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와 증권가 전경. 사진=한경DB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와 증권가 전경. 사진=한경DB
올해 증권사 기업공개(IPO) 시장이 사실상 마무리된 가운데 KB증권이 IPO 주관순위 1위를 탈환한 것으로 집계됐다. KB증권은 최근 엠앤씨솔루션(MNC솔루션)을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하며 한국투자증권을 제쳤다. 내년 초 상장 예정인 LG CNS의 상장도 주관하고 있어 이듬해에도 호실적이 예상된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공모총액 기준 IPO 실적 1위는 KB증권이다. 공모총액은 1조8112억원에 달한다. 국내 증권사 20곳 중 가장 많다. 올해 새로 공모하는 공모주가 없기 때문에 사실상 1등의 자리는 유지될 전망이다.

KB증권은 연초 포스코DX의 코스피 이전상장을 시작으로 우진엔텍, 제일엠앤에스, 민테크, 카티스, HD현대마린솔루션, 와이제이링크, 탑런토탈솔루션, 엠앤씨솔루션 등 9개사의 상장을 주관했다.

KB증권은 인수총액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블룸버그 IPO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KB증권의 올해 인수총액은 6837억원으로 2위 한국투자증권(6646억원)을 200억원 차이로 앞질렀다. 그 뒤를 미래에셋증권(6204억원), NH투자증권(5149억원), JP모간(3924억원)이 이었다.

KB증권은 2022년에 이어 2년 만에 정상의 자리를 되찾았다. 2022년 당시 KB증권은 LG에너지솔루션의 공모를 맡아 1위에 올랐다. 당시 LG에너지솔루션의 공모액은 12조원에 달했다. 작년엔 3위에 머물렀지만 올해는 HD현대마린솔루션(공모금액 7423억원)과 엠앤씨솔루션(1560억원)에 힘입어 순위를 끌어올렸다.

다만 KB발해인프라펀드, 엠앤씨솔루션 상장 과정에서 실권주를 떠안은 점은 아픈 손가락으로 꼽힌다. 지난달 KB증권은 KB발해인프라펀드를 상장하며 495억원 규모의 실권주를 매입했다. 엠앤씨솔루션을 상장할 때도 30억원가량의 실권주를 떠안았다.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 예측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지만, 상장을 강행한 영향이다.

한국투자증권은 공모총액 9501억원으로 KB증권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엠앤씨솔루션이 상장하기 전까진 1위를 달리고 있었다. 시프트업(4350억원)과 더본코리아(1020억원)를 유가증권 시장에 데뷔시키면서다. 하지만 이달 중순 엠앤씨솔루션이 공모가를 낮추면서 상장한 탓에 선두 자리를 내줬다. 최근 한국투자증권은 파인메딕스의 코스닥 상장을 성공적으로 마쳤지만, 공모금액은 100억원 미만으로 크지 않아 2위로 올해를 마감하게 됐다.

다만 IPO 주관 기업 수를 기준으로 세우면 1위는 한국투자증권이다. 16건의 IPO를 주관했다. 그 뒤에는 NH투자증권(15건), 미래에셋증권(11건), KB증권(9건), 하나증권·대신증권(각 8건), 신한투자증권·삼성증권(각 7건)이 자리 잡았다.

내년에도 KB증권은 상위권에 안착할 것으로 풀이된다. '조 단위 대어' LG CNS와 케이뱅크가 내년 증시 입성을 예고하면서다. LG CNS의 상장 후 시가총액은 6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내달 수요예측을 시작해 내년 2월 상장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두 차례 상장을 미뤘던 케이뱅크도 내년 초 코스피 상장을 타진하고 있다. 지난 10월 제시됐던 공모가 상단 기준 시가총액은 5조원 수준이다.

KB증권 관계자는 "내년 초 빅딜인 LG CNS와 대한조선, 미코세라믹스, 채비, 명인제약 등의 IPO를 계획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IPO 시장 내의 지위를 견고히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