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숲을 지켜낸 네몬테 넨키모 /Amazon Frontlines 홈페이지
아마존 숲을 지켜낸 네몬테 넨키모 /Amazon Frontlines 홈페이지
<우리가 우리를 구한다>는 영화 ‘아바타’를 떠올리게 하는 책이다. 저자 네몬테 넨키모는 에콰도르 아마존 열대우림에 사는 와오라니 부족 사람이다. 정부가 아마존 땅을 석유 기업들에 경매로 부치려는 계획에 맞서 소송을 벌여 승소를 끌어낸 주역이다. 넨키모의 회고록인 이 책은 그가 열대 우림 깊은 곳의 와오라니 마을에서 보낸 어린 시절부터 2020년 타임지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중 한 명으로 꼽힌 환경 운동가가 되기까지의 여정을 기록했다.

넨키모가 어렸을 때 평화롭던 마을에 비행기를 타고 외부인들이 찾아왔다. 이들은 사탕, 옷, 귀걸이, 인형 등을 가져왔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신기한 물건을 가진 선교사가 찾아왔고, 부족을 ‘구원’한다는 명분으로 원주민 문화를 하나씩 지워나갔다. 뒤이어 석유 기업과 정부 소속 사람들이 방문해 돈을 쥐여주며 부족민들을 공사 현장으로 데려갔다. 마을의 한 원로는 빵과 코카콜라를 받고선 내용도 잘 모르는 계약서에 지장을 찍고는 석유회사가 학교와 병원을 지어주기로 했다며 자랑스럽게 말하기도 했다.
영화 ‘아바타’ 같은 이야기… 아마존 지켜낸 원주민 활동가 [서평]
외부 문명에 매혹된 것은 주인공인 넨키모도 마찬가지였다. “너도 신의 딸이 될 수 있다”는 선교사의 말에 이끌려 열 네 살에 마을을 떠나 에콰도르 수도 키토에서 성경 공부를 했다. 하지만 선교사 중 한 명에게서 반복적으로 성폭행을 당하는 등 갖은 고난을 겪고 탈출했다.

돌아온 마을은 옛날과 달랐다. 젊은 와오라니족 사람들은 맥주와 돈에 유혹당했고, 석유 기업들의 횡포는 더 커졌다. 석유 채굴 과정에서 식수원이 오염되면서 지구상에서 가장 깨끗한 물을 마시던 부족이 되려 석유 기업에 물을 구걸하기에 이르렀다. 심지어 에콰도르 정부는 원주민 땅을 석유 기업에 넘기려 경매에 부치기까지 했다.

넨키모는 땅을 지키기 위한 싸움에 나섰다. 다른 아마존 부족들과 연대했다. 부족끼리는 서로 다른 언어를 쓰지만 숲의 지혜를 공유하고, 원주민의 역사와 이야기가 담긴 아마존 숲 지도를 만들어 이곳이 단지 ‘빈 땅’이 아님을 증명하려 했다.

책은 거대 권력으로부터 숲을 구하는 여정을 담은 동시에, 문명사회의 우리가 잃은 가치들을 돌아보게 한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우리의 숲과 생활 양식을 지키기 위한 이 싸움이 사실상 전 세계를 지키기 위한 싸움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의 숲을 잃게 되면서 바다 건너편에서 홍수가 일어났고, 다른 대륙에서 화재와 가뭄이 일어났다는 걸 알게 됐다. 우리가 모두 연결되어 있어서 아마존을 지키는 것이 곧 우리 모두의 고향인 어머니 대지를 지키는 일이라는 사실을, 전 세계의 다른 사람들도 알게 되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