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내가 팔겠다는데"…이사하려던 대치동 집주인 '한숨' [돈앤톡]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이젠 반 포기 상태에요"…강남권 토허제 이번엔 풀릴까
벌써 5년 가까이 지정된 '잠·삼·대·청' 토허제
전문가들 "지정 효과 미미"…서울시 축소 등 가닥
벌써 5년 가까이 지정된 '잠·삼·대·청' 토허제
전문가들 "지정 효과 미미"…서울시 축소 등 가닥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1~2년 동안은 '그래도 곧 풀려 거래가 도움이 되겠지'라고 생각하는 집주인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거의 반 포기한 채로 지켜보는 경우가 더 많죠."(송파구 잠실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대표)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반복되는 이슈가 몇 가지 있는데요. 그중에 하나는 바로 토지거래허가제도입니다. 윤석열 정부 들어 각종 부동산 규제들이 풀리면서 서울에 지정된 토허제 역시 해제될 것이란 기대감이 컸던 게 사실입니다.
토허제는 개발로 인해 집값이 가파르게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곳의 매매를 규제합니다. 투기로 인한 가격 상승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토허제가 적용되는 구역 내에서 토지를 사고팔려면 시·군·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그러니까 실제로 해당 지역에 거주할 목적이 아닌 이상은 지자체에서 거래 자체를 승인해주지 않습니다. 지자체의 허가를 받은 집주인은 집을 매매하고 2년을 꼭 실거주해야 합니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는 당연히 불가능합니다.
그렇다면 규제의 취지대로 가격 상승은 잘 억제되고 있을까요. 최근 서울시 주최로 열린 '토지거래허가제도의 효율적 운영 방안 모색을 위한 시민과 함께하는 토론회'에서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토허제를 확대하면 서울 전체 주택시장을 안정화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한 근거를 발견할 수 없었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벌써 5년 가까이 원활한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송파구 잠실동, 강남구 삼성·청담·대치동 등에 대한 집값 안정 효과는 시행 후 2년이 지나자 거의 사라졌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교수는 "인접 영향권 500m, 1km 기준 모두 규제 지역 내에서 시행 후 2년간 집값이 약 10% 내리는 등 안정화 효과를 보였지만 이후 영향은 점점 줄었다"며 "비영향권 대비 인접 영향권에서는 시행 2년 후 약 4%까지 가격이 올랐다"고 분석했다. 이어 "갭투자를 억제하는 효과는 분명했지만 개포동과 반포동 등 인접 지역으로 수요가 확산하면서 '풍선효과'라는 부작용도 나왔다"고 지적했습니다. 도시정비사업이 진행되는 압구정·목동·여의도·성수동 등의 토허제 지정 효과도 크지 않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토허제로 지정된 이후 재개발과 재건축 사업지 거래량이 모두 급격하게 줄어들었다"며 "집값은 토허제로 지정된 이후 상당히 안정됐지만 2022년 이후부턴 금리 상승, 시장 침체가 맞물려 토허제 효과만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토허제 적용 지역 내 대장 아파트 가격 흐름을 살펴보면 사실상 큰 효과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27억5000만원에 손바뀜했습니다. 2020년 6월 토허제가 적용될 때 이 면적대 가격은 20억5000만원이었는데, 4년 만에 6억5000만원이 급등했습니다.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84㎡도 지난달 39억3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습니다. 규제가 처음 들어갔을 때 이 면적대 가격은 30억원이었는데 당시보다 9억3000만원이 올랐습니다.
토허제 관련 토론회에서 발표를 맡은 지규현 한양사이버대 교수는 '서울시 토허제 시민인식조사(1070명 대상) 결과'를 발표했는데, 조사 결과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부동산 시장 안정에 효과가 없다'고 응답한 시민이 전체의 45.6%를 차지했다고 했습니다. 서울시 토허제 담당 공무원 53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제도가 정책 목적에 크게 기여하지 않고 있다'는 응답이 전체의 62.3%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주민들 사이엔 토허제가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입을 모읍니다. 앞서 설명했듯 토허제로 지정된 지역 내 아파트는 매수를 위해 지자체의 허가가 필요합니다. 집주인의 입장에선 집을 사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서야 협상도 진행하고 더 나은 가격에 집을 팔 수 있는데, 이런 상황이 조성되지 못하다 보니 집을 팔고 다른 지역으로 가고 싶어도 쉽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대치동에 거주하는 한 집주인은 "내 집, 내가 팔고 싶을 때 팔겠다는데 서울시가 막아서는 이유를 당최 이해할 수 없다"며 "이사를 하려고 몇 년 전부터 집을 내놨는데 거래가 쉽지 않다. 이젠 거의 포기 상태"라고 볼멘소리했습니다.
다만 한 언론매체에 따르면 서울시는 국제교류복합지구와 인근지역 토허제 적용 구역에 대한 조기 심의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르면 올해 초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관련 토허제 일부 해제와 재지정안을 상정할 예정입니다. 지금 같이 지역을 뭉뚱그려 지정하는 대신 정말 집값 상승을 넘어선 과열이 우려되는 단지를 콕 집어 지정하는 등의 방식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반복되는 이슈가 몇 가지 있는데요. 그중에 하나는 바로 토지거래허가제도입니다. 윤석열 정부 들어 각종 부동산 규제들이 풀리면서 서울에 지정된 토허제 역시 해제될 것이란 기대감이 컸던 게 사실입니다.
토허제는 개발로 인해 집값이 가파르게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곳의 매매를 규제합니다. 투기로 인한 가격 상승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토허제가 적용되는 구역 내에서 토지를 사고팔려면 시·군·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그러니까 실제로 해당 지역에 거주할 목적이 아닌 이상은 지자체에서 거래 자체를 승인해주지 않습니다. 지자체의 허가를 받은 집주인은 집을 매매하고 2년을 꼭 실거주해야 합니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는 당연히 불가능합니다.
그렇다면 규제의 취지대로 가격 상승은 잘 억제되고 있을까요. 최근 서울시 주최로 열린 '토지거래허가제도의 효율적 운영 방안 모색을 위한 시민과 함께하는 토론회'에서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토허제를 확대하면 서울 전체 주택시장을 안정화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한 근거를 발견할 수 없었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벌써 5년 가까이 원활한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송파구 잠실동, 강남구 삼성·청담·대치동 등에 대한 집값 안정 효과는 시행 후 2년이 지나자 거의 사라졌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교수는 "인접 영향권 500m, 1km 기준 모두 규제 지역 내에서 시행 후 2년간 집값이 약 10% 내리는 등 안정화 효과를 보였지만 이후 영향은 점점 줄었다"며 "비영향권 대비 인접 영향권에서는 시행 2년 후 약 4%까지 가격이 올랐다"고 분석했다. 이어 "갭투자를 억제하는 효과는 분명했지만 개포동과 반포동 등 인접 지역으로 수요가 확산하면서 '풍선효과'라는 부작용도 나왔다"고 지적했습니다. 도시정비사업이 진행되는 압구정·목동·여의도·성수동 등의 토허제 지정 효과도 크지 않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토허제로 지정된 이후 재개발과 재건축 사업지 거래량이 모두 급격하게 줄어들었다"며 "집값은 토허제로 지정된 이후 상당히 안정됐지만 2022년 이후부턴 금리 상승, 시장 침체가 맞물려 토허제 효과만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토허제 적용 지역 내 대장 아파트 가격 흐름을 살펴보면 사실상 큰 효과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27억5000만원에 손바뀜했습니다. 2020년 6월 토허제가 적용될 때 이 면적대 가격은 20억5000만원이었는데, 4년 만에 6억5000만원이 급등했습니다.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84㎡도 지난달 39억3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습니다. 규제가 처음 들어갔을 때 이 면적대 가격은 30억원이었는데 당시보다 9억3000만원이 올랐습니다.
토허제 관련 토론회에서 발표를 맡은 지규현 한양사이버대 교수는 '서울시 토허제 시민인식조사(1070명 대상) 결과'를 발표했는데, 조사 결과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부동산 시장 안정에 효과가 없다'고 응답한 시민이 전체의 45.6%를 차지했다고 했습니다. 서울시 토허제 담당 공무원 53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제도가 정책 목적에 크게 기여하지 않고 있다'는 응답이 전체의 62.3%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주민들 사이엔 토허제가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입을 모읍니다. 앞서 설명했듯 토허제로 지정된 지역 내 아파트는 매수를 위해 지자체의 허가가 필요합니다. 집주인의 입장에선 집을 사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서야 협상도 진행하고 더 나은 가격에 집을 팔 수 있는데, 이런 상황이 조성되지 못하다 보니 집을 팔고 다른 지역으로 가고 싶어도 쉽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대치동에 거주하는 한 집주인은 "내 집, 내가 팔고 싶을 때 팔겠다는데 서울시가 막아서는 이유를 당최 이해할 수 없다"며 "이사를 하려고 몇 년 전부터 집을 내놨는데 거래가 쉽지 않다. 이젠 거의 포기 상태"라고 볼멘소리했습니다.
다만 한 언론매체에 따르면 서울시는 국제교류복합지구와 인근지역 토허제 적용 구역에 대한 조기 심의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르면 올해 초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관련 토허제 일부 해제와 재지정안을 상정할 예정입니다. 지금 같이 지역을 뭉뚱그려 지정하는 대신 정말 집값 상승을 넘어선 과열이 우려되는 단지를 콕 집어 지정하는 등의 방식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