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가 지난해 선보인 화물 운송 플랫폼 '화물잇고'. LG유플러스 제공
LG유플러스가 지난해 선보인 화물 운송 플랫폼 '화물잇고'. LG유플러스 제공
대형 정보기술(IT) 플랫폼 업체들이 ‘기회의 땅’으로 불렀던 중간물류(미들마일)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진출 1년 만에 이 사업을 정리하는 통신사도 나왔다. 끈끈한 인적 네트워크에 바탕을 둔 기존 중소업체들의 아성을 넘지 못해서다.

LGU+ 미들마일 서비스 다음 달 종료

23일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의 미들마일 서비스인 ‘화물잇고’는 다음 달 19일 운영을 종료하기로 했다. 지난해 10월 이 서비스를 선보인 지 1년여 만에 사업을 끝내기로 했다. 물류 중간 단계에 해당하는 미들마일 시장은 규모가 연간 37조원에 달하지만 업무 대부분이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운송료 정산을 놓고 화물주와 화물차주 간 분쟁이 생기는 경우도 흔하다. 디지털 전환(DX) 사업에서 먹거리를 찾던 IT 업체들이 이 시장에 탐을 냈던 이유다.

LG유플러스는 화물잇고 출시 당시 차주 약 43만명을 겨냥해 미들마일 사업에서 3년 내 매출 1500억원을 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인공지능(AI)으로 차주들의 업무 일정도 짜줬다. 하지만 화물잇고의 이용자 수는 앱 분석업체인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지난 7월 3000명을 밑돌았다. 성과가 나지 않자 LG유플러스는 화물잇고를 빠르게 종료하고 데이터센터, AI 고객센터(AICC) 등 AI 인프라 사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미들마일 시장에 발을 들였던 다른 통신사들도 발을 빼거나 애를 먹고 있다. 2022년 화물 운송 플랫폼인 ‘브로캐리’를 선보였던 KT는 이 플랫폼의 운영 자회사인 롤랩의 보유지분 전부를 지난 3월 물류업체 팀프레시에 매각했다. 지난해 AI 화물 추천 기능을 도입해 플랫폼 경쟁력을 키웠지만 시장 안착에 실패했다.
티맵모빌리티의 화물 운송 서비스 '티맵 화물'의 웹사이트 화면. 티맵모빌리티 제공
티맵모빌리티의 화물 운송 서비스 '티맵 화물'의 웹사이트 화면. 티맵모빌리티 제공
SK스퀘어 자회사인 티맵모빌리티는 2021년 인수한 물류업체인 와이엘피를 통해 미들마일 사업을 하고 있다. 와이엘피는 매출이 2022년 1360억원에서 1554억원으로 14% 늘었지만 영업적자도 같은 기간 92억원에서 121억원으로 32% 늘었다.

중소기업이 선전하는 미들마일

대기업의 공세에도 미들마일은 중소기업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달 이용자가 가장 많았던 미들마일 앱은 안드로이드 앱 기준 8만1868명이 쓴 ‘전국24시콜화물’이었다. 이 앱을 운영하는 동명의 물류업체는 지난해 영업이익 118억원을 냈다. 영업이익률은 40%에 달했다. 다른 중소기업 앱들도 대형 앱들과의 경쟁에서 선전하고 있다. 안드로이드 앱 이용자 수에서 원콜(3만2179명), 화물맨(1만7474명) 등은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T트럭커(1만5547명), CJ대한통운의 더운반(1만2890명) 등을 웃돌았다.
카카오모빌리티의 화물 운송 플랫폼 '카카오T트럭커'. 카카오모빌리티 제공
카카오모빌리티의 화물 운송 플랫폼 '카카오T트럭커'. 카카오모빌리티 제공
미들마일 시장에서 대형 IT 업체들이 기를 못 펴는 데엔 인적 네트워크의 역량 차가 이유로 꼽힌다. 미들마일 시장은 화물주와 차주를 이어주는 영업망이 핵심이다. 기존 미들마일 업체들은 업력을 쌓아가며 신규 사업자가 넘보기 어려운 탄탄한 영업망을 구축해왔다. 이미 기존 차주가 미들마일 앱 여러 개를 돌려쓰는 상황에서 새 앱을 추가 설치할 만한 유인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도 신규 사업자가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

신규 플랫폼이 적극적으로 판촉에 나설 만한 젊은 차주가 많지 않다는 점도 IT 업체들에 불리한 대목이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중형급에 해당하는 적재용량 1톤 초과 5톤 미만 기준 화물차 운전자의 평균연령은 2020년 57.9세에서 지난해 61.8세로 늘었다. 이들 운전자는 운송회사에 소속되지 않고 주선업체나 중계정보망을 이용하는 비율이 84%에 이른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