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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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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전통문화를 대표하는 '종중'은 매우 독특한 법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 법인 설립 절차를 따로 밟지 않아도 재산을 보유하고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비법인사단으로 인정받고 있다. 판례에서도 종중을 '공동 선조의 분묘 수호와 제사, 종원 상호간 친목을 목적으로 하는 자연발생적인 종족단체'로 인정하고 있다. 과거에는 남성 후손만이 종중원이 될 수 있었지만, 현재는 성별과 관계없이 성년이 된 후손이라면 누구나 종중의 구성원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에 얼마나 많은 종중이 있는지, 종중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이나 재산의 전체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조사된 적은 없다. 다만, 국토교통부 토지소유현황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종중 및 종교단체와 같은 비법인 단체들이 보유한 토지가 7817㎢로, 일반 법인들의 토지 보유량인 7265㎢보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종중이 보유한 부동산은 분묘나 위토(位土)가 많고 농림지역이나 녹지지역에 위치한 경우가 상당수이다. 그렇다 보니 부동산 자산이 많다고 해도 현금흐름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도 재산세나 종합부동산세같이 매년 내야 하는 세금이나, 토지수용·매매로 인한 양도세를 납부해야 하므로 효율적인 절세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최근 부동산 가치 상승으로 인해 세금 부담이 늘어나는 추세여서, 종중의 재정 관리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먼저 고유번호증을 확인해야


종중의 절세를 위해서는 먼저 '고유번호증'의 종류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익사업을 하지 않는 종중도 금융기관 계좌 개설시 ‘고유번호증’을 발급받게 된다. 고유번호증 발급받을 때 계좌 개설을 위한 요식적인 절차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어떤' 고유번호증을 발급받는지에 따라 내야 할 세금이 달라질 수 있다. '개인으로 보는 단체'로 고유번호증을 받았다면 소득세법이 적용돼 부동산 양도이익에 대해 6~45%의 양도세율이 적용되며, '법인으로 보는 단체'로 등록된 경우에는 9~24%의 법인세율이 적용된다.

특히 사업소득이 없고 ‘법인으로 보는 단체’로 등록한 종중의 경우, 부동산 양도소득에 대해 각 사업연도 소득에 대한 법인세로 신고납부할지, 소득세법을 준용한 양도소득세 상당액을 법인세 명목으로 납부할지를 양도세 신고 전 선택할 수 있다. 이러한 선택권은 종중의 재정 상황과 해당 연도의 세법 변화를 고려하여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종중이 소득세법을 준용한 양도세 상당액을 납부할 때는 양도일이 속하는 달의 말일로부터 2개월 내에 예정신고를 하고, 양도일이 속하는 연도의 다음 연도 5월 중으로 확정신고를 해야 한다. 세액 계산에 있어서는 장기보유특별공제와 양도소득기본공제가 적용되며, 양도이익 구간에 따라 6~45%의 세율이 적용된다. 비사업용 토지는 일반세율에 비하여 10%의 중과세율이 적용되고 장기보유특별공제도 제한되는데, 종중이 소유한 농지는 2005년 12월 31일 이전 취득한 것만 ‘비사업용 토지’로 보지 아니하며 일반세율이 적용된다.

8년 자경농지 양도세 감면될까


한편 종중 소유 농지를 종중원이 8년 이상 자경한 경우, ‘8년 자경농지 감면’에 해당해 양도세 전액을 감면받을 수 있는지 문제가 된다. 조세심판원 결정에 따르면, ①종중과 약정에 따라 종중 구성원이 비용을 부담하고 농지를 경작하면서 경작에 따른 대가(소작료)를 지급한 경우, ②종중이 종중원으로부터 경작 대가를 받고 그 비용을 시제 및 행사 비용에 사용하였으나 경작 비용은 부담하지 아니한 경우는 ‘대리경작’으로 보아 ‘8년 자경농지 감면’을 인정하지 않았다.

예전 대법원 판례(94누13213판결)는 종중의 위토를 종중원이 경작한 경우 ‘8년 자경농지 감면’이 가능하다고 판시하기도 했으나, 최근 개인이 아닌 종중에 대하여 자경농지 감면을 적용할 수 없다는 하급심 판례가 있다. 국세청도 종중에 대한 ‘8년 자경농지 감면’에 대하여 부정적 의견을 가지고 있어 실제 적용은 쉽지 않아 보인다.

고유목적사업에 직접 사용한 자산은 비과세


종중의 부동산 양도소득을 법인세로 납부할 경우에는 ‘3년 이상 고유목적사업 직접 사용 자산 처분’에 해당하여 비과세 대상인지 문제가 될 수 있다. 종중의 성격을 고려할 때 고유목적사업에 직접 사용되는 자산은 선조 묘역의 관리, 제사 봉행 목적으로 설치된 시설물 및 그 부지에 한정된다.

따라서 선산이나 분묘의 경우에는 고유목적사업에 직접 사용한 자산으로 볼 수 있으나, 임대 토지의 경우 고유목적사업에 직접 사용한 자산으로 보기 어렵다. 법인세 세율은 각 사업연도 소득 구간별로 9~24%가 적용되지만, 2억원 초과 200억원 이하 구간 세율은 19%이므로, 10억원 초과 시 최고세율 45%가 적용되는 양도세보다는 평균 세율이 낮다고 볼 수 있다.

재산세·종부세 절세전략


토지를 보유한 종중은 매년 9월, 주택의 경우 매년 7월과 9월 재산세를 납부하게 된다. 종중이 1990년 5월 31일 이전부터 소유한 임야와 농지는 재산세 분리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는 종합합산 대상 토지보다 세율 면에서 유리하므로, 재산세 고지를 받으면 반드시 분리과세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다만, 이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공부상 목적과 실제 이용현황이 일치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주택을 가진 종중은 종합부동산세 절세를 위해 법인 일반 누진세율 특례를 활용할 수 있다. 종부세 대상 주택의 경우 주택 수에 따라 세율이 중과되지만, 종중은 합산배제 신고를 하는 경우 주택 수에 관계없이 기본세율이 적용되어 중과를 피할 수 있다. 종합부동산세는 매년 12월 납부하는데, 매년 9월16일부터 30일까지가 합산배제 신고 기간이다. 종중은 ‘부동산등기용 등록번호 등록증명서 사본’을 첨부하여 법인 주택분 종합부동산세 일반 누진세율 적용 신고서를 관할 세무서장에게 제출하면 된다. 한 번 신고하면 변동사항이 없는 한 계속 적용되므로, 종중의 부동산 보유에 따른 세금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러한 복잡한 세금 제도와 혜택들을 잘 이해하고 활용하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는 것이 좋다. 특히 큰 규모의 부동산을 보유한 종중의 경우, 정기적인 세무 상담을 통해 최적의 절세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종중의 재산을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불필요한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부동산 많은 종중...세금 폭탄 막는 법 [고인선의 택스 인사이트]
고인선 법무법인 원 조세팀 변호사 I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에서 세무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서울지방변호사회 조세연수원을 수료했다. 서울특별시에서 지방세 및 도시계획 업무를 하면서 부동산 관련 조세 소송 및 자문 경력을 쌓았으며, 기업, 비영리법인, 공익법인, 기타 기관에 조세 관련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