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날엔 야생 순록과 눈 맞추는 노르웨이 숲속 파빌리온이 생각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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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배세연의 스페이스 오디세이
야생 순록을 볼 수 있는 공간
노르웨이 'viewpoint SNØHETTA(스노헤타)'
야생 순록을 볼 수 있는 공간
노르웨이 'viewpoint SNØHETTA(스노헤타)'
며칠 전에는 눈이 펑펑 내렸다. 세상이 온통 새하얘졌고, 캠퍼스 여기저기에는 학생들이 만들어놓은 갖가지 눈사람들이 겨울 풍경을 귀엽게 만들고 있었다. 이제는 눈이 내리는 원리를 알고 있지만 그것과 무관하게 하늘에서 눈이 떨어지는 모습은 늘 신기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렇게 겨울을 아름답게 만드는 눈 내리는 풍경이 언젠가부터 마냥 좋지 않았던 것은 출퇴근, 그리고 그 사이의 이동이 일상의 우선순위가 되면서부터 일 것이다.
그때마다 들었던 생각은 '실내에서 보는 건 좋지만 나가려니 참 난감하구나'이다. 그리고 이는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할 때 우리가 머무는 실내는 우리의 몸이 바깥의 매서운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는 보호막임과 동시에 바깥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은 시각적으로 계속 볼 수 있게 하는 조망의 공간이 된다. 바깥에 펼쳐지는 풍경은 이때 움직이는 그림과도 같아지므로 더 아름다운 것이 된다.
노르웨이의 도브레산맥(Dovrefjell), 그곳의 외곽에 위치한 도브레피엘-순달스피엘라 국립공원(Dovrefjell-Sunndalsfjella National Park)에는 그곳에 펼쳐진 광활한 풍광을 잘 ‘보게’ 해주는 파빌리온이 설치되어 있다. 도브레산맥은 야생동식물이 아직 남아있으며 그곳만의 독특한 지형이 형성하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곳으로, ‘노르웨이 야생순록 재단’에서 교육과 관찰을 목적으로 의뢰하여 지어진 것이 이 파빌리온이다.
그런데 이 파빌리온이 서 있는 모습을 주변의 환경과 함께 보면 당황스러운 면이 있다. 끝없이 펼쳐진 자연 풍경 속에 직육면체 박스가 하나 놓여있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모노리스가(검은색의 긴 육면체 기둥) 등장한 것을 처음 봤을 때와 유사한 기분이 들게 한다. 더구나 이러한 파빌리온이 혹독한 환경에 버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외관은 강철로 제작되어 그 견고함이 더욱더 강하게 전달된다. 반면, 이 박스의 내부에는 물결이 휘감아 도는 듯한 곡면이 벽체와 좌석을 일체형으로 형성하며 바깥에 펼쳐지는 자연의 형상을 그대로 이어가는 반전이 펼쳐진다. 목재로 제작된 이 형상은 3D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형태를 디자인한 후 노르웨이의 전통 선박 제조 기술을 보유한 사람들이 소나무를 직접 다듬어 완성한 것으로, 최신기술과 전통 기법의 합작으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것은 실내 공간에만 한정되지 않고 파빌리온 뒤편의 외벽까지 연장되어 자연과의 연계성을 보다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주차장에서 시작되는 긴 하이킹 트레일을 따라 이곳에 도달한 사람들은 자연을 닮은 곡면 어딘가에 앉아 바깥에 펼쳐지는 끝없는 자연풍광을 어쩐지 안심한 마음으로 조망하게 될 것이다. 이 직육면체 박스와 자연의 경계를 형성하는 파빌리온의 파사드로는 유리가 선택되었다. 이 유리에 반사되는 산지의 풍경은 파빌리온과 도브레산맥의 경계를 흐려놓아 직선으로 만들어진 박스가 자연에 어우러지는 것을 돕는다. 이처럼 명확한 기본조형이 형성하는 외부 형태, 그 안에 녹여낸 자연의 선, 건물과 자연의 경계를 흐리는 반사하는 유리라는 명쾌한 접근을 가진 파빌리온에서 운이 좋으면 야생 순록을 볼 수도 있다.
그런데 이쯤 되면 이 파빌리온을 순록의 입장에서도 생각해봐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평화롭게 자연을 영위하고 있던 순록의 장소에 어느 날 갑자기 네모난 상자가 하나 등장하더니 여름만 되면 낯선 사람들이 그곳에 드나들기 시작했다. 순록들에게는 꽤 당황스러운 일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 파빌리온은 순록들에게도 오가는 사람들을 관찰할 수 있는 하나의 조망 포인트로 기능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겨울이 깊어질수록 밖에 나가기가 꺼려지고, 안에서 밖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시간은 길어진다. 그런 때면 순간이동을 해서 노르웨이의 한 산맥에 있는 파빌리온 '안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그곳에는 공간을 따듯하게 덥혀주는 난로도 있으니까 무언가를 보는 경험을 하기에는 최고의 장소가 되어줄 터이다.
이처럼 작은 공간 안에서 움직임을 최소화하며 밖을 보고, 생각하며, 상상 속에서 물리적 경계를 뛰어넘어보는 일을 하기에 겨울만큼 좋은 계절이 없다. 올겨울 각자가 영위하고 있는 다양한 실내 공간이 자기 자신만의 온기와 즐거움으로 가득한 곳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Viewpoint Snøhetta - Tverrfjellhytta]
배세연 한양대 실내건축디자인학과 조교수
그때마다 들었던 생각은 '실내에서 보는 건 좋지만 나가려니 참 난감하구나'이다. 그리고 이는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할 때 우리가 머무는 실내는 우리의 몸이 바깥의 매서운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는 보호막임과 동시에 바깥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은 시각적으로 계속 볼 수 있게 하는 조망의 공간이 된다. 바깥에 펼쳐지는 풍경은 이때 움직이는 그림과도 같아지므로 더 아름다운 것이 된다.
노르웨이의 도브레산맥(Dovrefjell), 그곳의 외곽에 위치한 도브레피엘-순달스피엘라 국립공원(Dovrefjell-Sunndalsfjella National Park)에는 그곳에 펼쳐진 광활한 풍광을 잘 ‘보게’ 해주는 파빌리온이 설치되어 있다. 도브레산맥은 야생동식물이 아직 남아있으며 그곳만의 독특한 지형이 형성하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곳으로, ‘노르웨이 야생순록 재단’에서 교육과 관찰을 목적으로 의뢰하여 지어진 것이 이 파빌리온이다.
그런데 이 파빌리온이 서 있는 모습을 주변의 환경과 함께 보면 당황스러운 면이 있다. 끝없이 펼쳐진 자연 풍경 속에 직육면체 박스가 하나 놓여있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모노리스가(검은색의 긴 육면체 기둥) 등장한 것을 처음 봤을 때와 유사한 기분이 들게 한다. 더구나 이러한 파빌리온이 혹독한 환경에 버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외관은 강철로 제작되어 그 견고함이 더욱더 강하게 전달된다. 반면, 이 박스의 내부에는 물결이 휘감아 도는 듯한 곡면이 벽체와 좌석을 일체형으로 형성하며 바깥에 펼쳐지는 자연의 형상을 그대로 이어가는 반전이 펼쳐진다. 목재로 제작된 이 형상은 3D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형태를 디자인한 후 노르웨이의 전통 선박 제조 기술을 보유한 사람들이 소나무를 직접 다듬어 완성한 것으로, 최신기술과 전통 기법의 합작으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것은 실내 공간에만 한정되지 않고 파빌리온 뒤편의 외벽까지 연장되어 자연과의 연계성을 보다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주차장에서 시작되는 긴 하이킹 트레일을 따라 이곳에 도달한 사람들은 자연을 닮은 곡면 어딘가에 앉아 바깥에 펼쳐지는 끝없는 자연풍광을 어쩐지 안심한 마음으로 조망하게 될 것이다. 이 직육면체 박스와 자연의 경계를 형성하는 파빌리온의 파사드로는 유리가 선택되었다. 이 유리에 반사되는 산지의 풍경은 파빌리온과 도브레산맥의 경계를 흐려놓아 직선으로 만들어진 박스가 자연에 어우러지는 것을 돕는다. 이처럼 명확한 기본조형이 형성하는 외부 형태, 그 안에 녹여낸 자연의 선, 건물과 자연의 경계를 흐리는 반사하는 유리라는 명쾌한 접근을 가진 파빌리온에서 운이 좋으면 야생 순록을 볼 수도 있다.
그런데 이쯤 되면 이 파빌리온을 순록의 입장에서도 생각해봐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평화롭게 자연을 영위하고 있던 순록의 장소에 어느 날 갑자기 네모난 상자가 하나 등장하더니 여름만 되면 낯선 사람들이 그곳에 드나들기 시작했다. 순록들에게는 꽤 당황스러운 일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 파빌리온은 순록들에게도 오가는 사람들을 관찰할 수 있는 하나의 조망 포인트로 기능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겨울이 깊어질수록 밖에 나가기가 꺼려지고, 안에서 밖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시간은 길어진다. 그런 때면 순간이동을 해서 노르웨이의 한 산맥에 있는 파빌리온 '안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그곳에는 공간을 따듯하게 덥혀주는 난로도 있으니까 무언가를 보는 경험을 하기에는 최고의 장소가 되어줄 터이다.
이처럼 작은 공간 안에서 움직임을 최소화하며 밖을 보고, 생각하며, 상상 속에서 물리적 경계를 뛰어넘어보는 일을 하기에 겨울만큼 좋은 계절이 없다. 올겨울 각자가 영위하고 있는 다양한 실내 공간이 자기 자신만의 온기와 즐거움으로 가득한 곳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Viewpoint Snøhetta - Tverrfjellhytta]
배세연 한양대 실내건축디자인학과 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