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고점 논란' 루닛 블룩딜에 주가 와르르…계속 투자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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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딜 이후 주가 25% 넘게 급락
뒤통수 맞은 주주들은 분통

증권가 루닛 성장성 '이상無' 의견 내놔
"아스트라제네카 계약 확장성 주목할 때"
사진=루닛
사진=루닛
"갑작스러운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나선 루닛 계속 투자해도 될까요"

의료 인공지능(AI) 기업인 루닛에 투자한 한 기관투자사는 이번 블록딜과 관련해 담당 스몰캡 애널리스트에 이 같이 물었습니다. 루닛 주가가 임원과 주요 주주의 블록딜 여파로 주춤한 가운데 이 애널리스트는 "블록딜과 별개로 성장성은 여전히 높다"고 평가했습니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루닛은 18일 임원 등 주요 주주 7인의 블록딜을 공시했습니다. 퇴사한 장민홍 전 최고사업책임자(CBO)를 포함해 이정인 이사, 팽경현 이사, 유동근 이사, 박승균 이사, 박현성 이사, 옥찬영 이사가 블록딜로 총 38만334주를 미국 운용사에 넘겼습니다. 주당 매도 단가는 7만7934원으로 약 300억원에 달하는 규모죠.

루닛의 주가는 블록딜 소식이 전해지자 고꾸라졌습니다. 공시 직전 8만3000원을 웃돌던 주가는 4거래일 연속 하락하더니 이날 6만22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이 기간 주가 하락률만 25%에 달합니다.

갑작스러운 블록딜…고점 논란

루닛 주주들은 분통을 터트립니다. 지난 7월부터 시행된 내부자거래 사전공시제도를 피하기 위해 꼼수를 부린 것 아니냔 지적도 나옵니다. 이 제도는 지분 10% 이상 주요 주주와 회사 경영진, 전략적투자자(SI)는 지분 1% 이상 혹은 50억원 이상을 거래할 때 거래 가격과 수량·기간을 최소 30일 전에 공시해야 합니다. 이번 루닛의 블록딜은 1인당 매도금액을 계산하면 49억9000여만원입니다. 사전공시 의무가 발생하는 50억원엔 미치진 않죠. 또 주요 주주들의 지분 매각은 시장에서 고점 신호로 여겨집니다.

이번 블록딜 목적은 지난해 유상증자 참여로 인해 실시한 대출의 상환이 크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최근 주가가 급등한 것도 블록딜 적기로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루닛은 지난해 11월 2002억원 규모의 주주 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했습니다. 운영자금으로 1095억원,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으로 907억원을 충당하기 위함이죠. 당시 루닛은 백 의장과 서 대표를 비롯해 주요 경영진들(이정인·장민홍 제외)이 유상증자에 참여했습니다. 당시 유상증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경영진들은 메리츠캐피탈로부터 주식담보대출을 받았습니다. 이자율 9.8%의 고금리 대출입니다. 이 이자율은 올해 8월 중도금 미상환에 따라 14.8%로 치솟았죠.

하지만 이번 블록딜로 고점 논란은 피하기 힘들어 보입니다. 루닛에 투자한 한 기관 투자사도 주식을 매도할지 고민하고 있죠. 백승욱 루닛 의장과 서범석 대표가 장내 매수에 나섰으나 주주들의 불안을 달래긴 역부족이었죠. 매수 금액도 6억원에 불과했습니다.

아스트라제네카 계약 등…성장성 여전히 높아

증권가에선 루닛에 대해 블록딜과 별개로 성장성이 여전히 높단 분석을 내놓습니다. 루닛이 AI 바이오마커 플랫폼 '루닛스코프'를 활용해 처음으로 글로벌 빅파마 본사와 직접 계약을 체결하는 등 성과가 나오면서죠. 지난 11월 루닛은 아스트라제네카와 비소세포폐암 대상 AI 기반 디지털 병리 솔루션 개발을 위한 전략적 협업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작년에만 연간 60조원 이상의 매출을 벌어들인 글로벌 빅파마죠.

루닛스코프는 암 환자를 대상으로 실제로 어떤 약물이 투여가 가능하고 잘 맞을지를 제시하는 동반진단 솔루션입니다. 아스트라제네카와의 협업 계약은 향후 동반진단 시장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단 평가가 나옵니다. 동반진단은 새로운 약물을 개발하는 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새로 개발한 약물을 사용하기 위한 전제 조건입니다. 동반진단 검사가 약물 대상군을 결정짓는 만큼 진단 자체가 약물의 시장 규모를 결정하죠.
[마켓PRO] '고점 논란' 루닛 블룩딜에 주가 와르르…계속 투자해도 될까
계약 당시 리포트 내놓은 한승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스트라제네카와 본 계약을 체결하면 적용 암종을 확장할 가능성이 있다"며 "세계적인 항암 신약 개발사인 아스트라제네카는 다양한 항암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한 스몰캡 애널리스트는 "항암제 분야 빅파마 아스트라제네카와 계약을 맺은 자체가 루닛의 AI 기술력이 상당한 수준이라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선 이번 블록딜 이슈는 작은 소음에 불과하다"고 말했습니다.

볼파라 헬스 인수로 몸집 커진 루닛

루닛은 지난 5월엔 볼파라 헬스를 인수 작업을 마무리했죠. 2647억원을 들여 볼파라 지분 100%를 취득했습니다. 이 회사는 2009년 뉴질랜드에 설립된 유방암 검진 특화 AI 플랫폼 기업입니다. 미국 내 2000곳 이상 의료기관에 유방암 검진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죠.
[마켓PRO] '고점 논란' 루닛 블룩딜에 주가 와르르…계속 투자해도 될까
루닛의 매출액은 불파라 온기가 반영되면서 큰 폭으로 증가했죠.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341억원, 영업손실 491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영업손실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0억원 늘었지만 매출액은 73% 넘게 증가했습니다. AI 암 진단 솔루션 '루닛인사이트'의 매출도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이 솔루션은 의사의 의료영상 판독을 보조하는 암 진단 AI 소프트웨어죠. 올해 3분기 기준 매출은 153억원으로 전 세계 4500곳의 의료기관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