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 여인' 아라크네가 환생했다, 그의 이름은 시오타 치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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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그랑 팔레 재개관 기념 전시
<시오타 치하루, 영혼의 전율(The Soul Trembles)>
<시오타 치하루, 영혼의 전율(The Soul Trembles)>
시오타 치하루로 환생한 거미가 된 아라크네
2025년 6월 파리 그랑 팔레(Grand Palais) 갤러리 재개관을 앞두고 첫 전시로 일본 설치 예술가 시오타 치하루(Shiota Chiharu)의 시적이며 감성적인 작품이 선택되었다. 이번 '시오타 치하루, 영혼의 전율(The Soul Trembles)' 전시는 2019년 도쿄 모리 뮤지엄(Mori Art Museum)의 전시 이후 역대 최대 규모의 개인전으로 그랑 팔레와 모리 아트 뮤지엄의 공동 기획으로 2024년 12월 11일부터 2025년 3월 19일까지 열린다. 1972년 오사카에서 태어난 그녀는 1996년부터 베를린에 살면서 작업 생활을 하고 있다. 삶과 죽음, 관계와 같은 근본적인 인간의 관심사에 직면하여 시오타 치하루는 인간의 존재감을 대규모의 설치 작업을 통해 그 안에서 일반적인 사물들과 잊지 못할 기억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불확실성에 대한 인간의 내면과 성찰을 변화무쌍한 작품으로 시간, 변화, 기억, 꿈의 개념으로 풀어낸다. 그녀는 하나의 영역에 국한하지 않고 드로잉, 조각, 설치와 퍼포먼스 등 다방면에 걸쳐 작품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시오타 치하루는 교토에서 회화 공부 후 마리나 아브라모비치(Marina Abramović)의 영향을 받아 퍼포먼스와 보디 아트에 관심을 보여 1994년 빨간색 에나멜페인트로 몸 전체를 덮는 비커밍 페인팅(Becoming Painting) 설치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이 작품은 특히 그녀의 예술적 행위를 재정의하게 되는 평면의 캔버스를 넘어서 공간으로 확대되는 예술로의 전환점을 찾게 되는 계기가 된다. 이번 전시에는 돌과 철 그리고 유리로 지어진 웅장한 그랑 팔레의 벽과 천정에 수백 킬로미터의 실을 사용하여 거대한 거미줄 같은 미로를 설치했다. 90년대 중반부터 작가는 얽힌 양모 실을 사용하여 일상생활의 사물(의자, 침대, 피아노, 옷 등)을 실로 복잡하게 뒤엉킨 공간을 창조하고 작가의 일상과 죽음 그리고 기억을 통해 꿈같은 여행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지난 20년간 양모 실을 엮어 만든 기념비적인 설치작품을 보면 고대 그리스 신화의 아테나 여신과 직물 짜기 경쟁을 하다가 신의 노여움을 받아 거미가 된 아라크네가 시오타 치하루로 환생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섬세하고 아름답다.
삶과 죽음, 분열과 해체
시오타 치하루는 빨강, 검정 그리고 흰색을 주로 사용한다. 빨간색은 삶과 죽음, 생명력 있는 관계를 상징하며, 검은색은 우주의 깊이와 성찰 그리고 2017년 투병 후 그의 작품에 도입된 흰색은 백지와 환생을 상징한다. 2005년 암 진단을 받고 2017년 이 경험을 바탕으로 인간의 취약성과 회복력에 대한 탐구를 쉬지 않았다. 삶, 죽음, 변화는 시오타 치하루의 반복되는 주제이다. 분열하는 세포를 묘사한 그녀의 작품 '세포(Cell, 2020)'에서는 인간의 생명이 정해진 한계에 도달했을 때 죽음으로 소멸하는 것이 아니고 변형되는 다른 생명 에너지가 되어 우주 속으로 녹아버리는 것이기 때문에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죽음이 끝이 아닌 분열과 해체라는 그녀의 예술철학은 시오타 치하루의 설치작품이 전시 기간 동안만 지속되다가 결국 해체되는 것과도 같은 맥락이다. 이 일시적인 현상은 삶, 기억 그리고 죽음에 질문을 던지는 그녀의 예술적 접근 방식의 핵심이 된다.
시오타 치하루는 오페라와 연극 무대 설치 작업에서 감독 및 안무가와 함께 작업하면서 삶의 주요 주제인 사랑, 비극, 운명, 죽음을 표현하여 그녀의 예술적 언어를 더 풍부하게 만든다. 불확실한 여정, Uncertain Journey(2016/2024)
불확실한 여정은 시오타 치하루를 대표하는 연작 중 하나로 인간의 혈관을 형상화한 빨간색의 실타래를 공간 전체에 설치한 작업이다. 이를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한 고뇌뿐 아니라, 실존을 향한 탐구를 시각적으로 구현한다. 이 실타래는 수많은 생각과 정체성을 확인하기 위한 인간과의 관계를 의미하기도 한다.
시오타 치하루는 자신의 작품을 실을 통해 연결, 관계, 신경망 및 보이지 않는 것을 시각화하는 '공간에 그린 그림'이라고 설명한다. 금속으로 만든 보트에서 솟아오르는 280미터의 붉은 실의 소용돌이로 방문객을 몰입시키고 엉키고, 얽히고, 끊어지고, 풀어진 실들은 인간관계의 복잡성을 바라보는 그녀의 정신 상태를 상징한다. 침묵 속에서, In Silence(2002)
끝없는 검정 실로 거미줄처럼 둘러싸인 불에 탄 피아노와 마치 피아노 연주를 듣고 있는 객석의 불탄 의자들은 침묵과 어두움에 둘러싸여 있지만 그 섬세함과 아름다움에 감탄을 연발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작품은 시오타 치하루가 아홉 살 때 옆집에서 화재가 발생하였는데 다음 날 불에 타버린 피아노를 보며 이전보다 더욱 아름답고 더욱 강해진 것처럼 느끼는 한편, 연기 냄새가 불어올 때마다 피아노가 자신의 목소리를 잃어버리는 듯한 침묵의 느낌을 받았던 기억에서 탄생하였다.
이번 작품은 인조 섬유 알칸타라(Alcantara®) 소재를 처음 사용하여 환상적인 새로운 버전으로 양모 실을 사용했을 때와는 또 다른 매우 독특한 느낌을 주고 있다. 공간과 시간의 반사, Reflection of Space and Time (2018)
인체 세포와 생명체를 보호하는 것은 사람의 피부이다. 옷은 우리의 두 번째 피부이고 우리의 몸을 둘러싼 제3의 피부는 벽, 문, 창문, 즉 생활의 공간이다.
이 작품은 구조물의 중앙과 벽을 따라 배치된 거울에 두 벌의 흰색 드레스가 반사되고 주변 공간에 대한 시각과 환상, 그리고 꿈을 110킬로미터의 검은색 알칸타라 실로 전체의 공간을 채웠다. 유년기에 겪었던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가 그의 작업에 그대로 투영되어 나타나며, 그녀는 인간의 유한함과 이에 따른 불안한 내면을 작업의 소재로 삼는다. 죽음을 단순히 '끝'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으로 해석했으며 동시대에 존재하는 이분법적인 경계와 개인의 실존 그리고 정체성에 대한 성찰을 이어간다.
이처럼 시오타 치하루는 실을 활용한 작업과 더불어 세포를 연상시키는 조각들, 여행 가방 같은 일상적인 소품을 활용한 작업을 통해 실존과 내면에 대한 탐구를 계속하며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고민을 풀어내고, 그 해답을 찾는 데 노력을 기울인다.
정연아 패션&라이프스타일 컨설턴트
2025년 6월 파리 그랑 팔레(Grand Palais) 갤러리 재개관을 앞두고 첫 전시로 일본 설치 예술가 시오타 치하루(Shiota Chiharu)의 시적이며 감성적인 작품이 선택되었다. 이번 '시오타 치하루, 영혼의 전율(The Soul Trembles)' 전시는 2019년 도쿄 모리 뮤지엄(Mori Art Museum)의 전시 이후 역대 최대 규모의 개인전으로 그랑 팔레와 모리 아트 뮤지엄의 공동 기획으로 2024년 12월 11일부터 2025년 3월 19일까지 열린다. 1972년 오사카에서 태어난 그녀는 1996년부터 베를린에 살면서 작업 생활을 하고 있다. 삶과 죽음, 관계와 같은 근본적인 인간의 관심사에 직면하여 시오타 치하루는 인간의 존재감을 대규모의 설치 작업을 통해 그 안에서 일반적인 사물들과 잊지 못할 기억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불확실성에 대한 인간의 내면과 성찰을 변화무쌍한 작품으로 시간, 변화, 기억, 꿈의 개념으로 풀어낸다. 그녀는 하나의 영역에 국한하지 않고 드로잉, 조각, 설치와 퍼포먼스 등 다방면에 걸쳐 작품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시오타 치하루는 교토에서 회화 공부 후 마리나 아브라모비치(Marina Abramović)의 영향을 받아 퍼포먼스와 보디 아트에 관심을 보여 1994년 빨간색 에나멜페인트로 몸 전체를 덮는 비커밍 페인팅(Becoming Painting) 설치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이 작품은 특히 그녀의 예술적 행위를 재정의하게 되는 평면의 캔버스를 넘어서 공간으로 확대되는 예술로의 전환점을 찾게 되는 계기가 된다. 이번 전시에는 돌과 철 그리고 유리로 지어진 웅장한 그랑 팔레의 벽과 천정에 수백 킬로미터의 실을 사용하여 거대한 거미줄 같은 미로를 설치했다. 90년대 중반부터 작가는 얽힌 양모 실을 사용하여 일상생활의 사물(의자, 침대, 피아노, 옷 등)을 실로 복잡하게 뒤엉킨 공간을 창조하고 작가의 일상과 죽음 그리고 기억을 통해 꿈같은 여행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지난 20년간 양모 실을 엮어 만든 기념비적인 설치작품을 보면 고대 그리스 신화의 아테나 여신과 직물 짜기 경쟁을 하다가 신의 노여움을 받아 거미가 된 아라크네가 시오타 치하루로 환생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섬세하고 아름답다.
삶과 죽음, 분열과 해체
시오타 치하루는 빨강, 검정 그리고 흰색을 주로 사용한다. 빨간색은 삶과 죽음, 생명력 있는 관계를 상징하며, 검은색은 우주의 깊이와 성찰 그리고 2017년 투병 후 그의 작품에 도입된 흰색은 백지와 환생을 상징한다. 2005년 암 진단을 받고 2017년 이 경험을 바탕으로 인간의 취약성과 회복력에 대한 탐구를 쉬지 않았다. 삶, 죽음, 변화는 시오타 치하루의 반복되는 주제이다. 분열하는 세포를 묘사한 그녀의 작품 '세포(Cell, 2020)'에서는 인간의 생명이 정해진 한계에 도달했을 때 죽음으로 소멸하는 것이 아니고 변형되는 다른 생명 에너지가 되어 우주 속으로 녹아버리는 것이기 때문에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죽음이 끝이 아닌 분열과 해체라는 그녀의 예술철학은 시오타 치하루의 설치작품이 전시 기간 동안만 지속되다가 결국 해체되는 것과도 같은 맥락이다. 이 일시적인 현상은 삶, 기억 그리고 죽음에 질문을 던지는 그녀의 예술적 접근 방식의 핵심이 된다.
시오타 치하루는 오페라와 연극 무대 설치 작업에서 감독 및 안무가와 함께 작업하면서 삶의 주요 주제인 사랑, 비극, 운명, 죽음을 표현하여 그녀의 예술적 언어를 더 풍부하게 만든다. 불확실한 여정, Uncertain Journey(2016/2024)
불확실한 여정은 시오타 치하루를 대표하는 연작 중 하나로 인간의 혈관을 형상화한 빨간색의 실타래를 공간 전체에 설치한 작업이다. 이를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한 고뇌뿐 아니라, 실존을 향한 탐구를 시각적으로 구현한다. 이 실타래는 수많은 생각과 정체성을 확인하기 위한 인간과의 관계를 의미하기도 한다.
시오타 치하루는 자신의 작품을 실을 통해 연결, 관계, 신경망 및 보이지 않는 것을 시각화하는 '공간에 그린 그림'이라고 설명한다. 금속으로 만든 보트에서 솟아오르는 280미터의 붉은 실의 소용돌이로 방문객을 몰입시키고 엉키고, 얽히고, 끊어지고, 풀어진 실들은 인간관계의 복잡성을 바라보는 그녀의 정신 상태를 상징한다. 침묵 속에서, In Silence(2002)
끝없는 검정 실로 거미줄처럼 둘러싸인 불에 탄 피아노와 마치 피아노 연주를 듣고 있는 객석의 불탄 의자들은 침묵과 어두움에 둘러싸여 있지만 그 섬세함과 아름다움에 감탄을 연발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작품은 시오타 치하루가 아홉 살 때 옆집에서 화재가 발생하였는데 다음 날 불에 타버린 피아노를 보며 이전보다 더욱 아름답고 더욱 강해진 것처럼 느끼는 한편, 연기 냄새가 불어올 때마다 피아노가 자신의 목소리를 잃어버리는 듯한 침묵의 느낌을 받았던 기억에서 탄생하였다.
이번 작품은 인조 섬유 알칸타라(Alcantara®) 소재를 처음 사용하여 환상적인 새로운 버전으로 양모 실을 사용했을 때와는 또 다른 매우 독특한 느낌을 주고 있다. 공간과 시간의 반사, Reflection of Space and Time (2018)
인체 세포와 생명체를 보호하는 것은 사람의 피부이다. 옷은 우리의 두 번째 피부이고 우리의 몸을 둘러싼 제3의 피부는 벽, 문, 창문, 즉 생활의 공간이다.
이 작품은 구조물의 중앙과 벽을 따라 배치된 거울에 두 벌의 흰색 드레스가 반사되고 주변 공간에 대한 시각과 환상, 그리고 꿈을 110킬로미터의 검은색 알칸타라 실로 전체의 공간을 채웠다. 유년기에 겪었던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가 그의 작업에 그대로 투영되어 나타나며, 그녀는 인간의 유한함과 이에 따른 불안한 내면을 작업의 소재로 삼는다. 죽음을 단순히 '끝'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으로 해석했으며 동시대에 존재하는 이분법적인 경계와 개인의 실존 그리고 정체성에 대한 성찰을 이어간다.
이처럼 시오타 치하루는 실을 활용한 작업과 더불어 세포를 연상시키는 조각들, 여행 가방 같은 일상적인 소품을 활용한 작업을 통해 실존과 내면에 대한 탐구를 계속하며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고민을 풀어내고, 그 해답을 찾는 데 노력을 기울인다.
정연아 패션&라이프스타일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