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혁신기업의 밸류체인에 집중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인기를 끌고 있다. 올 들어서만 ETF 설정액이 세 배 넘게 늘어났다. 빅테크 주가의 높은 변동성을 피하면서 해당 분야의 중장기적 성장에 올라타려고 하는 수요가 커지면서다. 퇴직연금 계좌에서도 빅테크 비중을 높이고 싶은 투자자가 많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밸류체인 ETF 급성장

테슬라·MS·일라이릴리…기업 밸류체인 ETF '뭉칫돈'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빅테크 밸류체인에 투자하는 ETF 9개가 국내 증시에 상장돼 있다. 3개는 작년에, 6개는 올해 신규 상장했다. 이들 ETF가 추종하는 밸류체인은 미국 엔비디아 테슬라 마이크로소프트 일라이릴리 등으로 다양하다. 미국 기업 외에 대만 반도체 기업 TSMC, 인도 자동차기업 타타그룹 등을 밸류체인으로 추종하는 상품도 있다.

글로벌 기업 밸류체인 ETF의 설정액은 올 들어 세 배 넘게 급증했다. 연초 2055억원에서 이날 기준 7165억원으로 248% 늘었다. 같은 기간 해외주식형 펀드 전체의 설정액 증가율(29.5%)을 크게 웃돈다.

가장 많은 돈이 몰린 상품은 엔비디아를 비롯해 TSMC, ARM홀딩스, SK하이닉스 선물 등 인공지능(AI) 반도체 밸류체인에 투자하는 ACE 엔비디아밸류체인액티브다. 이 상품 설정액은 1430억원을 기록했다. 이어 ACE 구글밸류체인액티브(510억원), ACE 마이크로소프트밸류체인액티브(450억원), KODEX 인도타타그룹(435억원) 순이었다.

○변동성 줄이면서 빅테크 집중투자

글로벌 빅테크 밸류체인 ETF는 빅테크 기업에 집중 투자하면서도 ‘리스크(위험) 헤지’를 원하는 투자자 사이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다. 남용수 한국투자신탁운용 ETF운용본부장은 “개별 종목은 하루에도 주가가 10% 넘게 오르내릴 수 있지만 여러 기업을 묶으면 변동성이 그보다 훨씬 낮아진다”며 “이들 상품의 수익률과 리스크는 일반 종목 투자와 패시브 펀드 투자의 중간 정도”라고 설명했다.

퇴직연금의 빅테크 노출 비중을 높이고 싶어 하는 사람도 이 ETF의 주요 소비자다. 임태혁 삼성자산운용 ETF운용본부장은 “퇴직연금 계좌로는 일반 종목을 매수할 수 없고, 국내에서는 단일 종목 ETF 출시도 금지돼 있다”며 “연금의 빅테크 노출 비중을 키우려는 사람들이 밸류체인 ETF를 매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단기 성과는 제각각이다. 최근 6개월 수익률이 가장 높은 상품은 ACE 테슬라밸류체인액티브로 81.42%를 기록했다. 이어 KODEX 테슬라밸류체인FactSet(28.63%), ACE 마이크로소프트밸류체인액티브(14.49%) 등이 뒤를 이었다. 지난달 설정된 ACE 일라이릴리밸류체인의 최근 1개월 수익률은 7.22%였다.

반면 최근 6개월 수익률에서 ACE 엔비디아밸류체인액티브(-15.29%), TIGER TSMC파운드리밸류체인(-13.29%), ACE 애플밸류체인액티브(-0.79%) 등은 부진했다. 다만 이들 상품의 최근 3개월 수익률은 각각 17.74%, 8.70%, 14.97%로 회복 흐름을 보이고 있다.

양병훈/배태웅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