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민간 우주 발사체 기업들의 기술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최근 부품 수급과 하드웨어 관리 등에서 어려움을 겪고 발사 일정을 잇달아 연기하면서다. 우주 분야는 특성상 정부 지원이 필수지만 한국은 선진국보다 우주 예산이 부족하고 계엄 사태로 정부 컨트롤타워는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
이노스페이스·페리지·우나스텔라 줄줄이 발사 연기…동력 잃은 'K우주 벤처' 시험대 올랐다

부품 납품 지연으로 엔진 문제 발생

22일 업계에 따르면 우주 항공 분야에서 국내 최초로 기업공개(IPO)에 성공한 이노스페이스는 최근 위성 발사체 ‘한빛-나노’ 발사를 내년 3월에서 7월로 조정했다. 발사체의 전기 펌프 부품 납품 확보와 신규 시험장 구축 지연이 중요 요인으로 꼽힌다. 이노스페이스는 해당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핵심 부품의 대체 공급업체를 확보하고, 국내외 공급망을 모두 활용해 단일 공급업체 의존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신규 시험장은 ‘단인증시험(종합연소시설) 시설’에서 우선 사용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단인증시험은 발사체 발사 전 지상 시험의 최종 관문으로 발사체를 수직 시험대에 고정한 상태에서 이뤄진다. 당초 이노스페이스는 내년 총 7회 상업 발사를 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일정이 밀리면서 연 4회 발사로 줄일 전망이다. 김수종 이노스페이스 대표는 “안정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10월 해상 발사 플랫폼(MLP)에서 발사하기로 한 준궤도 발사체 ‘블루웨일(BW) 0.4’의 시험 발사를 내년 1분기로 연기했다. MLP에 발사체를 고정 후 보완 사항이 발견돼 일정 연기가 불가피해졌다는 설명이다. 페리지는 발사체를 항구와 MLP에 보관하는 과정에서 주요 하드웨어가 5개월 이상 해양 환경에 노출된 영향이 큰 것으로 봤고, 점화 부품에도 접촉 불량이 생긴 것으로 추정했다. 국내 첫 유인 발사체 기업을 목표로 한 우나스텔라는 지난달 고흥 나로우주센터 인근 바지선에서 ‘우나 익스프레스 1호기’ 발사를 시도했지만 엔진 문제로 이륙하지 못했다.

美 정부 지원으로 성장한 미국 업체

소형 발사체는 저비용, 빠른 발사 주기, 다양한 발사 옵션(장소·궤도) 등으로 소규모 사업자가 우주 산업에 진입하기 위한 유일한 선택지로 꼽힌다. 문제는 우주에 갈 위성은 많은데 운송 수단이 부족해 병목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해결하기 글로벌 140여 개 기업이 소형 발사체 시장에 도전했다.

하지만 성공한 기업은 미국 로켓랩과 파이어플라이 정도뿐이다. 이 업체들 역시 처음엔 기술 결함이 있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미국 방산 대기업 보잉과 노스롭그루먼 등의 지원을 받아 기술 자립에 성공했다.

한국도 관련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 우주 관련 예산은 6억달러로 미국(695억달러)의 0.9%에 불과하다. 중국(161억달러), 일본(31억달러)과도 차이가 컸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0.03%)도 미국(0.28%), 일본(0.10%), 중국(0.09%)보다 낮았다. 우주 산업을 지원하는 정부 국가우주위원회는 계엄 사태로 동력을 잃었다. 위원장인 대통령의 참석이 불가능하고 당연직 위원인 주요 부처 장관의 거취도 불투명하다.

소형 발사체는 공급 부족

최근 우주 발사체 수요는 증가하고 있다. 컨설팅 기업 프로스트앤드설리번은 500㎏ 미만 소형 위성 발사 대기 수요만 2033년까지 2만 기에 이를 것으로 봤다. 포천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우주 발사체 시장 규모는 2022년 142억1000만달러에서 2030년 319억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하지만 공급이 따라주지 못하고 있다. 로켓랩과 파이어플라이는 미국 정부의 수요가 우선이다. 중국 업체는 국영 소속으로 민간에서 접근하기 어렵다. 스페이스X가 중형 발사체 ‘팰컨9’의 여유 공간에 여러 소형 위성을 합승시켜 발사하는 ‘라이드셰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긴 하다. 하지만 목표 궤도를 대형 위성 기준에 맞춰야 하는 단점이 있다. 다양한 체급의 발사체가 필요한 이유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