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학년도 대학입시 수시전형에서 의대 등록을 포기한 학생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의대 정원을 늘려 중복 합격한 학생이 그만큼 많아졌기 때문이다. 중복 합격한 학생들이 연쇄적으로 빠져나가 일부 지방 의대는 수시모집 인원을 다 채우지 못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양대 의대, 74%가 등록 포기…충북대 지역인재도 77% 빠졌다
22일 종로학원에 따르면 가톨릭대 고려대 서울대 연세대 이화여대 한양대 등 6개 의대 수시모집 최초 합격자 357명 중 131명이 등록을 포기했다. 지난해 해당 학교 의대 수시모집 미등록자 비율은 31.2%였는데 36.7%로 높아졌다.

특히 한양대는 모집인원 58명 중 43명이 등록하지 않아 비중이 74.1%에 달했다. 고려대는 67명 중 55.2%인 37명이 등록을 포기했다. 연세대(41.3%), 가톨릭대(37.5%), 이화여대(22.2%)가 뒤를 이었다. 반면 서울대는 모집인원 95명 전원이 등록을 마쳤다.

2025학년도 전국 의대 정원은 전년보다 1509명 많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주요 대학에 중복 합격한 상위권 학생이 다른 학교 의대 등록을 포기한 것으로 분석된다. 종로학원은 “서울권 의대는 정원이 늘어나지 않았지만 경인권, 지방권 의대 정원 확대로 우수한 학생이 분산돼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방권 의대는 미등록자 비중이 더 높다. 지방대 의대 정원이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상위 대학으로의 연쇄 이동이 이어지면서다. 지방권 의대 중 미등록자 수를 공개한 부산대 연세대(미래캠퍼스) 제주대 충북대 의대 수시 최초 합격자 총 284명 중 41.5%인 118명이 등록을 포기했다. 이 역시 지난해(29.1%)보다 훨씬 높아졌다. 충북대는 60명 중 38명(63.3%)이 등록을 포기했다. 제주대(48.6%), 부산대(42.3%), 연세대(미래캠퍼스·21.7%) 등이 뒤를 이었다.

평소 높은 등록률을 자랑하는 지역인재 전형의 등록률도 저조했다. 위 4개 학교 지역인재 총모집인원 173명 중 75명(43.4%)이 등록을 포기했다. 전년도 미등록률(26.3%)과 비교해 상승폭이 두드러진다. 특히 충북대는 35명 중 27명이 등록하지 않아 등록 포기 비중이 77.1%에 달했다.

주요 대학의 수시모집 미등록률이 높아지면서 지방권 대학 의대가 수시에서 정원을 다 채우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추가 모집 과정에서도 의대 간 중복 합격에 따른 이동이 클 것”이라며 “지방권 대학은 수시모집 인원을 다 채우지 못하고 정시로 이월하는 상황도 생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