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사기 여파로 오피스텔, 빌라(연립·다세대) 등 비아파트 시장에서 ‘전세의 월세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오피스텔과 빌라 월세가 뛰어 서민 주거 부담이 커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빌라 월세는 지난 10월보다 0.09% 올랐다. 지난해 2월 상승으로 돌아선 이후 22개월 연속 오름세다. 9월(0.17%)에는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하는 등 오름세가 가팔랐다.

서울 빌라 전체 임대차 거래 중 월세 비율은 53.72%(지난달 말 기준)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는 빌라 전세 거래가 월세보다 많았지만, 올해는 월세 거래량이 전세를 넘어섰다. 전세자금 대출을 받기 어렵고, 금리도 올라 전세 수요가 줄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서울 빌라 월세 거래는 6만7957건 이뤄졌다. 지난해 같은 기간(6만170건)보다 12.9% 증가했다. 반면 올해 1~11월 서울 전세 거래량은 5만8538건으로, 작년 동기(6만6445건) 대비 11.9% 줄었다.

오피스텔 월세도 오르고 있다. 지난달 서울 오피스텔 월세는 10월보다 0.09% 상승했다. 올해 들어 11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집주인도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는 추세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 기준이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전세보증금이 주택 공시가의 150% 이하면 반환보증에 가입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공시가의 126% 이하일 때만 가능하다.

빌라 전세 사기가 늘어나자 임차인들은 전세 매물을 찾을 때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집주인이 세입자를 들이려면 전세 보증금을 낮출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이유로 전세를 놓느니 월세를 받겠다는 임대인이 많아지고 있다.

빌라 전세 시장에선 기존 보증금보다 가격을 낮춘 거래가 증가하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다방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서울 빌라 전세 거래 중 39%는 보증금 낮춰 계약했다. 동일 주소지에서 한 건 이상 거래가 발생한 4177건을 분석한 수치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