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한남' 전경. 사진=한경DB
서울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한남' 전경. 사진=한경DB
올 한 해도 마무리 수준에 접어들었습니다.

상반기 들썩들썩하던 부동산 시장 분위기는 집값 상승 피로감, 대출 규제 영향에 잠잠해졌습니다. 시장 등락 속에서도 초고가 아파트 영역은 '딴 나라'입니다. 200억원이 넘어가는 아파트가 거래됐고, 100억원을 내고 전세를 사는 실수요자도 있습니다. 직장인 연봉에 달하는 3500만원짜리 월세 계약도 맺어졌습니다.

28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나인원한남' 전용면적 273㎡는 지난 7월 220억원에 손바뀜했습니다. 2021년 10월 84억원에 거래됐던 이 면적대는 3년 만에 136억원이 뛰었습니다. 1년에 45억원씩 뛴 셈입니다. 이 거래는 올해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가운데 가장 가격이 높게 이뤄진 거래입니다. 이 아파트의 또 다른 전용 273㎡가 지난 6월 200억원에 새 주인을 찾았는데, 이 거래가 서울에서 두 번째로 가격이 높은 매매가 됐습니다.

나인원한남은 용산구 한남동에 건지어진 341가구의 저층 고급 단지입니다. 2019년 11월 입주했습니다. 2018년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한남동 한남더힐처럼 임대 후 분양전환 조건으로 공급됐습니다. 당시 임대 보증금만 33억~48억원(월 임대료 70만~250만원)에 달했고, 2년 뒤 3.3㎡당 평균 6100만원에 분양 전환됐습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경. 사진=한경DB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경. 사진=한경DB
나인원한남에 이어 높은 가격에 거래된 단지는 서초구 반포동에 있는 소위 '아리팍'이라고 불리는 '아크로리버파크'입니다.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234㎡는 지난 8월 180억원에 손바뀜했습니다. 이 밖에도 용산구 한남동 '파르크한남'(전용 268㎡, 170억원) 성동구 성수동1가 '아크로서울포레스트'(전용 198㎡, 145억원) 등 강남과 용산, 성동구를 중심으로 100억원이 넘어가는 거래가 20건이 넘었습니다.

전·월세 시장에서도 이런 흐름이 관찰됩니다.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PH129' 전용 273㎡는 지난달 19일 보증금 100억원에 새로운 전세 계약을 맺었습니다. 계약 기간은 내년 2월부터 2027년 2월까지입니다. 이 면적대 매매가 지난 10월 102억4000만원에 이뤄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세 보증금이나 집값이나 큰 차이가 없습니다.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는 올해 서울에서 두 번째로 가격이 높은 전세를 놓은 곳이 됐습니다. 이 단지 전용 200㎡는 지난 5월 90억원에 신규 전세 계약을 맺었습니다. 같은 동 '래미안원베일리' 전용 234㎡·한남동 나인원한남 전용 244㎡ 등도 80억원에 세입자를 들였습니다. 고가 전세의 기준은 딱히 없지만 50억원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서울 내에서만 34건에 달합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아파트 단지들. 사진= 한경DB
서울 성동구 성수동 아파트 단지들. 사진= 한경DB
직장인 연봉 수준에 달하는 월세 계약도 넘쳐납니다. 성동구 성수동1가에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전용 200㎡는 지난 5월 보증금 3500만원, 월세 3500만원에 세입자를 들였습니다. 이 단지 전용 198㎡도 지난달 보증금 10억원에 월세 3100만원에 월세 계약이 맺어졌습니다. 월세가 1000만원이 이상에 맺어진 계약은 164건에 달합니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장(미국 IAU 교수)은 "이미 초고가 아파트는 우리 삶에 필요한 필수재보다는 사치재에 가까워졌다"며 "삶에서 금액을 고려하지 않고 소비할 수 있는 계층들은 각 지역별로 마음에 드는 아파트를 별장식으로 구매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과거에 돈 좀 있다는 자산가들은 어느정도 자산이 형성되면 상가 등에 눈을 돌려 투자를 하곤 했는데 이제는 '괜찮은 입지에 있는 아파트나 하나 사둬야겠다'고 얘기한다"며 "그만큼 아파트가 투자 대상으로의 가치도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자본주의 시장에서 자산에 따른 양극화는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라면서 "향후 부동산 시장에선 서울과 비서울, 서울 내에서도 핵심지와 비핵심지, 핵심지 내에서도 상위 1%와 상위 10% 사이의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