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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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주지훈이 '조명가게' 연출을 맡은 김희원 감독에 대한 강력한 신뢰감을 드러냈다.

주지훈은 20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조명가게' 인터뷰에서 "(김)희원 형이 연락이 와서 '작품에 대해 할 얘기가 있다'고 하더라"라며 "'어떤 거냐'고 했더니, '내 꺼'라고 하기에 바로 다음 날 만나 얘기를 나눴다"며 캐스팅 과정을 전했다.

그러면서 "참고로 이걸 결정한 건 '무빙' 전이었다"며 "'무빙'이 잘돼 한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조명가게'는 어두운 골목 끝을 밝히는 유일한 곳 '조명가게'에 어딘가 수상한 비밀을 가진 손님들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2023년 '무빙'을 통해 글로벌 신드롬을 일으킨 강풀 작가의 두 번째 각본 작품이자 배우 김희원의 첫 연출작으로 화제를 모았다.

주지훈은 신비로운 조명가게를 지키고 있는 사장 정원영을 연기했다. 정원영은 가게를 찾아온 손님들을 반기기보다는 어떻게 오셨는지, 찾는 것이 있는지 물으며 그들을 상세히 관찰하는 인물이다. 다음은 주지훈과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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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회까지 공개됐다. 어떻게 봤을까.

작품을 재밌게 봐주신 거 같아서 기분이 좋다. 본래 반응을 찾아보진 않는데, 저의 알고리즘이 추천을 해주더라. 다행이다.

▲ 김희원 감독의 첫 연출작이다. 어떻게 출연하게 됐을까.

전화가 왔는데 '추천할 작품이 있다'고 하더라. '어떤거냐'고 했더니 본인이 하는 작품이라고 해서 바로 다음 날 만났다. 원래 강풀 작가님을 좋아하지만, '조명가게' 원작은 보지 않은 상태였다. 그래서 대본부터 선입견 없이 읽었다.

▲ 원영은 초반에 많은 것들이 감춰져 있는 인물이다.

희원이 형이 저에게 친하니까 반 장난으로 '네가 하고 싶은 걸 해봐' 이렇게 말했다. 전 이 작품 자체가 재밌었다. 다 살펴보고 난 후 '원영을 하겠다'고 한 게, 원영은 일종의 관객의 시선이라고 생각했다. 캐릭터 개인적인 서사가 후반부에 있지만, 감독과 관객의 시선이 아닌가 싶었다. 언제부턴가 제가 캐릭터 하나에 몰입하기보다는 감독님, 작가님을 만나서 얘기하고 있더라. 작품 전반적인 것에 대한 관심이 많다. 그걸 먼저 하다 보니 캐릭터는 저절로 나오는 거 같다. 이 작품은 미스터리 호러로 시작한다. 그런 분위기가 4부까지 간다. 제가 조명가게 호스트이고, 게스트가 찾아오는 설정이다. 그 안에서 미스터리함과 호기심을 계속 자극해야 하는데, 원래도 배우는 미장센 중 하나지만 여기선 더더욱 미장센 중 하나라 생각했다. 기본적으로 연기는 자연스러워 생각하는데, 이 친구는 호흡이 자연스럽지 않을 때가 꽤 있다. 저는 '경계를 지키는 자야'라고 처음부터 보여주면 단절된 상태로 보일 수 있고, 현실적이지 않다고 시청자들이 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 보이지 않는 역할이다.

그게 그동안 쌓여왔다. 저희 쪽에선 '메소드형 배우', '프로듀스형 배우' 이렇게 나뉜다고 한다. 저는 프로듀스형 배우라는 얘길 데뷔 때부터 많이 들었다. 저는 촬영장에서 렌즈를 바꿀 때도 '왜 바꾸냐' 이런 질문을 했었다. 그런 과정들을 보니까, '왜 이렇게 되는가'가 항상 궁금했던 거 같다. 저는 영화도 영화이지만 제작기를 항상 재밌게 봤다. 희원이 형이랑 얘기를 해보니 형도 그런 스타일이었다. 참고로 이걸 결정한 건 '무빙' 전이었다. '무빙'이 잘돼 한 게 아니다.

▲ 감독으로 김희원은 어땠나.

최고다. 모든 감독이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훌륭한 감독님도 있지만, 다 이렇게 해야 한다고 본다. 배우는 월세살이다. 이집 저집 다니는 거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비교가 되지 않나. 프리프러덕션을 하는 것만 봐도 '이렇게 하면 잘 만들겠다' 싶을 때가 있다. 어떻게 하면 잘하는지 정답은 안다. 닭가슴살 먹고 4개월 운동하면 누구나 좋은 몸을 가질 수 있다. 하지 않는 거뿐이다.

▲ 계속 선글라스를 끼고 나오다 보니 눈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들에 제약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작품은 배우가 끌고 가는 게 아니다. 기획 의도가 확실하고, 메시지가 뚜렷하다. 제가 연기로 뭘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저와 상대 배우, 공간까지 미장센이다. 그 정서로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걸 믿고 갔다. 그리고 저희 배우진이 너무 훌륭하다. 그래서 믿고 던질 수 있었다. 이 정도 멤버가 모이고, 이렇게 철두철미하게 준비했다면 표현하려는 게 구현될 확률이 더 높겠다 싶었다.

▲ 조명가게에는 여러 사연을 가진 손님들이 찾아오는데, 가장 마음이 가는 사연은 뭐였을까.

아무래도 부성애 모성애 같다. 제가 직접 경험을 한 거니까. 성소수자의 연인은 제가 이성애자라 경험하지 못했고, 반려견도 저도 키우고 있지만 그런 상황을 겪지 못했으니까. 확실히 제가 느낀 거에 더 많이 마음이 간다.

▲ 이정은이 딸 설정이었다.

연기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좋은 팀이라고 계속 말하는 게, 글도 좋고 배우도 좋았다. 편집으로 순서가 바뀌긴 했지만, 인물의 서사는 굉장히 디테일하게 쌓여 있다. 여기에 이정은 배우와 같은 좋은 동료가 있어서 나 혼자 할 수 없는 영역이 나온다. 정은 선배가 전구를 달려고 들어오는 장면이 있다. 저는 내용을 알고 있지만, 몰라야 한다. 그 감정을 어떻게 유지해야 할지 고민했는데, 감정이 끄집어내는 게 아니라 감정을 참는 싸움이더라. 그렇게 좋았다.

▲ 주변에서 고생하면서 찍었는데, 쉽게 찍었다는 말도 나왔을 거 같다.

인정한다. 그런데 이런 건 있다. 제가 제 나이 또래보다 안 해본 장르가 없다. 제가 진지한 장르를 하면서 '가벼운 장르를 하는 게 편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가벼운 장르를 할 때 '진지한 장르는 무게만 잡으면 되는 거 아니야' 하기도 했다. 그래서 다 해봤더니 정말 다 힘들더라. 발바닥을 맞느냐, 따귀를 맞느냐다. 다 아프다. 불쾌함이 다를 뿐.(웃음)

▲ 많은 작품을 하고 있다.

운이 좋게 다들 찾아주셔서 쉬면 새 작품을 준비하게 됐다. 그런 걸 준비할 때 저는 사람을 만난다. 혼자 하지 않는다. 저는 일이랑 사생활이 분리된 사람은 아니다. 술친구도 배우, 감독, 작가, 제작자들만 만난다. 시선이 비슷하니까. 저도 흥미가 생겨서 저절로 그렇게 되는 거 같다. 그들을 만나는 게 제일 재밌다.

▲ 연기 외에 관심이 있는 분야가 있을까.

저는 연출이 아닌 제작에 관심이 많다. 돈을 끌어 오는 사람(웃음). 그건 부차적이고 사실 재밌는 걸 끌어오는 사람이다. 작품이라는 걸 만들 수 있는 사람. 콘텐츠를 기획하고 만드는 것에 흥미가 있다. 그게 목표대로 되진 않지만, 열심히 만들고는 있다.

▲ 왜 연출은 흥미가 없을까.

제작에 참여해서 아이디어를 낼 때 꽤 많은 칭찬을 받았다. 그리고 꽤 많이 적용됐다. 제가 연출은 해본 적이 없다. 연극영화과 전공을 해서 학교에서라도 작게 작품을 한 것도 아니고. 그런 경험이 없어서 두려워서 그런지. 현장에 가서 회의하고 이런 것들은 누구보다 잘하는 건 모르지만 열심히 할 자신은 있다. 그런데 후반 작업이 자신 없다.

▲ '조명가게'와 전혀 다른 분위기의 tvN '사랑은 외나무다리'에서로도 사랑받고 있다.

둘 다 사랑받아서 너무 좋다. 어릴 땐 그냥 하는 얘기였는데, 지금은 너무 감사하다. 저도 지금까지 연기하면서 사랑받는 작품이 있고, 외면받는 작품이 있었다. 외면받을 땐 가슴이 찢어진다. 열심히 한다고 해서 모든 게 사랑받는 게 아니라는 걸 안다. 저희는 관객이 있어야 존재하는 거니까. 그래도 늘 열심히 한다.

▲ '사랑은 외나무다리에서'는 오랜만에 로맨틱 코미디다.

'로고가 처음이 아닌데 왜 처음이라고 하냐'는 말을 들었다. 제가 한 거 중에, 장르로는 로코가 처음인 거다. '하이에나' 같은 것도 위트 있는 연기, 캐릭터를 한 건 맞는다, 장르가 그건 아니니까. '궁'도 (윤)은혜 역할은 로코다. 하지만 제 연기는 판타지다. 연기는 비슷하게 했지만 기획 의도가 달랐던 거다.

▲ 작품을 선택하는 자신만의 기준이 있을까.

저는 관객으로 모든 장르를 다 좋아한다. 뮤지컬 연극도 잘 보러 다닌다. 대본을 봤을 때 쉽게 넘어가는 걸 선호한다. 지금도 판타지가 있는데 뒤적이는 걸 하지 않는다. 스크립트로 자료조사가 돼 있고, 완벽하게 캐릭터가 구현됐는데 제가 이해를 못 하면 시청자, 관객도 이해 못할 거라 생각한다.

▲ 김희원 감독의 차기작에도 출연할 의사가 있나.

물론이다. 대본도 보지 않겠다. 투자사는 별로 좋아하지 않을 말일 수 있지만, 김희원 감독 같은 사람과 작업을 할 때 흥행 여부와 상관없이 저도 많이 느끼고 얻는 게 있다. 저도 작품 하나를 하면 제 인생의 6개월 정도를 투자하는 건데, 저에게 있어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거 같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