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10%나 1%에 세금을 떠넘기는 ‘세금 양극화’ 현상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소득 상위 10% 근로자가 전체 근로소득세의 72.2%를 부담했다. 10% 근로자의 소득점유율(31.6%)보다 2배나 높은 세금 부담률이다. 반면 근로자 세 명 중 한 명(33.0%)은 근로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일본(2020년 15.1%) 호주(2018년 15.5%) 등 한국과 소득 수준이 엇비슷한 나라보다 2배 이상 높은 면세자 비율이다.

개인사업자에게 부과하는 종합소득세의 양극화는 더 뚜렷하다. 상위 10%의 종합소득세 부담률이 무려 84.8%다. 상위 1%의 종합소득세 부담률도 전체의 49.3%로 절반에 육박한다. 반면 네 명 중 한 명꼴인 24.7%는 종합소득세 최종 세액이 ‘0원’이다. 각종 소득공제와 세액공제를 적용받은 덕분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소득세 비율이 6.6%로 OECD 평균(8.2%)을 밑도는 것도 높은 면세자 비율 탓이다.

조세 저항을 부르는 이 같은 부자 징벌적 과세 체계는 소득세뿐만이 아니다. 법인세도 상위 1% 기업의 부담률이 84.5%(2023년)로 고공비행 중이다. 법인세가 ‘0원’인 면세기업 비중은 2021년 50%를 돌파한 뒤 지난해 51.9%로 높아졌다. 종합부동산세 역시 상위 10% 납부자의 세액이 88.5%(2023년)에 달한다.

세금이 상위 10%, 나아가 1%에 집중되는 기형적 과세는 포퓰리즘 정치의 산물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대선 때 기본소득토지세(국토보유세) 신설을 공약하며 “국민 90%는 내는 것보다 받는 게 더 많은 과세”라며 노골적으로 편가르기 했다. “상위 10%에 못 들면서 국토보유세에 반대하는 것은 바보짓”이라고도 했다. 나라 살림의 기본인 세금마저 정치에 휘둘리는 기색이 역력하다.

조세 행정의 기본은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다. 고소득자에게 세금을 떠넘기는 징벌적 방식은 장기적으로 지속하기 어렵다. 조세 저항은 물론이고 민간 투자 재원을 국가로 귀속시킴으로써 경제 활력이 떨어지는 악순환을 부르기 때문이다. 복지 확대라는 시대적 과제를 위해서도 부자에게 덤터기 씌우는 포퓰리즘 과세 체계를 탈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