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재-어피니티, 교보생명 '풋옵션價 전쟁'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어피니티 컨소시엄 간 분쟁의 주요 쟁점으로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이 떠오르고 있다.

교보생명 지분 24%를 보유한 어피니티 측은 신 회장에게 주당 40만9000원(액면분할 전 기준)에 주식을 되사갈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신 회장은 어피니티 투자 원금인 주당 24만5000원 이상 지급할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일각에선 생존 위기에 직면한 국내 생명보험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교보생명의 기업가치가 예상보다 낮게 매겨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신 회장, 내달 풋옵션가 제시해야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제상업회의소(ICC)는 신 회장과 어피니티 컨소시엄 간 2차 중재에 대해 “신 회장은 즉각 외부 기관을 지정해 풋옵션 가격 산정에 나서야 한다”고 판결했다. 어피니티 측이 ICC에 제기한 청구가 일부 인용된 것이다. 이에 따라 신 회장은 다음달 중순까지 풋옵션 가격을 제시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하루 20만달러(약 2억9000만원)에 달하는 간접 강제금을 내야 한다.

교보생명과 어피니티 측은 풋옵션 가격을 두고 또 한번 맞붙을 전망이다.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2012년 교보생명 지분 24%를 주당 24만5000원(총 1조2000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2018년 풋옵션을 행사하며 주당 가격으로 40만9912원을 요구했다. 하지만 신 회장 측은 터무니없는 가격이라며 풋옵션 행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해 8월 교보생명이 우리사주조합과 골드만삭스 등으로부터 자사주 2%를 매입할 당시 주당 가격은 19만8000원이었다.

실제 국내 증시에 상장된 다른 생명보험사의 기업가치를 통해 교보생명 주가를 추정하면 10만~20만원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위 생명보험사인 삼성생명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44배다. 한화생명(0.14배) 미래에셋생명(0.32배) 동양생명(0.25배) 등의 PBR도 0.5배를 넘지 않는다. 4개 생보사의 PBR을 단순 평균한 값(0.29배)에 교보생명 자본총계(순자산)를 곱하면 시가총액은 약 3조1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시가총액을 발행 주식 수(1억250만 주)로 나누면 교보생명의 예상 주가는 약 3만611원이다. 2019년 단행한 5분의 1 액면분할 이전 주가로 환산하면 약 15만3000원이다. 상대적으로 높은 삼성생명의 PBR을 적용하더라도 교보생명의 예상 주가는 액면분할 전 기준 23만2220원에 그친다.

○ 핵심은 기업가치 산정

교보생명의 건전성이 좋지 않은 점도 변수다. 교보생명의 지급여력(K-ICS) 비율은 지난 6월 기준 161.2%(경과조치 전 기준)로 삼성생명(201.6%)보다 크게 낮다. 이 때문에 교보생명의 PBR이 삼성생명보다 낮은 수준에서 형성될 것이란 분석이 많다.

향후 신 회장 측이 제시한 풋옵션 가격이 어피니티 측 가격과 10% 이상 차이 날 경우 어피니티는 제3의 평가기관 3곳을 제시하게 된다. 그중 하나를 신 회장이 택하면 이 기관에서 풋옵션가를 내놓고, 해당 가격과 어피니티의 취득 가격(주당 24만5000원) 중 더 비싼 값을 최종 가격으로 정하게 돼 있다. 풋옵션 가격에 따라 신 회장이 지급해야 하는 금액은 1조원 가까이 차이가 날 전망이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