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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주 공급 예정인 인천 연수구 ‘래미안 센트리폴 1·2블록’에 청약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시가 5억원 이하 빌라(다세대·연립) 소유자도 청약 시 무주택자로 간주하도록 제도가 바뀐 이후, 수도권에서 처음으로 공급하는 아파트기 때문이다. 이 단지는 지난 10월 3블록을 먼저 공급했는데, 1만9000여명의 청약자가 몰리며 정당계약 9일 만에 ‘완판’(100% 계약)에 성공했다.
수많은 빌라 1주택자가 청약시장에 새로 들어오게 되는 만큼, 3블록을 훨씬 뛰어넘는 성적을 거둘지 관심사다. 반면 20~30대 등 ‘찐’ 무주택자는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안 그래도 청약 당첨 경쟁이 박이 터지는데, ‘빌라 군단’이 몰려오면 당첨 확률은 더 낮아질 수밖에 없어서다.
“청약 경쟁, 더 높아지나”
지난 18일 입주자 모집공고를 낸 단지부터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안이 적용된다. 수도권에서 전용면적 85㎡ 이하, 공시가격 5억원 이하 빌라를 한 가구 보유하고 있더라도 청약에서 무주택자로 간주하는 내용이 담겼다. 기존엔 전용 60㎡ 이하, 공시가 1억6000만원 이하만 무주택자로 인정됐다. 시세가 7억~8억원가량인 빌라를 갖고 있더라도 청약에 넣을 수 있게 된 셈이다. 붕괴 직전에 놓인 비(非)아파트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차원이다. 전세사기 사태 이후 여전히 수요자들이 빌라를 찾지 않고 있다. 보증금 미반환 리스크 때문이다. 그러자 빌라 공급도 눈에 띄게 줄고 있다. 빌라는 서민의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하는 대표 상품이라, 결국 저소득층이나 청년층의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청약 불이익을 없애주는 방법으로 빌라에 대한 매매·분양 수요를 높이려는 게 정부의 의도다.문제는 청약시장이 대거 출렁일 수 있다는 점이다. 새로 청약 무주택자 자격을 보유하게 된 인구가 얼마나 될지 정확히 추산되지 않지만, 상당한 물량일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빌라 소유주의 경우 여러 채를 보유하면서 임대사업을 하는 사례가 많아, 빌라를 단 한 채만 가진 비중이 높진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빌라 1주택 소유주 다수가 고가점자일 가능성은 높다는 평가다. 만약 10년간 공시가 5억원 이하 빌라 한 가구를 보유한 경우, 이 소유자의 청약가점은 0점에서 단숨에 22점으로 뛴다. 3년 전 빌라를 샀다가 2년 전 매매한 경우라면, 이 소유자의 청약 무주택 기간은 2년에서 3년으로 확대된다. 사회초년생이나 신혼부부 등의 당첨 확률은 더 떨어지게 됐고, 10년 넘게 꼬박꼬박 청약을 붓고 있는 가입자들 입장에서도 강력한 경쟁자들이 생겨난 셈이다.
빌라 임대인들도 ‘시큰둥’
그러나 빌라 임대인들 반응이 시원치 않은 분위기도 감지된다. 청년층이 크게 반발하는 것에 비해, 본인들이 큰 혜택을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는 얘기다. 먼저 빌라 유주택자 가운데 청약통장을 유지한 사람은 많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청약 규제 완화를 예측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청약이 아니라 세금을 매기는 과정에선 여전히 다주택자로 여겨진다. 만약 청약에 당첨된다고 하더라도 세금 중과 문제를 피할 수 없다.무엇보다 빌라 임대인들은 비아파트 여러 채를 보유한 경우가 많다. 이들은 정부의 비아파트 활성화 정책이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고 입을 모은다. 대표적인 게 정부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 문턱을 높인 것이다. 전세사기를 거치며 가입 기준이 기존 공시가의 150%에서 126%로 강화됐다. HUG는 이 비율을 112%까지 상향하는 안도 검토 중이다.
HUG가 너무 쉽게 전세보증을 내준 게, 일부 ‘업자’들이 전세사기를 저지르는 수단으로 작용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하지만 빌라 집주인들은 ‘강제 역전세’ 부작용을 호소한다. 세입자들이 반환보증이 되는 수준까지만 보증금을 지불하려 하는 만큼, 전셋값을 내려줄 수밖에 없다는 이유다. 빌라 다주택자의 경우 낮춰줘야 하는 보증금이 수억원에 달한다.
이런 규제가 결국 빌라를 매매할 수익성을 떨어뜨려, 비아파트 시장을 더욱 궁지로 내몰고 있다는 게 집주인들의 주장이다. 정부도 이번 청약 규제 완화가 비아파트 시장을 살리는 데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진 않는다. 다만 청약 기회가 날아가는 점 때문에 빌라 구입을 망설이는 수요자들한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