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고까지 털어 도망갔다"…푸틴 절친 기업의 만행
시리아를 철권통치해 온 바샤르 알아사드 전 대통령의 최대 비호 세력이었던 러시아의 한 기업이 수년간 아사드 정권과 손잡고 시리아 경제를 약탈한 정황이 드러났다는 외신의 보도가 나왔다.

2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보도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인 러시아 에너지 재벌 겐나디 팀첸코 소유 기업 스트로이트란스가스는 지난 2019년 시리아의 핵심 자원인 인산염을 가공하는 비료 공장에 약 1억6천만파운드(약 2천918억원)의 투자를 약속했다.

당시 스트로이트란스가스는 투자 대가로 시리아 중부 카티나에 위치한 해당 비료 공장의 최대 주주로 등극하며 40년간 사실상 소유권을 넘겨받았다.

그러나 러시아 측의 이러한 투자 약속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공장에서 24년을 일한 시리아 직원 호맘 카수하는 텔레그래프에 러시아인들이 지난 5년간 인근 타르투스 항구를 통해 생산된 인산염 등 자원을 빼갔으며, 약속했던 투자는 단 한 푼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카수하는 스트로이트란스가스가 대주주가 된 이후 지난 5년간 이들이 시설에 한 투자는 러시아 측 직원 50여명이 쓸 사무실에 한 리모델링 작업뿐이었다고 말했다. 또 시리아 국영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도 했으며, 약 1억파운드(약1천824억원) 어치의 천연가스를 돈을 내지 않고 이용하기도 했다고 시리아 측 직원들은 전했다.

이러한 공공연한 약탈 행위는 아사드 정부의 묵인 속에서 이뤄졌다.

카수하는 공장의 회계 장부들을 근거로 러시아 측에 여러 차례 항의했으나 돌아오는 건 무시 뿐이었다고 했다. 그는 "도둑질을 하는 것은 러시아인들이었지만, 더 끔찍한 것은 그들의 도둑질이 우리 정부에 의해 묵인되고 장려된다는 사실을 안다는 것이었다"면서 "우리가 항의할 때마다 그들은 '우리가 누군지 아느냐, 우리는 아사드와 직접 연락을 할 수 있다'고 말하곤 했다"고 밝혔다.

카티나의 이 비료 공장에서 벌어진 공공연한 약탈 행위는 지난 10여년간 아사드 정권의 손을 잡은 러시아가 시리아 국가 경제를 얼마나 잔혹하게 약탈했는지를 보여주는 축소판일 뿐이라고 텔레그래프는 짚었다.

러시아군은 2015년 시리아 내전에 개입해 아사드 정부가 반군을 몰아내고 내전에서 사실상 승리하는 데에 결정적인 도움을 줬다. 그러나 그 대가는 러시아군이 시리아의 항구를 자신들의 해군 기지로 쓰는 것에 그치지 않았으며, 이미 취약한 시리아의 경제를 러시아가 장악하는 것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도움으로 아사드 정권이 반군을 밀어낸 후 시리아의 석유 및 가스 사업은 당시 러시아 정부의 지원을 받던 민간 용병 조직인 바그너그룹의 소유로 넘어갔다. 아사드 전 대통령 자신도 수 조원에 달하는 자산을 러시아로 빼가 이를 러시아 정부의 군사 지원에 대한 대가로 지불하고 러시아 내에 자산을 사들였다.

아사드 전 대통령은 이달 초 반군이 수도 다마스쿠스로 몰려오자 가족들과 함께 모스크바로 도주해 망명한 상태다.

아사드 정권의 몰락과 함께 시리아 비료 공장을 약탈하던 스트로이트란스가스의 직원들도 근처 항구를 통해 급히 도망간 것으로 전해졌다.

카수하는 러시아 직원들이 도망가는 순간에도 공장의 금고를 털어갔으며 노트북부터 현금, 백금 30㎏ 등 돈이 되는 것을 다 가져갔다고 말했다.

아사드 정권을 몰아내고 시리아 실권을 잡은 반군 세력 하야트타흐리르알샴(HTS·레반트 해방기구)의 지역 대표인 아부 하산 알키아르는 공장 직원들에게 이번 달 월급을 지불하고 생산 작업 재개 계획을 세우기 위해 지역 공무원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시리아) 경제를 재건하듯 이 공장도 재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이휘경기자 ddehg@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