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2' 캐릭터 '영희' 조형물이 설치된 모습. / 사진=최혁 기자
지난 1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2' 캐릭터 '영희' 조형물이 설치된 모습. / 사진=최혁 기자
넷플릭스가 SBS와 손을 잡았다. SBS의 신작과 기존 드라마·예능·교양 프로그램을 국내 넷플릭스 회원들에게 제공하고, 일부 신작 드라마는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동시 공개하는 내용이 골자다.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SBS를 비롯한 지상파 방송국 프로그램이 킬러 콘텐츠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Waave)가 타격을 입을 전망. 나아가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으로 넷플릭스를 견제하는 대형 토종 OTT를 만들겠다는 구상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손잡은 넷플릭스-SBS '윈윈' 노린다

넷플릭스는 SBS는 서울 목동 SBS 방송센터에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를 통해 넷플릭스는 보다 폭넓은 한국 콘텐츠를 제공해 구독 수요를 유입하고, SBS는 자사 콘텐츠를 글로벌 무대로 확장하는 등 ‘상호 윈윈(win-win)’ 효과를 노린다. ‘피지컬: 100’처럼 지상파는 제작, 넷플릭스가 투자·유통하는 방식이 아닌 전격 파트너십이란 차이점이 있다.

협약에 따라 내년부터 넷플릭스에서 ‘런닝맨’ ‘그것이 알고 싶다’ ‘골 때리는 그녀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같은 SBS 인기 예능·교양 프로그램을 볼 수 있다. ‘모래시계’부터 ‘스토브리그’, ‘펜트하우스’까지 SBS 드라마 흥행작들도 선보인다.

내년 하반기부터는 SBS 신작 드라마 중 일부 작품이 전 세계에 동시 공개된다. 이와 관련해 넷플릭스는 “다양한 언어의 자막, 더빙 제작은 물론 현지 홍보 및 마케팅 활동을 펼쳐 K콘텐츠 경쟁력 제고에 이바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SBS 방문신 사장(왼쪽)과 넷플릭스 강동한 한국 콘텐츠 부문 VP가 협약 체결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 사진=넷플릭스 제공
SBS 방문신 사장(왼쪽)과 넷플릭스 강동한 한국 콘텐츠 부문 VP가 협약 체결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 사진=넷플릭스 제공
방문신 SBS 사장은 “이번 협약은 ‘지상파 TV를 넘어 글로벌로 가자’는 SBS의 미래전략에 기반한 것이다. 넷플릭스와의 협력을 통해 K콘텐츠 세계화에 더욱 공헌하고 양측 모두에게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동한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부문 부사장(VP·Vice President)도 “SBS와의 협력은 한국형 스토리텔링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한층 더 알리는 새로운 이정표”라고 의미 부여했다.

웨이브 '타격'…티빙과의 합병도 영향?

앞서 넷플릭스는 지상파 3사에게 기존보다 유리한 콘텐츠 공급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웨이브에 독점 공급해온 지상파 드라마·예능·교양 프로그램 등의 콘텐츠를 넷플릭스에서도 서비스하려는 포석이었다.

넷플릭스는 여전히 OTT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화제가 되던 오리지널 콘텐츠들이 다소 뜸해지는 등 국내 시청자들을 붙들어둘 콘텐츠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드라마·스포츠 콘텐츠를 보강한 토종 티빙, 쿠팡플레이 등이 추격해오자 넷플릭스는 최근 네이버와도 손을 잡는 등 접점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당장 웨이브는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핵심 경쟁력인 지상파 3사 프로그램 중에서 SBS가 넷플릭스에도 콘텐츠를 공급한다면 그만큼 구독자들이 OTT 플랫폼 가운데 굳이 웨이브를 선택할 유인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티빙 모회사 CJ ENM과 웨이브 대주주 SK스퀘어는 총 2500억원을 투자해 웨이브가 발행한 전환사채(CB)를 인수, 본 궤도에 오른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 작업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 10월 기준 월간활성이용자(MAU) 787만명인 티빙과 427만명인 웨이브가 합치면 1167만명인 넷플릭스와 맞먹는 수준으로 올라서지만 이번 넷플릭스와 SBS의 파트너십으로 힘이 빠질 수 있어서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