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 헬렌 클락슨 클라이밋 그룹 대표 인터뷰
헬렌 클락슨 클라이밋그룹 대표 "韓 탈탄소화 뒤처져…재생에너지 확대 시급"
헬렌 클락슨 클라이밋 그룹 대표가 재생에너지 조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온실가스 순배출을 ‘0’으로 만드는 넷제로(net-zero) 목표 달성을 위해 재생에너지 확대와 철강 및 에너지 시스템 전반의 신속한 탈탄소화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글로벌 추세에 맞춰 철강산업의 탈탄소화를 위해 고로개수의 전면 금지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클락슨 대표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전기본)과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는 온실가스배출량을 줄이는 데 크게 부족하다”라며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규제와 인허가 문제 해결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이 에너지·운송·철강 분야의 탈탄소화에 나서고 있지만, 넷제로 목표 달성을 위해 지금보다 더욱 적극적인 재생에너지 확대와 철강 및 에너지 시스템 전반의 탈탄소화를 위한 즉각적인 행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클락슨 대표는 RE100 관련 통계를 인용하며, 지난 2022년 기준 한국의 재생에너지 전체 발전 비중이 8%에 불과하고, 풍력·태양광발전 비중이 5%대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이는 전 세계 평균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인 13.4%보다 크게 뒤처진 수치다.

한국의 재생에너지 지원 정책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최근 아시아 최초로 사법부가 정부의 탈탄소 계획에 관해 명령한 한국의 기후 소송 승소에 대해서는 긍정적 견해를 밝히면서도, 현저히 낮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여전히 개선되어야 할 점으로 언급했다. 그는 “한국에서 활동하는 RE100 회원사들이 전체 전력의 9%만을 재생에너지에서 조달하고 있다”며 이는 글로벌 평균 50%와 비교해 현저히 낮은 수치임을 강조했다.

녹색 공공 조달과 재생에너지 공급 통해 탈탄소화 가속화

클락슨 대표는 기업들이 녹색 철강을 조달할 수 있도록 정책 변화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하며, 넷제로 전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녹색 공공 조달을 통한 철강 시장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 세계적으로 2030년 이전에 석탄 기반 고로의 71%(1090Mt)가 수명을 다할 예정이며, 한국은 재투자해야 할 고로의 비율이 72%에 달한다. 이는 한국의 철강 생산량 약 62%(3300만 톤)에 해당하는 고로 개수가 계획되어 있다는 의미다.

그는 “철강회사들이 석탄 기반 고로를 개수하는 대신 전기로(EAF)와 녹색 수소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며 “대안적인 철강 제조 기술 채택 여부가 한국의 철강산업 배출량을 크게 줄일지, 아니면 계속 높은 수준으로 유지될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글로벌 산업이 기후 위기에 대응해 철강과 에너지 등 산업의 혁신을 이루는 반면, 한국 철강 회사들은 석탄 기반 고로를 개수하며 탈탄소화 흐름과 정반대 행보를 보이는 점에 우려를 표했다. 특히 고로 개수가 석탄 기반 설비를 최소 15년간 유지하도록 만들어 한국의 기후 목표 달성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네덜란드의 ING 은행은 이러한 석탄 기반 철강산업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할 방침이다.

클라이밋 그룹은 RE100과 스틸제로(SteelZero) 같은 비즈니스 행동 이니셔티브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지역 단위의 탄소 없는 전기를 사용하는 ‘24/7 Carbon-Free Coalition’ 시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는 구글, 아스트라제네카, 보다폰과 같은 주요 글로벌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클락슨 대표는 포스코가 광양제철소에 전기로 시설을 도입하는 것이 긍정적 신호라고 언급하며, 정부와 철강업계가 재정 지원, 녹색 공공 조달, 재생에너지 공급 확대를 통해 탈탄소화를 가속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클라이밋 그룹은 올해 역대 최대 규모였다고 평가받는 연례 기후 행사 ‘뉴욕 기후 주간(Climate Week NYC)’에서 향후 1년 내 실천해야 할 7가지 과제를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7가지 과제는 ▲석탄 감축을 위한 노동자 지원 ▲재생에너지 촉진 ▲석탄 기반 철강 생산 설비인 고로 개수 금지 ▲메탄 감축 강화 ▲에너지 효율성 증진 ▲청정 제품 구매 확대 ▲석유 및 가스 기업에 세금을 부과해 전환 자금 마련 등이다.

클락슨 대표는 “장기적 목표도 중요하지만 당장 실천 가능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이를 구체적으로 행동할 수 있도록 연구를 기반으로 글로벌 행동 목록을 마련했다”며 “이 7가지 과제가 향후 12개월간 정부와 기업의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낼 핵심 방안”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한국 RE100 회원사의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이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2022년 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8%로, 인접한 국가인 일본(12%)과 중국(16%)에 비해 낮으며, 재생에너지 목표는 OECD 국가 중 최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클락슨 대표는 “클라이밋 그룹이 추진하는 이니셔티브는 정책적 결과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100% 재생에너지 사용이나 2050년까지 100% 무탄소 철강을 구매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기업을 지원한다”고 말했다.

현재 400개 이상 기업이 재생에너지 목표를 세웠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정책 변화로 목표 달성 속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탈탄소화가 무역 규정과 시장 경쟁력 유지에도 중요한 요소임을 강조했다. 예를 들어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는 한국의 철강 수출 시장(약 44억 달러)에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클라이밋 그룹은 2050년 넷제로 달성을 목표로 배출량이 높은 산업을 변화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헬렌 클락슨 대표와의 일문 일답.
헬렌 클락슨 클라이밋그룹 대표 "韓 탈탄소화 뒤처져…재생에너지 확대 시급"
한국은 전 세계 초대형 고로의 40%를 보유한 국가다. 한국의 철강산업 탈탄소화를 위해 정부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한다고 보는가.

“한국에서는 최근 두 건의 고로 개수 결정이 내려지면서, 석탄 기반 철강 생산에 대한 높은 의존성을 지속시킨다는 우려가 있다. 이는 탄소중립 목표 달성 가능성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물론 포스코가 광양제철소에 250만 톤 규모의 전기로 시설을 도입하기 위해 6000억 원(약 4억6300만 달러)을 투자한다고 발표한 것은 긍정적이다.

고로 폐쇄 로드맵은 철강산업의 석탄 의존도를 낮추고, 기업의 책임과 노력을 투명하게 측정하고 관리하는 데 필수적이다. 전기로와 수소 기반 철강 제조(HyREX) 기술로 전환해 고객의 저탄소 제품 수요를 충족하고, 파리협정에 부합하는 탄소중립 경로를 유지해야 한다. 정부와 철강산업은 금융 지원, 녹색 공공 조달, 재생에너지 공급, 기타 시장 촉진 요소를 통해 고로 폐쇄를 추진하고 전기로와 HyREX 기술 도입을 가속화해야 한다. 고로의 단계적 폐지를 위해 재정을 지원하거나 공공 조달 같은 방안을 활용할 수 있다. 특히 한국 배출권 거래제(K-ETS)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클라이밋 그룹은 녹색 철강을 확장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우리는 민간·공공 부문 녹색 철강 수요자와 잠재 수요자의 전문 지식과 목소리를 활용해 철강산업의 넷제로 전환을 가속화하고자 한다. 기업 내부의 지속가능성팀을 지원해 녹색 철강 주제를 경영진의 의사결정 단계로 끌어올리고, 자동차 기업인 폴스타와 부동산 기업인 항융부동산 같은 신규 회원사를 스틸제로 이니셔티브에 가입시켰다. 또 저탄소 철강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있음을 명확히 하고, 250곳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해 주요 장벽과 정책 요구사항을 파악했다.

일부 회원사가 저탄소 철강을 구매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했다. SKF는 수소 환원 공정을 통해 생산한 철강으로 제조한 최초의 베어링을 발표했다. 우리는 영국 의회 신규 의원과의 서신 교환을 통해 녹색 철강을 논의하고, 미국 백악관과 자동차산업 탈탄소화 관련 라운드테이블에도 참석했다. 앞으로도 저탄소 철강 수요를 늘리고, 공급망과 연계를 강화하며, 전환 과정을 선도하는 그룹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다.”

글로벌 철강 제조업체들이 많은 유럽에서 주목하고 있는 재생에너지 정책은 무엇인가.

“독일 정부는 재생 가능 인프라 측면에서 녹색 철강을 선도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이는 철강 제조업체들이 녹색 생산으로 전환하도록 돕는 보조금과 함께 재생에너지 인프라 부문에서 저탄소 철강 수요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포함한다. 독일 정부는 풍력터빈을 녹색 철강으로 제작하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으며, 지열·수력·태양광·수소 전력에서도 녹색 철강이 활용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다고 본다. 한국의 재생 가능 전력 목표와 녹색 철강 생산 사이에 더 명확한 조정이 필요하다. 한국 철강 부문의 탈탄소화는 재생에너지 확충과 접근 가능성에 의해 크게 의존할 것이다.”

한국은 도로나 주거 지역으로부터 일정 거리에 태양광을 설치하지 못하게 하는 규제가 있다. 이러한 규제는 지역의 태양광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서 비롯했는데, 이로 인해 국내 태양광 잠재량이 줄어들고 신규 태양광 설치량도 감소하고 있다. 이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가.

“한국이 태양광발전에 적합한 지형과 환경이 부족하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태양광은 건물 옥상, 주차장, 호수 및 저수지에 떠 있는 설비 방식 등 다양한 방법으로 설치 가능하다. 허가 절차와 부지 제한을 완화하면 재생에너지 개발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이는 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고 비용을 절감하며, 재생에너지가 더 많이 연결될수록 에너지 비용이 하락하고 재생에너지에 대한 태도가 긍정적으로 변하는 선순환을 가져온다.

현재 한국의 226개 지방자치단체 중 129개(57%)가 태양광 시설이 주거지 및 도로에서 100~1000m 이상 떨어지도록 규정하는 조례를 시행하고 있다. 태양광뿐 아니라 해상풍력발전도 법적 제도 미비로 복잡한 행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해상풍력을 개발하려면 29개 법률에 따라 최대 10개의 행정기관에서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러한 관료적 문제로 인해 한국은 최대 624GW의 해상풍력발전 잠재력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 정부와 기업은 재생에너지 보급을 촉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2025년까지 모든 파리기후변화협약 당사국은 NDC를 제출해야 한다. 한국 정부가 국제 무대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려면 더욱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기후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감축목표가 필수적이다. NDC 목표는 한국의 국가에너지 계획과 일치해야 하며, 지속가능하고 실질적인 영향을 가져올 전략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 클라이밋 그룹은 챔프(CHAMP)라는 이니셔티브를 운영하면서 정부의 NDC 목표 강화를 돕고 있다. 기업들은 RE100에 가입해 재생에너지 수요를 정책결정자에게 강하게 전달할 수 있다. 글로벌 시장과 다수의 기업이 운영 및 공급망에서 100% 재생에너지를 요구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한국 기업이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강력한 재생에너지 약속과 함께 기업이 겪는 조달 장벽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

제조업 중심 국가인 한국이 석탄 사용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촉진하기 위해 어떤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한국은 제조업 부문의 탈탄소화를 가속화하기 위해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는 2050년까지 전 세계적 넷제로 달성 노력의 일환이다. 재생 가능한 전력과 지속가능성은 이제 국제시장에서의 운영 허가증 역할을 하고 있다. 탈탄소화에 실패할 경우 국가의 시장점유율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되는 만큼 한국은 청정 전력 목표와 녹색 철강 생산 간 더 명확한 조정이 필요하다. 특히 한국 철강 부문의 탈탄소화는 재생에너지의 확산과 접근 가능성에 크게 의존할 전망이다.

제조업 경제의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지금 당장 행동에 나서야 한다. EU의 CBAM 같은 무역 규정이 경쟁 구도를 바꾸고 있다. 예를 들어, 탈탄소화에 실패하면 EU로의 한국 철강 수출 시장(약 44억 달러 규모)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 탄소가격 책정과 배출권거래제(ETS)는 다양한 부문의 탈탄소화를 촉진하는 데 중요한 도구로 작용한다. 정부는 재생에너지에 대한 더 큰 비전을 제시하고, 허가 절차와 부지 제한 같은 방해 요소를 제거해야 한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는 비용을 낮추고 재생에너지 설치를 늘리며, 이러한 선순환을 통해 화석연료와 경쟁할 수 있는 비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아시아의 넷제로 전환은 막대한 투자 기회를 열어준다. 에너지 연구 기관인 우드 매켄지에 따르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재생에너지 발전 투자는 2030년까지 1조300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넷제로 전환이 가져올 재정적·환경적 성장 잠재력을 보여주는 수치다.”

한국의 탄소중립 현황을 다른 아시아 국가와 비교할 때 어떻게 평가하나.

“현재 한국은 아시아의 다른 주요 국가에 비해 뒤처져 있다. 철강 부문의 탈탄소화에서 한국은 일본보다 공공 자금 투자가 부족하고, 주요 지표에서 중국에도 뒤처지고 있다. 한국은 RE100 가입 기업 사이에서 재생에너지 조달이 가장 어려운 국가 중 하나로 꼽히며, 높은 비용과 제한된 공급, 조달 옵션 부족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받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정책 개선을 통해 기후 혁신과 경쟁력의 선두로 나설 기회를 가지고 있다. 특히 철강 부문은 큰 변화를 이끌어내는 핵심 분야가 될 수 있다. 한국 정부는 친환경 철강 생산으로의 전환을 가속하고 기업의 노력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이를 통해 전환이 지연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을 줄이고, 국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며, 청정 경제로의 전환 과정에서 혁신과 기후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 공공 지원이 확대되면 한국의 기업과 산업은 더 깨끗하고 회복력 있는 경제를 구축하며, 지역 및 글로벌 지속가능성 목표를 달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향후 클라이밋 그룹 CEO로서 계획은.

“RE100, 스틸제로, 기타 프로젝트 등을 통해 전 세계 비즈니스, 정부, 협력 파트너 네트워크와 긴밀히 협력할 예정이다. 특히 ‘탄소 없는 전력 연합’ 창립 파트너들과 협력해 24/7 CFE의 장점을 입증할 계획이다. 이 캠페인은 기업의 전력 소비를 지역 전력망과 일치시켜 탄소 없는 전력을 공급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내년에는 ‘Climate Group Asia Action Summit’을 위해 아시아를 다시 방문할 계획이며, 동료들과 함께 COP 회의에 참석해 앞서 말한 목표를 추진해나갈 것이다.”

글로벌 캠페인을 선도하는 클라이밋 그룹의 장기적 의제는 무엇인가.

“기후 행동의 신속한 추진이다. 우리의 목표는 205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넷제로 탄소배출을 달성하고, 동시에 모든 사람의 번영을 증진하는 것이다. 우리는 탄소배출이 가장 많은 시스템과 네트워크에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지점에 계속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이를 위해 대규모로 영향력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조직들이 약속을 행동으로 전환하도록 책임을 묻고, 달성한 결과를 공유해 더 많은 조직이 동일한 행동을 취하도록 독려해나갈 것이다.”
헬렌 클락슨 클라이밋그룹 대표 "韓 탈탄소화 뒤처져…재생에너지 확대 시급"
이미경 기자 esit917@hankyung.com │사진 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