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 경쟁을 벌이는 검찰은 우종수 경찰 국가수사본부장의 휴대전화를 압수하는 등 경찰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섰다.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후 처음으로 한 대형 사건을 수사 경쟁하는 검찰과 경찰 간 날카로운 신경전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은 “매우 유감”이란 입장을 내면서 검찰이 경찰 특수단의 활동을 압박하는 행태에 불쾌감을 표시했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19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국수본과 영등포경찰서·국방부 조사본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검찰은 “비상계엄 사태 당시 체포조 활동과 관련한 혐의”라고 밝혔다.

국수본은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국군방첩사령부의 요청에 따라 주요 정치 인사를 체포하기 위해 강력계 형사들을 ‘체포조’로 꾸려 지원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계엄 당일 방첩사가 국수본 관계자와 연락한 사실을 확인했고, 당시 체포조로 현장에 나갔던 영등포서 형사들을 불러 조사했다. 또한 강상문 영등포서장을 불러 조사했다.

경찰은 비상계엄이 발생한 당일 오후 11시 32분께 방첩사 측이 국수본 실무자에게 연락해 ‘여의도 현장 상황이 혼란하다’며 안내할 경찰관 명단을 요청해 강력팀 형사 10명의 명단을 제공한 사실은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해당 의혹과는 관련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검찰은 방첩사와 국수본이 공조해 비상계엄 성공을 목적으로 중요 인물 체포에 나선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에선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한다고 반발했다. 특히 당시 계엄 관련 의혹과 연결 고리가 없는데다, 현재 계엄 수사를 총 책임지는 ‘특별수사단장’을 맡은 우종수 본부장의 휴대전화까지 압수한 것을 두고 선을 넘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날 우종수 본부장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장으로서 엄정한 수사를 위해 공조수사본부까지 꾸린 상황에서 참고인의 휴대폰을 압수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며 “공조본 체제로 흔들림 없이 철저히 수사해 나가겠다”고 입장을 냈다.

이번 사건을 두고 검찰과 경찰은 그동안 늘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였다. 검찰은 내란죄 수사 권한이 없지만, 존재감을 부각하기 위해 먼저 경찰에 합동수사본부를 제안했다. 경찰은 “내란죄 수사주체는 경찰”이라며 제안을 거절했다.

대신 경찰은 검찰을 배제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공조수사본부를 차리는 등 ‘원팀’을 맺자 검찰은 공개적으로 큰 불쾌감을 내보였다. 전날 검찰은 ‘내란죄 수사 근거가 없다’는 지적을 인정하면서 사건을 공수처에 넘기는 등 한발짝 물러나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이날 우종수 본부장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서면서 본격적인 싸움을 걸었다고 분석했다.

특히 계엄 당시 영등포 경찰서와 상관없는 윤승영 국수본 수사기획조정관, 전창훈 수사기획담당관 등 간부들에 대해 휴대전화까지 압수하는 데다 참고인 소환조사까지 했다. 이 때문에 경찰 내부에선 “검찰이 경찰의 기선을 제압하려고 무리한 수사를 벌인다”고 불편한 입장을 내보이고 있다.

조철오 기자 che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