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짓고 있는 파운드리 공장을 최선단 공정인 2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전용으로 구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4㎚ 공정 투자와 첨단 패키징 공정을 뒤로하고, 2㎚ 공정에 집중해 세계 1위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 TSMC와의 기술력 격차를 좁힌다는 구상이다.
삼성 美 테일러 공장, 4나노 건너뛰고 2나노 올인
미국 상무부는 지난 20일 반도체지원법에 따라 삼성전자에 최대 47억4500만달러(약 6조8800억원)를 직접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가 테일러시에 대규모 반도체 시설 투자를 한 데 따른 보조금이다.

보조금 규모는 지난 4월 체결한 예비거래각서(PMT)에서 명시한 64억달러보다 17억달러(26%) 줄었다. 삼성전자의 투자 규모가 PMT 체결 당시 총 450억달러(약 64조5200억원)에서 370억달러로 축소됐기 때문이다. 전체 투자 금액 대비 보조금 비중은 12.8%로 TSMC(10.2%), 인텔(7.8%), 마이크론(4.9%) 등에 비해 높은 편이다.

삼성전자는 당초 2030년까지 4㎚, 2㎚ 파운드리 공장 두 곳과 첨단기술 연구개발(R&D) 시설, 3D 고대역폭메모리(HBM)와 2.5D 패키징을 위한 첨단 패키징 시설을 지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시장 상황을 감안해 2㎚ 파운드리 공장 2개와 R&D 시설 등 총 3개 공장만 건설하기로 했다. 첨단 패키징 시설 투자를 보류하고, 4㎚ 공정 대신 2㎚ 공정 시설을 늘리기로 했다.

삼성전자가 4㎚ 대신 2㎚에 올인하기로 한 건 엔비디아, AMD 등 글로벌 고객사들의 최선단 공정 수요가 늘어나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사령탑으로 선임된 한진만 파운드리 사업부장(사장)이 9일 임직원에게 보낸 첫 메시지에서 사업 재건을 위해 “2나노 공정의 빠른 ‘램프업’(ramp up·생산량 확대)”을 주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