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이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낭독회에서 현지 학생들과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이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낭독회에서 현지 학생들과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경사가 가득했다. 한강과 황석영 등 한국 작가들이 세계에서 주목받았고, 출판 시장은 상시 불황이라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책을 찾았다. 서울국제도서전에 사람이 몰리고 Z세대 사이에선 책 읽는 모습을 자랑하는 텍스트힙이 유행했다. 전 연령층에 걸쳐 필사 열풍이 불고 한국 소설이 잇달아 영상화됐다. 출판계에 희망이 싹튼 한 해였다.

1. 한강, 아시아 여성 첫 노벨문학상

소설가 한강이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아시아 여성 작가로도 처음이었다. ‘한강 열풍’이 불며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 <작별하지 않는다> 등 대표작들이 수상 발표 5일 만에 100만 부 넘게 팔렸다. 인쇄소는 밤새워 책을 찍어내야 했다.

2. 독서는 멋진 일 ‘텍스트힙’ 유행

독서는 멋진 일 ‘텍스트힙’ 유행
독서는 멋진 일 ‘텍스트힙’ 유행
20대인 Z세대에 ‘읽는 것은 멋지다’는 텍스트힙이 유행했다. 이들은 소셜미디어에 책 읽는 모습, 책 표지, 책 속 문장 등을 찍어 올린다. 과시용 독서라는 힐난도 있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출판계도 반색했다. 문학동네가 카프카 100주기를 맞아 홍익대에 단 3일 연 팝업스토어 카페 ‘뮤지엄 카프카’엔 600여 명이 몰려 상품이 일찍 동나기도 했다.

3. 스마트폰 시대에 ‘필사책’ 열풍

스마트폰 시대에 ‘필사책’ 열풍
스마트폰 시대에 ‘필사책’ 열풍
책 속 문장을 손으로 쓰는 필사가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마음의 안정을 찾고 문해력도 키울 수 있다고 했다. 텍스트힙과도 맞물렸다. <하루 한 장 나의 어휘력을 위한 필사 노트> <더 좋은 문장을 쓰고 싶은 당신을 위한 필사책> 등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상반기에만 100여 종의 필사책이 출간됐다.

4. 쇼펜하우어·니체 등 철학서 인기

쇼펜하우어·니체 등 철학서 인기
쇼펜하우어·니체 등 철학서 인기
새해 벽두부터 쇼펜하우어 바람이 불었다.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는 7개월 가까이 베스트셀러 20위권에 머물렀다. 쇼펜하우어를 다룬 신간은 지난해 15종에서 51종으로 대폭 늘었다. <초역 부처의 말> 같은 불교 서적, 철학자 니체의 사상을 쉽게 풀어낸 <혼자일 수 없다면 나아갈 수 없다> 등도 주목받았다. 고된 현실 속에 위로와 통찰을 찾는 사람이 늘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5. 스크린 사로잡은 한국 소설들

스크린 사로잡은 한국 소설들
스크린 사로잡은 한국 소설들
한국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잇달아 극장에 걸렸다. 장강명 소설 <한국이 싫어서>, 박상영의 <대도시의 사랑법>, 김혜진의 <딸에 대하여> 등이다. 조해진의 <로기완을 만났다>는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으로 공개됐다. 영상화 가능한 매력적인 이야기가 한국 문학에서 많이 생산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정세랑 장편 <시선으로부터,>, 김초엽 단편 ‘스펙트럼’도 영상화에 들어갔다.

6. 국내 서점가 휩쓴 클레어 키건

국내 서점가 휩쓴 클레어 키건
국내 서점가 휩쓴 클레어 키건
지난해 아일랜드 소설가 클레어 키건의 <맡겨진 소녀>와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 국내 출간됐을 때 열렬한 반응은 없었다. 출판사 다산책방조차 잘 팔릴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이동진 영화평론가가 추천한 후 인기가 치솟으며 서점가를 휩쓸었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 독자들이 2024년 ‘올해의 책’ 1위로 꼽은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최근 킬리언 머피 주연의 영화로 개봉하며 다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7. 김애란 작가, 13년 만의 장편소설

김애란, 13년 만의 장편소설
김애란, 13년 만의 장편소설
김애란은 ‘젊은 거장’으로 통한다. 단편을 통해 탁월한 문장과 이야기를 전해왔다. 그런 그가 13년 만에 두 번째 장편소설 <이중 하나는 거짓말>을 펴내자 이목이 쏠렸다.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성장’에 관한 이야기로 김애란은 “성장이란 시점 바꾸기가 아닐까 싶다”고 했다.

8. 황석영, 국제부커상 최종 후보

황석영, 국제부커상 최종 후보
황석영, 국제부커상 최종 후보
황석영의 장편소설 <철도원 삼대>가 국제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한국 작가 책이 최종 후보에 오른 것은 벌써 다섯 번째. 2016년 한강이 <채식주의자>로 한국인 최초로 이 상을 받았고, 정보라의 <저주토끼>, 천명관의 <고래> 등이 최종 후보에 올랐다.

9. 서울국제도서전 성공적 홀로서기

서울국제도서전 성공적 홀로서기
서울국제도서전 성공적 홀로서기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의 다툼 속에 국내 최대 책 축제인 서울국제도서전이 정부 지원 없이 열렸다. 흥행은 대성공이었다. 출협에 따르면 지난 6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5일 동안 열린 도서전에 15만 명이 찾아 지난해 13만 명보다 2만 명 늘었다. 20~30대가 많이 찾은 것이 흥행을 도왔다.

10. ‘책 만들 때 세액공제’ 논의 급물살

출판계에서 영화처럼 세액공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책 제작비 중 일정 비율을 출판사가 납부하는 법인세나 소득세에서 공제하는 제도다. 한강의 노벨상 수상 등 한국 출판계가 세계 무대에서 성과를 내면서 탄력을 받았다. 관련 법안이 발의돼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