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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닛산·혼다 통합' 뒤엔…'전기차 야심' 폭스콘 위협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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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닛산·혼다 통합추진 막전막후

    '30년 닛산맨' 폭스콘 CSO로
    닛산 지분 41% 보유한 르노 접촉
    프랑스 현지서 르노와 물밑협상

    전기차 파운드리 육성나선 대만
    닛산 해외자본 인수 방어나선日
    "사실상 日·대만 정부 대리전"
    애플 아이폰을 수탁생산하는 대만 폭스콘이 전자업계에선 이름이 전혀 알려지지 않은 일본인을 최고전략책임자(CSO)로 영입한 것은 지난해 2월이었다. 주인공은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의 수석부사장(2019년)을 지낸 세키 준. 전자업체가 닛산에서만 30년 넘게 일한 자동차 전문가를 핵심 보직에 앉힌 것이나, 대만 기업이 일본인을 영입했다는 점에서 업계에선 “무슨 꿍꿍이가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폭스콘이 세키 CSO를 영입한 이유에 관한 의문이 1년10개월 만에 풀렸다. 혼다와 합병을 논의하고 있는 닛산 인수전에 폭스콘이 뛰어든 것으로 확인돼서다.

    ○닛산 인수 나선 폭스콘

    '닛산·혼다 통합' 뒤엔…'전기차 야심' 폭스콘 위협 있었다
    20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세키 CSO는 대만과 프랑스를 오가며 닛산 인수 작업을 지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세키 CSO의 주선으로 루카 데메오 르노 최고경영자(CEO)와 류양웨이 폭스콘 회장의 회담이 이달 성사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폭스콘의 전략은 르노가 보유한 닛산 지분을 인수하는 것. 르노는 지난 10월 기준으로 닛산 지분 41%를 갖고 있다. 17%는 직접 들고 있고, 나머지 24%는 프랑스 신탁회사 피듀시 뉴턴에 맡겼다. 폭스콘은 닛산을 인수해 전기차 시장에 본격 진출할 계획이다.

    폭스콘과 르노의 협상 소식이 알려지자 우치다 마코토 사장 등 닛산 경영진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르노가 보유하고 있는 닛산 지분을 팔려면 닛산 측의 동의가 필요한데, 닛산 경영진은 세키 CSO에게 반감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세키 CSO가 닛산에서 수석부사장을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회사를 떠났기 때문이다. 세키 CSO가 회사를 배신했다는 것이 닛산 내부의 일반적인 정서다.

    이에 혼다가 ‘백기사’로 나섰다. 혼다는 2019년 말부터 닛산과 합병을 검토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이 덮치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이후 지난 8월 닛산과 전기차 및 소프트웨어(SW) 분야에서 포괄적 업무협약을 맺으며 사업 협력으로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폭스콘의 참전 소식에 혼다는 닛산과의 통합으로 급선회했다. 일본 자동차업계에서는 혼다와 닛산이 관련 협상을 이르면 23일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만-일본 정부 힘겨루기

    폭스콘이 닛산 인수에 나서고, 혼다가 방어에 나선 현 구도는 사실상 전기차 산업을 둘러싼 대만과 일본 정부 간 대리전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만 정부는 2040년부터 대만에선 전기차만 판매한다는 정책을 2022년 발표했다.

    TSMC가 보유한 반도체 기술과 폭스콘이 보유한 전자제품 제조기술을 활용해 전기차를 미래 먹거리로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2026년까지 50억대만달러(약 2200억원)를 전기차 동력과 핵심부품 연구개발(R&D)에 지원할 예정이다.

    아이폰을 17년 넘게 생산하며 연 매출 273조원 기업으로 성장한 폭스콘의 자동차 분야 진출 야심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TSMC가 반도체 설계업체의 주문을 받아 대신 생산해주는 파운드리 모델을 그대로 도입해 ‘자동차 파운드리’ 기업이 된다는 목표를 세웠다. 최근 자체 전기차 플랫폼 ‘MIH’를 만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폭스콘이 2016년 인수한 샤프는 MIH 플랫폼 기반 콘셉트카 LDK플러스를 지난 9월 내놓았다.

    일본 정부는 닛산이 대만 손에 넘어가는 걸 막기 위해 혼다를 지원 사격하고 있다. 닛산이 넘어가면 자동차 왕국 일본의 위상도 함께 추락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폭스콘의 닛산 인수 추진과 혼다의 닛산 합병 추진 발표 뒤에는 대만 정부와 일본 정부 간 물밑 힘겨루기가 있다”며 “닛산이 어디로 넘어가든 글로벌 자동차업계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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