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삼성, 뼈 깎는 각성할 시점…국민기업 명예 되찾아야"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장 인터뷰
이 회장, 등기이사 복귀해 책임경영 지휘
컨트롤 타워 재건해 경영 효율성 높여야
성급한 정책·입법으로 기업 옥죄선 곤란
이 회장, 등기이사 복귀해 책임경영 지휘
컨트롤 타워 재건해 경영 효율성 높여야
성급한 정책·입법으로 기업 옥죄선 곤란
이찬희 삼성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 위원장이 삼성이 뼈를 깎는 자세로 변화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전폭적인 변화없이는 국내외 불확실한 여건을 타개해나가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관련기사: [단독] "이재용 등기이사 올라야…전폭적 변화 필요"
이 위원장은 18일 법무법인 율촌 사무실에서 한국경제TV와의 인터뷰를 통해 "조직의 변화를 위해서는 사람이 변해야 하고, 사람이 변하려면 사람의 생각이 변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1993년 고 이건희 선대회장이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보라'고 말했던 신경영 선언을 언급했다. 뼈를 깎는 각성과 노력을 통해 변화해야 삼성을 둘러싼 위기론을 극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이재용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와 삼성그룹의 컨트롤 타워의 재건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재용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9년째 이어지며 법정에 묶여있는 동안 글로벌 경영환경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회장은 내년 2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부당합병 의혹과 관련해 2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1심에서는 부당합병과 관련한 19가지 혐의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 위원장은 "삼성은 원칙적으로는 주주들의 기업이겠지만, 국민의 기업이라고도 할 수 있다"며 "사법 리스크에서 빨리 해소돼서 글로벌 경영 시장에서 활동할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도 사법 리스크를 벗게 되면 등기이사에 올라 대내외적으로 책임 경영을 보여줘야 한다"고 언급했다.
삼성그룹의 컨트롤 타워와 관련해서는 "과거 미래전략실이 문제가 있어서 폐지됐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중복 투자나 의사 결정의 효율성, 경영 판단의 선택과 집중을 위한 컨트롤 타워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회사 안팎의 분들과 얘기를 해도 많은 분들이 지금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컨트롤 타워가 운영된다고 한다면 그것이 과거와 같은 오류를 범하지 않게 준법의 틀 안에서 운영될 수 있도록 준법 감시의 역할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 준법감시위원회가 운영되면서 삼성도 많은 변화가 생겼을 것 같다
=삼성에 준법 경영 문화를 체질화시켰다는 점에서 큰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분들이 이렇게 말씀하세요. 예전에도 업무적인 결정을 할 때 준법위반 여부를 검토하는 프로세스가 있었지만, 준법감시위원회가 생긴 이후로는 최고 경영진부터 실무자까지 '이 사안이 준감위가 검토를 한 사안이냐'라고 물을 정도로 생활화, 체질화가 되었다는 것이죠. 가장 보람을 느끼는 부분입니다.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에 대해서 미리 제거를 하는 것이죠. 최근에도 이사회 안건에 부의하는 것이 임의적인 사안인데 이사회 부의 전에 준감위에 검토를 요청한 적도 있습니다. 그만큼 상호 간에 신뢰를 쌓아가고 있는 점이 가장 보람이 있었습니다.
▲ 2023년 연례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주로 살핀 부분이 있다면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은 현재 삼성의 준법 경영이 처한 현실을 냉정하게 분석해 보고, 준법 경영이라는 측면에서 준감위가 권고할 사항이 무엇인지를 한번 검토해 봤습니다. 이제 '컨트롤 타워의 재건'이라든지 '지배 구조의 개선'이라든지 무엇보다도 중요한 거는 '원활한 소통'을 강조했습니다. 조직 안에서만의 소통이 아니라 밖에서 삼성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해 투명한 소통도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 삼성 위기론이 고조되고 있다. 배경이 어디에 있다고 보나
=위기가 아니라고는 말할 수 없겠죠. 그렇지만 삼성 만의 위기인지에 대해서는 한번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위기는 국내외적인 공통 이슈인 것 같습니다. 그중에 삼성은 국내 최고의 기업이자 글로벌 기업이기 때문에 더 눈에 띄는 것이죠. 삼성이 그동안 성장을 이어왔고 더 도약할 수 있음에도 '정체를 겪는 게 아닌가'에 대한 우려가 위기론으로 나온 것 같습니다. 제가 안에서 보기에 삼성은 위기론을 극복할 수 있는 역량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역량을 어떤 식으로 표출시킬지는 경영진이 판단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준법적인 측면에서는 저희도 충분히 조언을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 그룹을 이끌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부정적 시각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과거 삼성 컨트롤 타워(미래전략실)가 준법적이지 못한 역할을 수행하면서 부정적인 시각이 남아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도나 시스템은 그 시대의 상황에 맞게 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법률과 판례도 시대에 따라서 변하죠. 지금은 중복 투자 방지나 의사 결정의 효율성, 경영 판단의 선택과 집중을 위한 컨트롤 타워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회사 안팎의 분들과 이야기를 해도 많은 분들이 '지금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결정된 건 없지만 컨트롤 타워가 다시 운영된다면 그것이 과거와 같은 오류를 범하지 않게 준법의 틀 안에서 운영될 수 있도록 준법적 보조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컨트롤 타워는 온전히 경영을 위한 것, 국민·주주·기업을 위한 것이어야지 최고경영자를 위한 기구가 되면 안 되죠. 칼이 사람을 죽일 때도 쓰이지만 요리를 할 때도 쓰이잖아요. 훌륭한 도구를 잘 쓰도록 준법적 견제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 얼마전 인사 이동과 조직 개편이 있었다. 일각에서는 소극적 개편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영진이 아니기 때문에 인사와 조직개편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알지 못합니다. 인사는 경영 판단의 문제이기 때문에 제가 직접 관여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닙니다. 다만, 그 인사가 어떠한 효과를 내는지는 지켜봐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조직이 변화하려면 사람이 변해야 되고, 사람이 변하는 방법은 사람을 교체하는 방법과 사람의 생각을 변화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사람의 교체와 생각의 변화가 같이 이뤄져야 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인사가 소폭이냐 대폭이냐'는 부분이 그렇게 중요한 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삼성의 변화 필요성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1993년 이건희 선대 회장님의 신경영 선언이 삼성의 성장의 배경이 됐었죠. 그런데 지금은 또 다른 환경에 놓여 있습니다. 국내외적인 환경이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환경이고, 삼성 내부 구성원들의 생각도 30년 전과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현재에 맞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그러한 생각의 전환의 기본은 뼈를 깎는 각성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 법조인으로서 이재용 회장의 2심 판결에 대해 예상한다면
=저는 대한민국 사법부를 신뢰합니다. 1심 판결도 신뢰하고, 그 이후에 나올 대한민국 사법부의 판결을 신뢰합니다. 판사님들께서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해 현명한 판단을 하실 거라고 믿고, 판결 결과를 섣불리 예측하는 것은 제 능력 밖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2심도 무죄가 나온다면 경영 공백을 해소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 등기이사 복귀에 대한 생각은
=세계적 기업의 최고 경영자가 이렇게 많은 재판에 참석하는 점이 안타까웠습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며 기업을 이끌어야 하는데, 법정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국가적으로도 손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삼성 주식이 1주도 없지만, 국민들의 개인연금·퇴직연금·국민연금이 삼성에 어마어마한 투자를 하고 있지 않습니까. 원칙적으로는 주주들의 기업이겠지만 국민의 기업이라고도 할 수 있죠. 사법 리스크에서 빨리 해소돼서 글로벌 경영 시장에서 국민 기업으로서 활동할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이 회장이) 등기이사에 올라야 할 이유는 '책임 경영을 하는구나'라는 부분을 보여줄 수 있다고 봅니다. 내부 구성원들에게 소속감을 갖게 하고, 하나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데 필요한 부분인 것 같아요. 우리의 대표가 전면에 나서서 '우리와 함께 일하고 있구나'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책임 경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그 전제로서 빨리 사법 리스크가 해소됐으면 하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 이재용 회장과 소통하면서 어떤 부분을 주로 언급하나
=준법과 관련한 업무도 말씀드리고, 일반 국민들이 갖고 있는 의견들, 제가 전해 듣는 것들을 가감 없이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삼성에 대한 아주 따가운 비판까지도 그대로 정확하게 전달해 드리고 있습니다.
▲ 미국의 트럼프 재집권, 국내 정치 불확실성도 삼성이 마주한 숙제다
=대한민국의 가장 큰 리스크는 정치 리스크라고 생각합니다. 전문적이지 못한 이들이 본인의 경험과 판단만으로 어떤 제도를 쉽게 도입하거나 상대방을 공격하거나 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비상계엄도 그러한 정치권의 후진성의 발로라고 보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서 발생한 리스크가 결국 큰 손해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다만, 대한민국 국민이 정말 현명한 국민이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업의 구성원들은 다 국민들입니다. 그 국민들이 현명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정치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법이 필요하고, 이에 대한 견제가 더 엄격하게 이루어져야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 국회에서 상법 개정과 국회증언법 개정 같은 경제계를 향한 입법이 이어지고 있다
=어떠한 법률이나 제도를 성급하게 도입하는 것만큼 위험한 건 없습니다. 상대방의 의견을 듣고 양쪽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본인은 옳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은 옳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그 시점에서 옳았지만 조금 지나면 옳지 않게 되는 일들이 너무 많습니다. 어떤 제도를 변화시킬 때는 더 많은 숙고가 필요합니다. 저희도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서 여러가지 안을, 모델을 검토하고 있지만 그 중에 하나를 쉽게 선택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 제도가 미칠 후과를 고민하기 때문입니다. 정치권이 만든 제도가 과연 국민 전체에게 이익이 되는 것인지, 아니면 본인의 업적이나 성과로 표시하기 위해서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 반성하고 고민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특정 입법을 말씀드리지는 않겠습니다. 그러나 입법 중에는 반대 의견이 충분히 반영됐는지, 그 입법이 나오는 과정에서 본인의 판단이나 비슷한 생각을 가진 의견만이 반영된 건 아닌지를 고민해봐야합니다. 제가 사법부를 신뢰하는 이유가 최소한 양쪽 이야기는 공평하게 듣고 결론을 내리기 때문입니다.
▲ 올해 삼성은 방사능 피폭 이슈나 이제 해외에서의 파업, 사상 초유의 노조 파업 등 노동 이슈가 이어졌다
=기업의 주인은 주주입니다. 삼성은 국민 기업이라고도 할 수 있죠. 주주의 위임을 받아서 일하는 사람들은 임직원입니다. 두 축으로 이뤄진 거죠. 임원과 직원이라는 두 축의 권리가 평등하게 보장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어떤 면에서는 지위가 약간 열악하다고 볼 수 있는 근로자의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삼성은 경험한 지가 얼마 안되지만 노조라거나 근로자의 기본적인 요구에 대해서 더 많은 경청의 시간이 앞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근로자 측에서도 기업이 처한 입장을 고려하면서 본인들의 요구 사항이 국민 눈높이에 맞는지, 국민의 잣대로 인용될 수 있는지를 판단하면서 서로 상생하는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서는 가닥이 잡힌 게 있는지
=지배구조에 대해서 많은 부분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사외이사 분들이 이사회 의장을 맡는다든지 다양한 시도들이죠. 이러한 수평적 지배 구조는 한 걸음씩 진보하고 있다고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다만, 오랜 시간 다져진 수직적 지배 구조는 섣불리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완전한 답을 얻기 전까지는 고민을 계속 해야 되고, 고민을 하는 중입니다. 하지만 국내외 정세에 예측 못한 변수들이 등장하고 있고, 삼성 내부에서도 다양한 위기 상황들이 발생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국민과 주주가 다 인정할 수 있는 모델을 아직 찾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 남은 3기 준감위 활동 중에서 이 부분에 집중을 해보겠다 이런 부분이 있을까
=실현 가능한 수평적 지배 구조 개선과 관련돼서 아직 실현되지 못한 부분을 임기 중에 가급적 완성시키고 싶습니다. 사외이사분들의 독립성을 조금 더 강화하고, 그분들이 회사 운영에 있어서 의사표현을 할 때 조금 더 힘이 실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더 욕심을 낸다면 수직적 지배 구조에 대해서도 가장 근사한 답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장>
△1965년생 △연세대 법학과 졸업 △제40회 사법시험 합격 △제94대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제50대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 △연세대 법무대학원 특임교수 △한국기자협회 자문위원장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객원교수 △SBS 시청자위원회 위원장 △서울고등법원 조정위원 △법무법인 율촌 고문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
전효성기자 zeon@wowtv.co.kr
▷관련기사: [단독] "이재용 등기이사 올라야…전폭적 변화 필요"
이 위원장은 18일 법무법인 율촌 사무실에서 한국경제TV와의 인터뷰를 통해 "조직의 변화를 위해서는 사람이 변해야 하고, 사람이 변하려면 사람의 생각이 변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1993년 고 이건희 선대회장이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보라'고 말했던 신경영 선언을 언급했다. 뼈를 깎는 각성과 노력을 통해 변화해야 삼성을 둘러싼 위기론을 극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이재용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와 삼성그룹의 컨트롤 타워의 재건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재용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9년째 이어지며 법정에 묶여있는 동안 글로벌 경영환경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회장은 내년 2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부당합병 의혹과 관련해 2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1심에서는 부당합병과 관련한 19가지 혐의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 위원장은 "삼성은 원칙적으로는 주주들의 기업이겠지만, 국민의 기업이라고도 할 수 있다"며 "사법 리스크에서 빨리 해소돼서 글로벌 경영 시장에서 활동할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도 사법 리스크를 벗게 되면 등기이사에 올라 대내외적으로 책임 경영을 보여줘야 한다"고 언급했다.
삼성그룹의 컨트롤 타워와 관련해서는 "과거 미래전략실이 문제가 있어서 폐지됐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중복 투자나 의사 결정의 효율성, 경영 판단의 선택과 집중을 위한 컨트롤 타워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회사 안팎의 분들과 얘기를 해도 많은 분들이 지금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컨트롤 타워가 운영된다고 한다면 그것이 과거와 같은 오류를 범하지 않게 준법의 틀 안에서 운영될 수 있도록 준법 감시의 역할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 준법감시위원회가 운영되면서 삼성도 많은 변화가 생겼을 것 같다
=삼성에 준법 경영 문화를 체질화시켰다는 점에서 큰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분들이 이렇게 말씀하세요. 예전에도 업무적인 결정을 할 때 준법위반 여부를 검토하는 프로세스가 있었지만, 준법감시위원회가 생긴 이후로는 최고 경영진부터 실무자까지 '이 사안이 준감위가 검토를 한 사안이냐'라고 물을 정도로 생활화, 체질화가 되었다는 것이죠. 가장 보람을 느끼는 부분입니다.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에 대해서 미리 제거를 하는 것이죠. 최근에도 이사회 안건에 부의하는 것이 임의적인 사안인데 이사회 부의 전에 준감위에 검토를 요청한 적도 있습니다. 그만큼 상호 간에 신뢰를 쌓아가고 있는 점이 가장 보람이 있었습니다.
▲ 2023년 연례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주로 살핀 부분이 있다면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은 현재 삼성의 준법 경영이 처한 현실을 냉정하게 분석해 보고, 준법 경영이라는 측면에서 준감위가 권고할 사항이 무엇인지를 한번 검토해 봤습니다. 이제 '컨트롤 타워의 재건'이라든지 '지배 구조의 개선'이라든지 무엇보다도 중요한 거는 '원활한 소통'을 강조했습니다. 조직 안에서만의 소통이 아니라 밖에서 삼성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해 투명한 소통도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 삼성 위기론이 고조되고 있다. 배경이 어디에 있다고 보나
=위기가 아니라고는 말할 수 없겠죠. 그렇지만 삼성 만의 위기인지에 대해서는 한번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위기는 국내외적인 공통 이슈인 것 같습니다. 그중에 삼성은 국내 최고의 기업이자 글로벌 기업이기 때문에 더 눈에 띄는 것이죠. 삼성이 그동안 성장을 이어왔고 더 도약할 수 있음에도 '정체를 겪는 게 아닌가'에 대한 우려가 위기론으로 나온 것 같습니다. 제가 안에서 보기에 삼성은 위기론을 극복할 수 있는 역량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역량을 어떤 식으로 표출시킬지는 경영진이 판단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준법적인 측면에서는 저희도 충분히 조언을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 그룹을 이끌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부정적 시각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과거 삼성 컨트롤 타워(미래전략실)가 준법적이지 못한 역할을 수행하면서 부정적인 시각이 남아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도나 시스템은 그 시대의 상황에 맞게 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법률과 판례도 시대에 따라서 변하죠. 지금은 중복 투자 방지나 의사 결정의 효율성, 경영 판단의 선택과 집중을 위한 컨트롤 타워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회사 안팎의 분들과 이야기를 해도 많은 분들이 '지금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결정된 건 없지만 컨트롤 타워가 다시 운영된다면 그것이 과거와 같은 오류를 범하지 않게 준법의 틀 안에서 운영될 수 있도록 준법적 보조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컨트롤 타워는 온전히 경영을 위한 것, 국민·주주·기업을 위한 것이어야지 최고경영자를 위한 기구가 되면 안 되죠. 칼이 사람을 죽일 때도 쓰이지만 요리를 할 때도 쓰이잖아요. 훌륭한 도구를 잘 쓰도록 준법적 견제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 얼마전 인사 이동과 조직 개편이 있었다. 일각에서는 소극적 개편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영진이 아니기 때문에 인사와 조직개편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알지 못합니다. 인사는 경영 판단의 문제이기 때문에 제가 직접 관여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닙니다. 다만, 그 인사가 어떠한 효과를 내는지는 지켜봐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조직이 변화하려면 사람이 변해야 되고, 사람이 변하는 방법은 사람을 교체하는 방법과 사람의 생각을 변화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사람의 교체와 생각의 변화가 같이 이뤄져야 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인사가 소폭이냐 대폭이냐'는 부분이 그렇게 중요한 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삼성의 변화 필요성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1993년 이건희 선대 회장님의 신경영 선언이 삼성의 성장의 배경이 됐었죠. 그런데 지금은 또 다른 환경에 놓여 있습니다. 국내외적인 환경이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환경이고, 삼성 내부 구성원들의 생각도 30년 전과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현재에 맞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그러한 생각의 전환의 기본은 뼈를 깎는 각성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 법조인으로서 이재용 회장의 2심 판결에 대해 예상한다면
=저는 대한민국 사법부를 신뢰합니다. 1심 판결도 신뢰하고, 그 이후에 나올 대한민국 사법부의 판결을 신뢰합니다. 판사님들께서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해 현명한 판단을 하실 거라고 믿고, 판결 결과를 섣불리 예측하는 것은 제 능력 밖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2심도 무죄가 나온다면 경영 공백을 해소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 등기이사 복귀에 대한 생각은
=세계적 기업의 최고 경영자가 이렇게 많은 재판에 참석하는 점이 안타까웠습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며 기업을 이끌어야 하는데, 법정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국가적으로도 손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삼성 주식이 1주도 없지만, 국민들의 개인연금·퇴직연금·국민연금이 삼성에 어마어마한 투자를 하고 있지 않습니까. 원칙적으로는 주주들의 기업이겠지만 국민의 기업이라고도 할 수 있죠. 사법 리스크에서 빨리 해소돼서 글로벌 경영 시장에서 국민 기업으로서 활동할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이 회장이) 등기이사에 올라야 할 이유는 '책임 경영을 하는구나'라는 부분을 보여줄 수 있다고 봅니다. 내부 구성원들에게 소속감을 갖게 하고, 하나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데 필요한 부분인 것 같아요. 우리의 대표가 전면에 나서서 '우리와 함께 일하고 있구나'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책임 경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그 전제로서 빨리 사법 리스크가 해소됐으면 하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 이재용 회장과 소통하면서 어떤 부분을 주로 언급하나
=준법과 관련한 업무도 말씀드리고, 일반 국민들이 갖고 있는 의견들, 제가 전해 듣는 것들을 가감 없이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삼성에 대한 아주 따가운 비판까지도 그대로 정확하게 전달해 드리고 있습니다.
▲ 미국의 트럼프 재집권, 국내 정치 불확실성도 삼성이 마주한 숙제다
=대한민국의 가장 큰 리스크는 정치 리스크라고 생각합니다. 전문적이지 못한 이들이 본인의 경험과 판단만으로 어떤 제도를 쉽게 도입하거나 상대방을 공격하거나 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비상계엄도 그러한 정치권의 후진성의 발로라고 보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서 발생한 리스크가 결국 큰 손해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다만, 대한민국 국민이 정말 현명한 국민이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업의 구성원들은 다 국민들입니다. 그 국민들이 현명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정치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법이 필요하고, 이에 대한 견제가 더 엄격하게 이루어져야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 국회에서 상법 개정과 국회증언법 개정 같은 경제계를 향한 입법이 이어지고 있다
=어떠한 법률이나 제도를 성급하게 도입하는 것만큼 위험한 건 없습니다. 상대방의 의견을 듣고 양쪽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본인은 옳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은 옳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그 시점에서 옳았지만 조금 지나면 옳지 않게 되는 일들이 너무 많습니다. 어떤 제도를 변화시킬 때는 더 많은 숙고가 필요합니다. 저희도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서 여러가지 안을, 모델을 검토하고 있지만 그 중에 하나를 쉽게 선택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 제도가 미칠 후과를 고민하기 때문입니다. 정치권이 만든 제도가 과연 국민 전체에게 이익이 되는 것인지, 아니면 본인의 업적이나 성과로 표시하기 위해서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 반성하고 고민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특정 입법을 말씀드리지는 않겠습니다. 그러나 입법 중에는 반대 의견이 충분히 반영됐는지, 그 입법이 나오는 과정에서 본인의 판단이나 비슷한 생각을 가진 의견만이 반영된 건 아닌지를 고민해봐야합니다. 제가 사법부를 신뢰하는 이유가 최소한 양쪽 이야기는 공평하게 듣고 결론을 내리기 때문입니다.
▲ 올해 삼성은 방사능 피폭 이슈나 이제 해외에서의 파업, 사상 초유의 노조 파업 등 노동 이슈가 이어졌다
=기업의 주인은 주주입니다. 삼성은 국민 기업이라고도 할 수 있죠. 주주의 위임을 받아서 일하는 사람들은 임직원입니다. 두 축으로 이뤄진 거죠. 임원과 직원이라는 두 축의 권리가 평등하게 보장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어떤 면에서는 지위가 약간 열악하다고 볼 수 있는 근로자의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삼성은 경험한 지가 얼마 안되지만 노조라거나 근로자의 기본적인 요구에 대해서 더 많은 경청의 시간이 앞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근로자 측에서도 기업이 처한 입장을 고려하면서 본인들의 요구 사항이 국민 눈높이에 맞는지, 국민의 잣대로 인용될 수 있는지를 판단하면서 서로 상생하는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서는 가닥이 잡힌 게 있는지
=지배구조에 대해서 많은 부분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사외이사 분들이 이사회 의장을 맡는다든지 다양한 시도들이죠. 이러한 수평적 지배 구조는 한 걸음씩 진보하고 있다고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다만, 오랜 시간 다져진 수직적 지배 구조는 섣불리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완전한 답을 얻기 전까지는 고민을 계속 해야 되고, 고민을 하는 중입니다. 하지만 국내외 정세에 예측 못한 변수들이 등장하고 있고, 삼성 내부에서도 다양한 위기 상황들이 발생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국민과 주주가 다 인정할 수 있는 모델을 아직 찾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 남은 3기 준감위 활동 중에서 이 부분에 집중을 해보겠다 이런 부분이 있을까
=실현 가능한 수평적 지배 구조 개선과 관련돼서 아직 실현되지 못한 부분을 임기 중에 가급적 완성시키고 싶습니다. 사외이사분들의 독립성을 조금 더 강화하고, 그분들이 회사 운영에 있어서 의사표현을 할 때 조금 더 힘이 실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더 욕심을 낸다면 수직적 지배 구조에 대해서도 가장 근사한 답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장>
△1965년생 △연세대 법학과 졸업 △제40회 사법시험 합격 △제94대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제50대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 △연세대 법무대학원 특임교수 △한국기자협회 자문위원장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객원교수 △SBS 시청자위원회 위원장 △서울고등법원 조정위원 △법무법인 율촌 고문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
전효성기자 zeon@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