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나도 레모네이드 팔 거야!"
“나도 레모네이드 만들어 팔아볼래.”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이던 어느 날 느닷없이 말했다. 읽은 책에서 아이들이 레모네이드를 만들어 거리에서 팔더라는 것이다. <레몬으로 돈 버는 법>이란 어린이 경제 책이었다. 거리에서 레모네이드를 만들어 판매하는 모습은 미국 영화에 종종 등장한다. 미국에선 실제로 여름이면 어린이들이 판매하는 레몬스탠드가 곳곳에 세워진다. 주말에 레모네이드를 팔아서 번 돈으로 부모님 병원비를 마련하기도 하고 어려운 친구를 돕기도 한다. 이런 문화와 의미를 아는 어른들은 아이들의 레모네이드를 잘 사 준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런 문화가 없지 않은가. ‘손님이 음료를 마시고 탈이 나면 어쩌나’ ‘식품위생법에 저촉되지 않는지’ ‘가판대는 어떻게 허가받아야 하는 거지?’ 등등 갖가지 복잡한 문제로 머릿속이 엉켜버렸다. 그러다가 방법을 찾았다. 바로 집에서 카페를 여는 것이다.

“우리, 홈카페를 해보는 게 어떨까?” “홈카페?”

“응, 집에서 과일 주스, 어른들을 위한 커피, 홍차 등 다양한 음료를 파는 거지.” “누구한테?”

“우리 가족, 할머니, 할아버지, 이모, 이모부, 사촌 동생 또 손님들.”

골똘히 생각하더니 하겠다고 했다. 메뉴를 정하고 메뉴판에 가격을 써넣었다. 첫 메뉴판의 가격은 당황스러울 정도로 저렴했다. 아메리카노 300원, 카페라테 400원. 집에 있는 캡슐커피 머신을 사용하기도 했는데, 재료인 커피 캡슐 한 개의 가격보다도 싼 가격이었다. 필자가 커피머신과 캡슐, 티포트, 우유, 과일 등의 재료와 기계를 제공하고 재료비와 기계 대여료를 받겠다고 했기에 팔면 팔수록 손해였다. 1주일이 지나고 결산하는데 완전 손실이었다. 아이는 가격이 싸서 손해 봤다는 걸 금세 눈치챘다.

“무조건 재료비와 대여료 합한 것보단 비싸야겠군.” “아, 맞아. 그렇지. 그럼 커피 한 잔에 100만원이면 어떨까?”

그러자 아이는 “100만원이면 누가 사 먹겠느냐”고 웃었다. 설문 양식을 만들어서 각 메뉴에 얼마까지 돈을 낼 의향이 있는지 조사하기로 했다. ‘생산비용보다 비싸게, 수요자들의 지불 의향 가격보다는 싸게’라는 원칙을 세워두고 가격을 정했다. 재료를 좀 더 저렴하게 구매하는 방법을 찾아보기도 했다. 방학 때는 특정 요일 점심시간쯤 오면 볶음밥을 해주는 행사도 열었다. 행사 사실을 가족 신문을 통해 홍보하기도 했다. 홈카페 활동을 통해서 판매 계획, 재료 구입, 적정 가격 책정, 마케팅 등 기업 활동 전반의 과정을 배운 셈이다. 지금은 홈카페가 확장돼 ‘도서관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음료 판매와 더불어 책 대여도 하는 것. 집에서 작은 사업 기회를 마련하면 아이들은 기업가로서 능력을 한껏 발휘한다. 자녀와 함께 다양한 사업 아이템을 구상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