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조기대선 플랜'에…개혁신당 때아닌 내홍
개혁신당이 허은아 대표와 이준석 의원(사진)의 갈등으로 내홍에 휩싸였다. 표면적으로는 인사 문제와 관련된 의견 불일치로 보이지만, 이 대표의 조기 대선 출마 시도와 관련된 당내 견해차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에 더 힘이 실린다.

개혁신당의 갈등은 허 대표가 지난 16일 이 의원 측근인 김철근 사무총장을 경질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당시 SNS를 통해 “지난달 김 전 사무총장이 사무총장의 권한을 확대하는 당헌·당규 수정안을 논의했다”며 “당 대표로서 원활한 당무를 하기 위해 몇 개월간의 고민 끝에 김 사무총장에 대한 경질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허위 사실로 당원들에게 해명해봐야 하루도 못 간다”며 허 대표가 문제 삼았던 ‘당헌·당규 수정안’ 회의와 관련된 당 사무처의 경위서를 공개했다. 여기에는 김 사무총장과의 회의는 당헌·당규 태스크포스(TF)의 통상업무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주장이 담겼다.

2021년 국민의힘에서 이 의원은 당 대표, 허 대표는 수석대변인으로 인연을 맺었다.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허 대표는 국민의힘 현역 의원 중 유일하게 탈당해 개혁신당에 합류했다. 하지만 총선 직후 치러진 당 대표 경선에서 이 의원이 물밑에서 지지하던 이기인 최고위원을 허 대표가 누르며 두 사람 사이에 감정적 앙금이 쌓이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12·3 비상계엄 사태’로 조기 대선이 가시화되면서 두 사람의 견해차가 극명해졌다. 이 의원은 14일 “내년 2월 탄핵 (심판) 결과가 나오면 (조기 대선) 참여가 가능할 텐데 저는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의지를 밝혔다. 2021년 경선을 통해 국민의힘 당권을 잡은 경험이 있는 이 의원은 대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기 위해 국민의힘과의 합당 및 경선 참여를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 젊은 보수 정치인으로서 ‘세대 포위론’을 극대화하려면 전통 보수 유권자의 지지를 받는 국민의힘과 힘을 합쳐야 한다.

반면 허 대표는 개혁신당 독자 후보를 선거에 뛰어들게 해 당 대표의 존재감을 부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3석에 불과한 개혁신당이 국민의힘과의 합당 과정에서 의미 있는 양보를 얻어내기는 어려워 원외 인사인 허 대표는 정치적 입지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 관계자는 “애초에 당 대표로 ‘얼굴마담’만 원했던 이 의원과 독자적인 입지를 구축하려는 허 대표가 부딪힌 것”이라며 “결국 이준석 ‘원톱 정당’의 한계”라고 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