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절감을 위해 ‘본국 공장 폐쇄’ 카드를 꺼냈다가 노조 파업에 부딪힌 독일 자동차 업체 폭스바겐그룹이 노사 협의에 극적으로 성공했다. 독일 공장을 폐쇄하지 않는 대신 인력을 2030년까지 줄여나가기로 했다.

위기의 폭스바겐…공장폐쇄 대신 30% 감원 극적합의
2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폭스바겐 노사는 70시간 이상의 협상 끝에 2030년까지 독일 내 일자리를 3만5000개 이상 줄이기로 합의했다. 독일 전체 직원 12만 명의 약 30%에 달하는 규모다. 독일 공장의 생산 능력은 축소하지만, 공장을 폐쇄하진 않기로 했다. 다니엘라 카발로 폭스바겐 노사협의회 의장은 “어느 현장도 폐쇄되지 않을 것이고 누구도 해고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올리버 블루메 폭스바겐 최고경영자(CEO)는 “폭스바겐 브랜드의 미래 생존 가능성을 위한 중요한 신호”라고 언급했다.

합의안에 따르면 노사는 강제 정리해고 대신 퇴직 프로그램과 노령 근로 시간 단축 등 ‘사회적으로 허용되는’ 수단을 통해 인력을 감축하기로 했다. 또 당장 공장을 폐쇄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오스나브뤼크·드레스덴 공장을 자율주행센터 등으로 전환하거나 매각을 추진할 방침이다. 폭스바겐은 독일 내 생산능력이 연간 73만4000대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9월 폭스바겐은 87년 역사상 처음으로 독일 내 공장 폐쇄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전기차 수요 감소, 중국 자동차 회사의 저가 공세 등에 부딪히면서 비용 절감 조치만으로는 실적 부진을 해결할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사측은 임금 삭감과 공장 폐쇄, 정리해고를 진행하려고 했지만 모두 노조 반대에 부딪혔다. 이번 합의에서 노사는 임금을 5% 올리되 인상분을 회사 기금으로 적립해 비용 절감에 쓰기로 했다. 신입 사원 채용 규모를 줄이고 일부 직원 보너스도 삭감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폭스바겐 인건비는 경쟁사보다 높다. 지난해 기준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은 15.4%로 포르쉐(12.7%), 벤츠(10.9%), 스텔란티스(10.1%), BMW(9.5%) 등과 비교해 비중이 컸다. 폭스바겐은 이번 합의로 인건비 15억유로를 포함해 연간 150억유로 이상을 아낄 수 있을 전망이다. 급락한 영업이익률을 끌어올리려면 2026년까지 170억유로를 절감해야 한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