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투자 트렌드
ESG, 이젠 양보다 질…전문가들이 꼽은 2025 투자 키워드는
‘주춤은 하지만 멈추지 않는다’.
을사년 새해를 맞아 전문가들이 내놓은 ESG 투자 전망이다. 안티 ESG, 그린워싱 논란부터 반(反)ESG 정책을 앞세운 트럼프 정부의 재집권까지 온갖 악재투성이 한 해를 보냈지만, 여전히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ESG 투자가 연초 잠시 주춤할 순 있지만, 글로벌 ESG 트렌드에 미치는 전반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2025년 새해 ESG 투자 전망을 들어봤다.

AI가 본 ESG의 미래

대신증권에 따르면, 2024년 11월 글로벌 ESG 펀드로 약 932억 달러가 순유입됐다. 글로벌 ESG 펀드 순유입 규모는 환경(E) 부문이 320억 달러로 가장 많았고, 사회(S) 부문 310억 달러, 지배구조(G) 부문 314억 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유럽 ESG 펀드로 962억 유로가 순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월 대비 235억 유로 증가한 수치다. 미국 역시 ESG 펀드로 전월보다 18억 달러 늘어난 33억 달러가 순유입됐다.


ESG, 이젠 양보다 질…전문가들이 꼽은 2025 투자 키워드는


대신증권은 인공지능(AI)에 ‘향후 미국 내 ESG와 친환경 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까?’라고 물었다. 이에 AI는 “트럼프의 재선은 연방 차원에서 ESG 규제를 완화하고 화석연료 산업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그러나 ESG는 연방 정책의 변화에 좌우되지 않는 글로벌이고, 구조적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어 소비자, 투자자 그리고 글로벌 시장의 압력이 지속됨에 따라 기업과 주정부는 ESG 요소를 더욱 독자적으로 유지하거나 강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또 “결과적으로 미국 기업은 연방 규제의 축소에도 불구하고 주정부 정책과 글로벌 시장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자율적으로 ESG 이니셔티브를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시장의 우려에도 ESG 정책 방향이 크게 훼손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학습된 AI의 답변인 셈이다.

전문가들도 같은 의견을 내놓았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안티 ESG와 그린워싱 논란에도 ‘질(質)’은 개선되는 중”이라고 현 상황을 평가했다. “시장은 단순한 ESG 채권 발행보다는 기업의 실질적 탈탄소화 전환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이는 발행 규모 감소에도 불구하고 지속가능연계채권(SLB) 시장이 질적 성장 단계에 진입했음을 시사한다”는 분석이다.

손서원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반ESG 기조로 인한 정책 불확실성으로 2025년 초 ESG 자산 신규 유입과 기업 투자가 일시적으로 주춤할 수 있지만, 글로벌 ESG 트렌드에 미치는 전반적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그 이유로 ESG 자산의 중심이 유럽에 있다는 점을 꼽았다. 손 연구원은 “글로벌 ESG 자산의 약 70%는 유럽이 차지하고 있어 유럽 정책이 더 영향력 있는 변수인데,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유럽의 경쟁력 강화 수단으로 청정산업 딜을 활용할 것이라는 정책 방향성을 언급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내 초당적 지지를 얻고 있는 청정경쟁법(CCA)이 2025년에 통과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긍정적 요인이다.

CCA는 미국판 탄소국경제도(CBAM)로 국가 간 탄소집약도(생산량 대비 탄소배출량) 차이를 바탕으로 관세를 부과한다. 미국은 이미 타 국가보다 탄소집약도가 낮아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탄소집약도를 지속적으로 유지 또는 개선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유럽과 미국 모두 자국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고 탄소관세 부과를 위해서는 저탄소 기술에 투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탄소 다배출 업종의 저탄소 전환을 위한 수소, 원자력, 탄소포집·저장(CCS) 기술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ESG, 이젠 양보다 질…전문가들이 꼽은 2025 투자 키워드는


국내외 주목 포인트는

새해 주목할 만한 국내 변화로는 ▲금융위의 전환 금융 활성화 ▲녹색여신 확대 ▲배출권거래 제도 개선 ▲국민연금의 책임투자 정책 강화 등이 꼽힌다. 탄소집약적 산업의 저탄소 전환에 집중하는 글로벌 동향과 국내외 정책 방향성을 염두에 두고 저탄소 전환 솔루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기후 대응 예산은 전년 대비 총 9.6% 증가했는데, 산업 부문 탄소감축을 위한 산업 저탄소화와 녹색금융에 집중될 전망이다. 환경부의 탄소중립 설비투자 지원사업이 약 900억 원에서 2130억 원으로136.1% 증가했다. 환경부 무공해차 충전 인프라 구축사업 예산은 26.45% 뛰었다.

삼성증권은 탄소배출권 가격 상승도 기대되는 부문으로 꼽았다. “환경부는 유상 할당(현재 10%)을 부문·업종별 상향 조정하는 제4차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을 연내 확정할 예정”이라며 “2031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 경로가 포함되지 않은 탄소중립 기본법 제8조 제1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감축 경로 설정을 위한 논의를 시작해 2025년 탄소규제 강화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글로벌도 별반 다르지 않다. 글로벌 투자평가사 모닝스타는 내년 ESG 투자 키워드로 ▲환경·사회·거버넌스 규제 ▲탄소 전환 투자 ▲지속가능한 채권 ▲글로벌 ESG 펀드 지형 재편 ▲생물다양성 금융 ▲AI 윤리를 꼽았다.

연초마다 두각을 내는 상품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24년 1분기 ESG 펀드 전체 평균 수익률은 5.99%다. 이 중 한화그린히어로펀드의 경우 연 16.73%로, 수익률이 가장 높았다.

해당 펀드를 운용하는 은기환 한화자산운용 매니저는 2024년 말 운용 보고서를 통해 “AI 데이터센터의 직접 수혜 15.9%, 테슬라 자율주행 연방 승인 관련 15.7%, AI에 따른 전력 부족 수혜 58.7% 등 미국 에너지 전환과 AI에 투자한 비중이 90.3%”라며 “AI가 공통분모다. AI는 기후 위기 대응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하며, 동시에 포트폴리오 수익률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미 포트폴리오는 정치를 넘어서는 더 큰 변화의 줄기에 투자하고 있다. 미국 대선으로 인한 단기 조정은 오히려 매수 기회”라고 언급했다.

박재원 한국경제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