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성탄의 참된 의미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문화적·종교적 다양성을 강조하며 성탄절에 ‘메리 크리스마스!’ 대신 ‘해피 홀리데이!’(행복한 휴일!)로 인사했다. 이후 미국 사회에서는 많은 사람이 포용성을 강조하는 ‘해피 홀리데이!’로 성탄 인사를 했다. 그런 분위기 속에 등장한 도널드 트럼프는 “크리스마스인데 당연히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인사해야지”라며 공식 석상에서 당당하게 ‘메리 크리스마스’를 외쳤다. 이는 트럼프가 미국 보수층으로부터 크게 인기를 얻는 계기가 됐다.

성탄의 참된 의미는 섬김과 사랑이다. 예수는 이 땅에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다. 예수는 당시 종들이 하던 일인 제자들의 발을 씻기면서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고 했다.

올해 첫눈이 내리던 날 세종문화회관에서 세진음악회가 열렸다. 세진음악회는 영화 ‘하모니’의 모티브가 된 음악회인데, 법무부 교정시설 수용자들이 합창 공연을 통해 자신의 변화를 약속하고 그들의 재사회화 과정을 응원하는 음악회다. 내가 수요일마다 만나서 멘토링하는 보호청소년들이 그 무대에 많은 박수를 받으며 등장해서 합창하는 순간 뜨거운 감동의 눈물이 흘렀다.

우리 사회에는 매년 약 5만5000명의 청소년이 소년보호재판을 받는다. 이들은 대부분 가정에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다. 이들의 대다수는 다시 집으로 돌아가지만 또다시 범죄환경에 쉽게 노출된다. 하지만 청소년회복지원센터에서 일정 기간 보호받고 양육받은 아이들은 재범률이 절반 이상 줄어든다. 그래서 이들이 건전한 사회 구성원으로 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청소년 회복지원시설에 대한 우리 사회의 따뜻한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

한국에 돈 벌러 와서 고생하는 아빠를 찾는 여정을 그린 ‘아빠 찾아 삼만리’라는 TV 프로그램이 있었다. 아이들과 아빠가 몇 년 만에 낯선 한국 땅에서 다시 만나는 장면이 너무나 감동적이었다. 그런데 필리핀에는 한국인 아빠로부터 버려진 약 2만 명의 ‘코피노’ 아이들이 있다고 추정된다. 코피노들의 학비와 생활비 등을 지원하는 메신저인터내셔널이라는 단체에서 지난달 코피노 아이 10여 명을 한국에 초청했다. 아빠의 나라 한국으로 초청해서 한국에서 행복한 추억을 안고 더 큰 꿈을 품고 살아가도록 하는 게 목적이었다. 그렇게 메신저인터내셔널로부터 도움을 받아 대학까지 다니며 공부한 한 학생이 이번에 필리핀 사법시험에 합격했다는 기쁜 소식도 들려왔다.

우리가 조금만 관심을 갖고 둘러보면 사랑과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이 보인다. 한국 땅에 나그네로 와 있는 외국인 노동자와 유학생도 보인다. 우리 주위의 고아와 나그네에게 따뜻한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성탄의 계절이 되길 소망한다. 메리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