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등에 환차익을 노린 뭉칫돈이 ‘달러 예금’에 몰리고 있다. 환차익은 물론 금리 인하기에 원화 예금보다 높은 금리 혜택까지 더해져 당분간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달러 예금 잔액(19일 기준)은 559억3900만달러(약 81조2000억원)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 523억6700만달러(약 76조원)에서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5조2000억원 이상 불어났다.

달러 예금에 고객이 몰린 것은 폭등한 환율 때문이다. 이달 들어서만 원·달러 환율이 50원 넘게 올랐다. 현재 환율이 달러당 1450원대까지 급등했지만, 여전히 고객들은 달러 예금이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외화 예금은 100달러 소액 고객부터 수천억원을 맡기는 기업까지 고객층이 다양하다. 환율 단기 급등기에는 달러를 원화로 바꾸려는 수요가 증가한다. ‘고점’이라고 판단한 이들이 서둘러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기 때문이다.

최근 상황은 딴판이다. 추가 상승 가능성을 더 높게 본 투자자들이 서둘러 달러를 통장에 채우는 분위기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특히 환율에 민감한 기업들이 조금이라도 싼 가격에 달러를 확보해놓기 위해 달러 예금을 크게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화 예금보다 금리도 높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3.00%로 낮추면서 국내 은행들은 발 빠르게 예금 금리를 하향 조정했다. 기본 예금 금리는 연 2%대까지 낮아졌다. 반면 달러 예금은 미국 중앙은행 기준금리를 따라간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연 4.25%다. 이에 맞춰 국내 은행들이 판매하는 달러 예금은 연 4%대(12개월 기준) 이자를 제공하고 있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단기 예금을 찾는 고객도 급증하는 추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6개월 이상 1년 미만 정기예금 잔액은 197조5452억원(지난 10월 말 기준)으로 통계를 작성한 2001년 이후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