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경제패권 마찰 격화…종착역은 '마러라고 밀약'인가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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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출범 앞두고
美·中 관계 전망 엇갈려
中, 위안화 위상 높이려
트럼프와 협약 가능성
취임식 전후 회동 주목
美·中 관계 전망 엇갈려
中, 위안화 위상 높이려
트럼프와 협약 가능성
취임식 전후 회동 주목
미국 중심의 세계 경제질서가 재현되는 ‘네오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에 특정국 최고 통수권자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어떤 관계를 설정하는지는 경제뿐만 아니라 모든 면에서 중요한 문제다. 집권 1기 때 베네수엘라, 이란, 터키 등이 겪었듯이 트럼프와 마찰을 빚으면 금융시장이 불안하고 실물경기는 침체한다. 집권 2기에는 우리가 그렇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내년 1월 20일 트럼프 정부가 공식 출범한 이후 미·중 관계에 대한 전망은 낙관론과 비관론이 공존한다. 전자는 ‘트럼프 압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굴복’이라는 전망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일단 승기를 잡으면 그대로 밀어붙이는 트럼프의 협상 방식을 고려하면 중국과의 경제패권 다툼을 미국이 의도대로 주도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후자는 현 상황에서 크게 변할 게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세계 경제패권 다툼은 그 자체가 ‘타결’ 혹은 ‘합의’와는 거리가 먼 디커플링 문제이기 때문이다.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축소)도 한계가 있다. 양국 간 경제 발전 단계와 수출입 구조가 워낙 달라 어떤 방식을 동원하더라도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가 줄어들기는 쉽지 않다.
양극단론 속에 절충점은 없을까. 집권 1기 때 경험했듯이 ‘트럼프 리스크’가 장기간 지속되면 피로 증후가 쌓여 트럼프가 같은 실수를 저지를 확률이 높다. 미국과의 갈등이 커지면 안 그래도 가뜩이나 약해진 시진핑의 리더십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한동안 잠복한 ‘제2 플라자 합의’ 논쟁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플라자 합의란 1980년대 초 국제수지 불균형의 주범인 미국과 일본 간에 엔화 강세를 유도하기 위한 합의를 말한다. 10년 동안 지속된 플라자 체제에서 엔·달러 환율은 240엔대에서 79엔대로 폭락했다. 위안화 평가 절상은 트럼프가 학수고대한 과제다. 집권 1기 때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다고 공언했다가 지키지 못했다. 트럼프가 연임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다. 집권 2기 들어서 대중국 무역적자가 줄어들지 않으면 당장 2년 후 치러질 중간선거부터 공화당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중국도 위안화 절상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시진핑 정부 출범 이후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편입,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 등을 통해 위안화의 위상을 높이려고 노력해 왔다. 중국 중심의 팍스 시니카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안전 통화로서 위안화 위상이 높아져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제통화제도는 1976년 킹스턴 회담 이후 시장의 자연스러운 힘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 국가 간 조약이나 국제협약이 뒷받침되지 않아 ‘없는 시스템(non-system)’ 혹은 ‘젤리형 시스템(jelly system)’으로 지칭된다. 이런 여건에서 미·중 간 무역 불균형을 조정하기 위해서는 ‘국가 간 조약’이 필요하다.
관건은 트럼프와 시진핑 정부가 달러화 약세와 위안화 절상폭을 어느 수준까지 받아들일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성장률이 목표치인 5%보다 낮아진 상황에서 대폭적인 위안화 절상은 중국이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렇다고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위안화 약세를 과도하게 유도하다간 트럼프 정부와 무역마찰이 더 심해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트럼프 정부도 같은 처지다. 집권 2기 들어 무역적자 축소가 아무리 급하더라도 대폭적인 달러화 약세 용인은 ‘득’보다 ‘실’이 크다. 미국의 수출입 구조가 마셜 러너 조건((외화표시 수출수요 가격탄력성+자국통화표시 수입수요 가격탄력성)>1)을 충족하지 못해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더라도 무역적자가 개선되기 힘들기 때문이다.
과도한 달러화 강세도 부담이다. 트럼프 당선 이후 달러인덱스는 ‘107’대로 뛰어올랐다. 호드릭-프레스콧 필터로 구한 장기 추세에서 5% 이상 벗어난 강세 국면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계량모델인 ‘퍼버스’(Ferbus=FRB+US)에 따르면 달러 가치가 10% 상승하면 2년 후 미국 경제 성장률은 0.75%포인트 둔화하는 것으로 나온다.
경상수지 균형 모델, 환율구조 모형 등으로 위안화 가치의 적정 수준을 따져보면 6.5위안 내외로 추정된다. 8년 전 6.8위안보다 높게(절상) 나온다. 중국의 경제 위상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앞으로 미국과 중국은 자국의 이익을 잘 반영하는 ‘스위트 스폿(sweet spot)’으로 이 수준을 지향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처럼 시스템이 없는 국제통화제도에서 명시적으로 합의할 수 없다면 묵시적인 형태로 이 수준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는 당선 이후 모든 일을 그의 자택인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하고 있다. 그곳에서 그의 취임식 전후로 시진핑과 만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성과가 있다면 ‘제2 플라자 합의’보다 ‘마러라고 밀약’이 될 확률이 높다.
내년 1월 20일 트럼프 정부가 공식 출범한 이후 미·중 관계에 대한 전망은 낙관론과 비관론이 공존한다. 전자는 ‘트럼프 압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굴복’이라는 전망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일단 승기를 잡으면 그대로 밀어붙이는 트럼프의 협상 방식을 고려하면 중국과의 경제패권 다툼을 미국이 의도대로 주도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후자는 현 상황에서 크게 변할 게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세계 경제패권 다툼은 그 자체가 ‘타결’ 혹은 ‘합의’와는 거리가 먼 디커플링 문제이기 때문이다.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축소)도 한계가 있다. 양국 간 경제 발전 단계와 수출입 구조가 워낙 달라 어떤 방식을 동원하더라도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가 줄어들기는 쉽지 않다.
양극단론 속에 절충점은 없을까. 집권 1기 때 경험했듯이 ‘트럼프 리스크’가 장기간 지속되면 피로 증후가 쌓여 트럼프가 같은 실수를 저지를 확률이 높다. 미국과의 갈등이 커지면 안 그래도 가뜩이나 약해진 시진핑의 리더십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한동안 잠복한 ‘제2 플라자 합의’ 논쟁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플라자 합의란 1980년대 초 국제수지 불균형의 주범인 미국과 일본 간에 엔화 강세를 유도하기 위한 합의를 말한다. 10년 동안 지속된 플라자 체제에서 엔·달러 환율은 240엔대에서 79엔대로 폭락했다. 위안화 평가 절상은 트럼프가 학수고대한 과제다. 집권 1기 때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다고 공언했다가 지키지 못했다. 트럼프가 연임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다. 집권 2기 들어서 대중국 무역적자가 줄어들지 않으면 당장 2년 후 치러질 중간선거부터 공화당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중국도 위안화 절상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시진핑 정부 출범 이후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편입,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 등을 통해 위안화의 위상을 높이려고 노력해 왔다. 중국 중심의 팍스 시니카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안전 통화로서 위안화 위상이 높아져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제통화제도는 1976년 킹스턴 회담 이후 시장의 자연스러운 힘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 국가 간 조약이나 국제협약이 뒷받침되지 않아 ‘없는 시스템(non-system)’ 혹은 ‘젤리형 시스템(jelly system)’으로 지칭된다. 이런 여건에서 미·중 간 무역 불균형을 조정하기 위해서는 ‘국가 간 조약’이 필요하다.
관건은 트럼프와 시진핑 정부가 달러화 약세와 위안화 절상폭을 어느 수준까지 받아들일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성장률이 목표치인 5%보다 낮아진 상황에서 대폭적인 위안화 절상은 중국이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렇다고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위안화 약세를 과도하게 유도하다간 트럼프 정부와 무역마찰이 더 심해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트럼프 정부도 같은 처지다. 집권 2기 들어 무역적자 축소가 아무리 급하더라도 대폭적인 달러화 약세 용인은 ‘득’보다 ‘실’이 크다. 미국의 수출입 구조가 마셜 러너 조건((외화표시 수출수요 가격탄력성+자국통화표시 수입수요 가격탄력성)>1)을 충족하지 못해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더라도 무역적자가 개선되기 힘들기 때문이다.
과도한 달러화 강세도 부담이다. 트럼프 당선 이후 달러인덱스는 ‘107’대로 뛰어올랐다. 호드릭-프레스콧 필터로 구한 장기 추세에서 5% 이상 벗어난 강세 국면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계량모델인 ‘퍼버스’(Ferbus=FRB+US)에 따르면 달러 가치가 10% 상승하면 2년 후 미국 경제 성장률은 0.75%포인트 둔화하는 것으로 나온다.
경상수지 균형 모델, 환율구조 모형 등으로 위안화 가치의 적정 수준을 따져보면 6.5위안 내외로 추정된다. 8년 전 6.8위안보다 높게(절상) 나온다. 중국의 경제 위상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앞으로 미국과 중국은 자국의 이익을 잘 반영하는 ‘스위트 스폿(sweet spot)’으로 이 수준을 지향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처럼 시스템이 없는 국제통화제도에서 명시적으로 합의할 수 없다면 묵시적인 형태로 이 수준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는 당선 이후 모든 일을 그의 자택인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하고 있다. 그곳에서 그의 취임식 전후로 시진핑과 만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성과가 있다면 ‘제2 플라자 합의’보다 ‘마러라고 밀약’이 될 확률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