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R 0.3배? 경영권 내놔야"…드러난 '이재명式 밸류업'?
"회사 주가순자산비율(PBR=시가총액÷순자산)이 0.3배라고요? 그 기업은 적대적 인수합병(M&A) 당해야죠."

지난 1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에 여의도 증권가는 들썩였다. 그는 토론회에 나온 심팩 최고재무책임자(CFO)에게 불쑥 회사 PBR을 물었다. PBR 0.3배 답변을 듣더니 '적대적 M&A' 발언을 꺼냈다.

이 대표 발언에 재계의 불만은 상당했다. PBR 0.3배 미만인 롯데지주 GS 넥센 등 국내 주요 지주사를 "적대적 M&A 타깃으로 지목한 것"이라는 반발이 나왔다. 하지만 증권가 일각에서는 "저평가 종목 경영진이 반성해야 한다"며 이 대표 발언을 옹호하고 있다. 이른바 '이재명식 밸류업' 구상의 단면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이재명 대표는 당시 토론회에서 심팩 CFO에게 "회사 주가가 지나치게 저평가된 데도 시장이 과도하게 평화적이지 않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1000원짜리인데 300원밖에 안 한다면 (경영권을) 사야 한다”며 “그게 경쟁을 촉발해 주가를 정상화하는 것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그는 증시에 대한 이해가 넓다는 평가가 많았다. 2022년 5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수십 년 동안 전업에 가깝게 주식 투자를 했다"며 “선물·옵션까지 손대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전세금만 빼고 모든 재산을 날렸다”고 고백한 바도 있다.

한때 10억원대 주식을 굴리는 정치권의 '왕개미'로 통하기도 했다. 관보에 따르면 2018년 3월 말에는 이 대표의 보유 주식은 SK이노베이션 2200주,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 4500주, KB금융 2300주, LG디스플레이 8000주, 성우하이텍 1만6000주 등이었다. 당시 시가로 13억1000만원어치에 달했다. 하지만 경기도 지사에 당선된 2018년에 광역단체장 주식 보유 금지 규정에 따라 주식을 모두 매각했다.

하지만 20대 대선 직후에 주식 투자를 재개했다. 2022년 10월 국회공보에 따르면 그는 HD한국조선해양 1670주, HD현대중공업 690주 등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는 주식을 모두 정리했다.

'PBR 0.3배' 수준의 저평가 기업은 경영권 공격을 받아도 된다는 이 대표의 발언을 놓고 재계의 우려는 크다. 지난 20일 기준 PBR 0.3배 이하인 상장사는 214곳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롯데지주(PBR 0.23배) 한화(0.24배) GS(0.28배) DL(0.19배) 영풍(0.18배) 코오롱(0.27배) 넥센(0.2배) 한진중공업홀딩스(0.27배) 태광산업(0.13배) 삼양홀딩스(0.26배) 세아홀딩스(0.18배) AK홀딩스(0.25배) 크라운해태홀딩스(0.18배) 등 대기업 지주회사나 지주사 역할을 하는 기업들도 포함됐다.

한국의 주요 대기업들이 적대적 M&A의 타깃이 돼야 한다는 것이 이 대표의 논리이다. 하지만 한국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지주사 디스카운트(저평가)', 과도한 상속세율 등 상장사 주가를 둘러싼 '할인 요인'을 해소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적부터 나온다.

하지만 이 대표 발언에 대한 우호적 평가도 적잖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밸류업 정책과 맥이 맞닿아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운용사 매니저는 "PBR 0.3배 상장사는 누가 봐도 심각한 저평가 기업"이라며 "이 대표 발언이 과격하지만 시장의 상당한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