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도 중요하지만 원자력발전은 에너지 안보와 신뢰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습니다.”

원전확대 나선 네덜란드…"기술력 갖춘 韓 손잡고 싶다"
지난 2일 한국을 방문한 네덜란드 원자력발전 사절단의 아트 라우터르 대표(사진)는 19일 네덜란드 정부의 원전 확장 계획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네덜란드는 대표적인 친환경 선도국이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이 50%에 이른다.

네덜란드 법원은 환경단체들의 기념비적인 기후위기 소송을 관할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서도 네덜란드 정부는 50여 년 만에 자국의 원자력 에너지 용량을 확대할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네덜란드의 상업용 원전은 1973년 보르셀에 지은 1기뿐인데, 2050년까지 발전용량 1000~1600㎿ 규모의 원전 최대 4기를 추가로 건설해 전체 전력 생산량의 10~15%를 원자력이 담당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라우터르 대표는 “네덜란드 정부는 안정적이고 탄소 중립적인 에너지 공급을 달성하기 위해 원자력 에너지를 재생 가능 에너지의 중요한 보완 솔루션으로 보고 있다”며 “원자력 에너지는 에너지 믹스를 다양화하고 제어 가능한 기저 전원을 제공하며, 열이나 수소를 생산하는 데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정부는 초기 자금으로 140억유로(약 21조원)를 배정했다.

이번 방한은 원전 기술 강국인 한국의 원전 생태계를 살펴보고 한국 원전 주역들과 소통하기 위해 이뤄졌다. 한국수력원자력은 네덜란드 정부와 신규 원전 건설을 위한 기술타당성 조사 계약을 맺고 관련 조사를 해왔다. 체코에 이어 두 번째로 유럽 국가에 ARP1400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라우터르 대표는 “한국은 원자로 설계와 성숙한 원자력 가치사슬, 원자력 개발 및 안전 분야에서의 뛰어난 실적 덕분에 특히 매력적인 파트너”라고 했다.

네덜란드 정부는 프랑스, 미국 정부와도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프랑스 EDF와 미국 웨스팅하우스도 한수원과 마찬가지로 선호 부지의 설계 적합성, 네덜란드 규정 준수 여부, 예상 비용 등을 검토하는 기술타당성 조사를 수행했다. 각 기관의 연구 결과는 추후 정부의 의사 결정과 입찰 준비 과정에 반영될 예정이다. 그는 “현재 네덜란드 정부는 부지 선정 등의 정치적 결정을 준비하고 있다”며 “내년에는 기술 선택 절차를 시작하고 이후 선정된 기술을 기반으로 프로젝트를 실제로 수행할 기업을 정하는 입찰 과정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라우터르 대표는 영국, 네덜란드 정부 등이 합작해 만든 농축 우라늄 공급 업체 유렌코의 네덜란드지사 대표를 맡고 있다. 그는 유렌코의 소형모듈원자로(SMR)용 고순도저농축우라늄(HALEU, 농축도 20% 이하) 생산 현황에 대해서는 “영국 정부로부터 1억9600만파운드의 지원을 받아 영국 케이픈허스트에 첫 번째 HALEU 생산 시설을 구축하고 있다”고 했다. 이곳은 2030년대 초반이면 상업 생산이 가능할 전망이다. 라우터르 대표는 “연간 최소 10t의 HALEU를 생산할 수 있으며, 이는 연간 약 10개의 신형 SMR에 핵연료를 제공하고 10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하기에 충분한 양”이라고 설명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