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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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이 찾아온 비상계엄에 이은 탄핵 정국 직격탄으로 2021년 3300을 웃돌던 코스피가 2400까지 주저앉았습니다. 원·달러 환율은 15년 만에 1450원을 돌파하는 등 위기가 증폭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 증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속 대사 "이러다가는 다 죽어"가 연상되는 위기상황입니다. 만약 하락이 계속되면 체력 약한 중소 상장기업들의 존폐까지 우려되는 시점이므로 비상 대책이 필요합니다.

정부와 정치인, 자본시장 전문가들의 지혜를 모아 증시 안정을 위한 해법 제시 및 실행으로 주식 및 경제살리기에 집중해야 합니다. 이에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는 K증시 위기탈출을 위한 8가지 방안을 제안합니다.

"거래소, 위클리 옵션을 주 1회로…연기금 국내증시 구원투수 역할 해야"

첫 번째, 한국거래소는 위클리 옵션을 주 1회로 줄여야 합니다. 작년 7월부터 시행 중인 주 2회(월, 목) 코스피200 위클리 옵션 만기를 주 1회로 변경해 최근 약세장에서의 가격 변동성을 축소해야 합니다. 규모가 크지 않은 우리나라 주식 시장에서의 주 2회 시행은 장점보다는 단점이 많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주로 자금력이 풍부한 외국인들이 현물 시장을 흔들어 차익을 내는 용도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주 2회 시행에 따른 거래량 증가는 지수 상승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이는 개인 투자자 재산 피해로 이어지므로 긴급 검토 후 조속히 개선돼야 합니다.

두 번째,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구원투수 역할을 해야 합니다. 끝없이 오르는 시장은 없습니다. 고평가 구간에 속한 미국보다는 저평가된 국내 시장이 향후 상승할 확률이 더 높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매수 여력이 충분함에도 소극적인 것은 향후 연금 고갈 시점에 국내 주식을 처분하면 증시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논리 때문인데요. 왜 국내 주식을 먼저 매도해야 할까요? 그 시점이 도래하면 상대적으로 비중이 높은 해외 주식 또는 채권을 일부 처분하면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올해 9월 말 현재 기금운용 포트폴리오는 국내주식 12.7%, 해외주식 34.8%, 국내채권 29.3%로 국내 주식 비중이 상당히 낮습니다. 우리 증시 침체 요인 중에 국민연금이 지속적으로 국내 주식 비중을 낮춘 것도 포함된다고 봅니다. 채권은 안전자산이지만 누적 수익률은 주식 대비 절반(55%) 수준으로 채권 비중을 소폭 축소하는 대신 국내 주식 비중을 조금 더 늘리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합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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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제안은 상법상 이사충실의무도 속히 개정돼야 합니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상법 이사충실의무 법안 개정이 늦어도 내년 2월에는 통과되기를 바랍니다. 지배주주의 일반주주 차별로 주주환원이 되지 않는 것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의 여러 요인 중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최근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ACGA)는 한국 국회에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상법 개정을 촉구하면서 개정 불발 시 투자금 회수까지 언급하는 경고를 했는데요. 여야 모두 공감했던 이슈인 만큼 재계 입장을 일부 반영 후 법안 통과가 시급하게 이뤄져야 합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세수 증대 효과 있어"

네 번째로 배당소득 분리과세도 빨리 시행돼야 합니다. 주식시장 저평가를 해소하려면 강력한 주주환원 정책이 필요한데 바로 배당소득 분리과세입니다. 2022년 말 기준 10년간 한국의 평균 주주환원율은 31%인데 미국은 92%, 미국을 제외한 선진국은 68%이며, 신흥국(38%)과 중국(32%)조차 우리보다 높은 상태입니다.

현행 배당소득세는 28년 전에 부의 재분배를 겨냥해 도입됐는데 배당 및 이자소득이 2000만원 초과 시 최고 49.5%가 적용됩니다. 그에 비해 미국은 1년 보유 시 15% 분리과세, 중국과 베트남은 10% 부과, 영국과 홍콩은 배당소득세율이 0%입니다. 우리나라의 많은 대주주는 50% 가까운 세금을 피해 배당을 아예 하지 않은 채 잉여자금을 사내 유보 후 자회사 일감 몰아주기 등 편법으로 이익을 편취해 주가 상승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지난 11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일반주주 간담회에서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부자 감세가 아닌 오히려 세수 증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발언했는데, 이는 옳은 판단입니다. 2023년 기준 배당소득 세수는 4조원인데 분리과세를 통해 배당이 확대되고 주식시장이 활성화되면 거래세 증가분을 포함해 세수가 이전보다 늘어날 것입니다. 부자 감세 논리로 주식시장 활성화를 막고 세수 증대도 막아 결국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지속시키는 우물 안 개구리 사고방식을 탈피해야 합니다.

다섯 번째, 의무공개매수제도도 시급히 도입돼야 합니다. 기업의 지배주주가 변경되는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일반주주 보유 주식을 새로운 지배주주가 매수하도록 하는 의무공개매수제도는 세계 주요 선진국들이 채택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 대다수 국가와 영국, 일본, 중국, 홍콩, 싱가포르 등은 일정 지분율 이상의 주식을 취득할 때 잔여주식 전량을 같은 가격에 취득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미국도 이사의 주주충실의무에 따라 자연스럽게 100% 공개매수를 하고 있습니다.

과거 우리나라도 전량이 아닌 50%+1주 인수 방식으로 1997년에 도입했다가 외환위기 때 국제통화기금(IMF)의 요구로 1년여 만에 폐지됐습니다.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해 전량 의무공개매수 방식으로 하루빨리 재도입해야 합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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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 부동산 불패 문화를 끝내고 주식 시장 활성화를 서둘러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오랜 기간에 걸쳐 부동산 불패 현상이 이어져 왔습니다. 금융교육이 부실한 가운데 정치인 포함 지도층의 자본시장 중요성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서 아직도 주식을 투기나 도박으로 여기는 이들이 있는데요. 이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합니다.

현재 부동산 등 비금융자산이 70%를 웃돌고 있습니다. 미국처럼 금융자산이 80%인 나라로 서서히 변화시켜야 합니다. 주식이 호황이면 경기가 살아나지만 부동산이 오르면 영향이 거의 없습니다. 주식 활성화 정책이 시급합니다. 부동산 공화국의 오명을 벗어나 중산층이 강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주식시장을 살려야 합니다.

"정치권, 대만 사례 벤치마킹해 국내 증시 가치 제고해야"

일곱 번째. 여야는 대만의 사례를 벤치마킹해야 합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3곳 중 2곳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를 밑돌고 있습니다. 눈앞보다 미래를 내다보는 정책이 절실합니다.

우리와 여러가지로 판박이인 대만 사례를 바로 벤치마킹해야 합니다. 대만은 법인세 17%(한국 25%), 상속세 최고 세율 10%(한국 60%), TSMC의 경우 주 7일 24시간 근무(한국 주 52시간) 등 감세와 규제 개혁을 통한 증시 활성화에 따라 주가순자산비율(PBR) 2.7배로 우리나라 0.8배의 3배에 이릅니다. 대만처럼 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상속세 산정 기준을 '공정자산가치'로 변경해야 합니다. 최대주주 주식 상속 시 상속세 산정 기준을 시가가 아닌 공정자산가치로 변경하면 사측의 인위적인 주가 상승 저지 행태가 사라져서 박스피 탈출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위 8가지 제안이 차곡차곡 이뤄져서 2025년이 K주식 대세 상승 준비를 완료하는 원년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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