이다. 건물용 수소연료전지를 생산하는 두산퓨얼셀파워를 수소 드론 제조업체인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DMI)에 넘긴다.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DMI의 재무 구조를 개선하고 수소 사업에 투자할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이다. 상장사 두산에너빌리티의 자회사 두산밥캣을 또 다른 상장사인 두산로보틱스 산하로 옮기는 기존 사업 재편이 주주들의 반발로 무산된 것과 달리 이번 재편 대상은 비상장사인 만큼 문제없이 진행될 것으로 시장은 내다보고 있다.

○두산, DMI 사업 경쟁력 강화

두산 '수소 재편'…퓨얼셀파워·DMI 합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은 20일 이사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사업 재편안을 의결하기로 했다. ㈜두산의 사업 부문인 두산퓨얼셀파워는 건물에서 쓰는 전기를 수소로 생산하는 수소연료전지를 제조하는 기업이다. 두산퓨얼셀파워는 실적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지만 연매출 500억원에 수십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인수 당시 실적(매출 170억원)보다 세 배 가까이 증가했다.

DMI는 두산그룹이 수소 드론 시장의 성장성을 내다보고 2016년 설립한 회사다. 2019년 세계 최초로 수소 드론을 양산했다. 수소 드론이 2시간 이상 비행할 수 있는 데다 충전 시간이 짧아 배터리를 장착한 드론보다 더 많이 쓰일 것으로 판단해서다. 하지만 5000만원에 달하는 비싼 가격 때문에 수요가 부족한 상황이다. 중국산 배터리 드론은 10만~100만원이면 구입할 수 있다.

이 때문에 DMI의 매출은 30억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매년 100억원 넘는 영업적자도 내고 있다. 이로 인해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DMI가 두산그룹의 ‘아픈 손가락’으로 꼽히는 이유다. 이런 DMI에 두산퓨얼셀파워를 붙이기로 한 건 재무 상태를 개선하는 동시에 그룹 내 수소 사업을 일원화하기 위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두산은 채권단 관리 체제에 들어갔을 때도 수소 관련 기업은 팔지 않았다”며 “그만큼 미래 사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수소 시대에 베팅한 두산

두산은 수소 생산부터 활용까지 관련 밸류체인을 확보하며 ‘수소 시대’에 베팅한 대표적인 그룹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경남 창원의 액화수소플랜트를 통해 수소 생산을 준비하고 있고, 두산퓨얼셀은 발전용 수소연료전지를 제조하고 있다. DMI는 수소 드론을, 하이엑시움모터스(두산퓨얼셀 자회사)는 수소 버스를, 두산밥캣은 수소 지게차를 생산한다.

아직 수소 판매 단가가 비싼 터라 빛을 발한 사업은 없다. 수소차 판매가 지연돼 액화수소플랜트는 생산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수소를 혼소해 전기를 공급하는 국가 단위 사업인 ‘청정수소발전의무화제도(CHPS)’가 도입되며 수소 생태계가 확대될 것이란 기대가 있었지만 사실상 흥행에 실패했다.

하지만 수소 시대가 열리면 상황은 달라진다. 두산퓨얼셀이 발전용 수소연료전지와 관련해 독보적인 기술을 갖추는 등 상대적으로 오랜 업력과 투자로 실력을 쌓아놔서다. 지난해 진행된 일반수소 발전 시장 입찰에서 두산퓨얼셀은 62%의 물량을 낙찰받았다.

김형규/김우섭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