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성 Out!" 대법 통상임금 판결이 몰고올 후폭풍
재직조건부 정기상여금 등의 통상임금 여부에 대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됐다(대법원 2024. 12. 19. 선고 2020다247190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24. 12. 19. 선고 2023다302838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 결과는 예상을 뛰어 넘는 것이었다. 대법원이 판결한 지 10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2013년도 전원합의체 판결을 다시 대폭 변경하면서, 40여년간 이어져온 통상임금의 요건인 '고정성'을 대법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폐지하였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불과 10년여 만에 임금체계에 대한 대폭적인 개편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과거 수십년 간 통상임금의 개념을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소정근로의 대가로 지급되는 임금’이라고 정의하고, 통상임금의 요건 중 하나로 고정성을 제시하였다.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은 이러한 법리를 다시 한번 확인하면서, 특히 고정성의 개념을 상세하게 해설했다. 통상임금의 요건으로 고정성이 필요한 이유는 통상임금이 소정근로의 대가이기 때문에 근로자가 정해진 근로를 제공하기만 하면 (업적, 성과 기타의 추가적인 조건과 관계없이) 당연히 지급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하고, 초과근로에 대한 가산임금을 계산하기 위한 도구이므로 사전에 확정될 것(사전확정성)을 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2013년 판결은 고정적인 임금을 “어떤 날 소정근로시간을 근무한 근로자가 그 다음 날 퇴직하더라도 그 하루의 근로 대가로 당연하고도 확정적으로 지급받는 최소한의 임금”이라고 정의했고, 그에 따라 재직조건부 임금, 근무일수 조건부 임금은 소정근로의 대가성 및 고정성을 갖추지 못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근로자가 어느 날에 초과근로를 하더라도 실제 재직조건이나 근무일수 조건을 성취하지 못해 임금을 지급받지 못할 불확실성을 이유로 사전확정성, 즉 고정성이 결여됐다고 본 것이다.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기업들은 일대 혼란을 겪었고 소송, 노사합의 등을 거치면서 대법원의 입장에 맞추어 임금체계를 정비하였다. 그 과정에서 상당한 대가가 지급되었음은 물론이다. 그럼에도 노동계는 재직조건이나 근무일수 조건이 붙어있는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으로 보아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에 반대하면서 지속적으로 소송을 제기하였고, 이에 동조하는 하급심 판결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대법원이 재직조건부 임금, 근무일수 조건부 임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리를 명확하게 선언한 점, 판결이 선고되고 10여년 정도 밖에 경과되지 않은 점, 대법원 판결을 신뢰하고 그 법리에 따라 임금체계를 개편한 수많은 기업들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대법원이 극적인 태도변화를 취할 것이라고 예상한 의견은 적었다.

이번 판결은 통상임금의 정의를 “소정근로의 대가로서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하기로 정한 임금”이라고 정리하면서, 통상임금의 '고정성' 요건을 폐기했다. 즉, 통상임금은 소정근로의 대가성, 정기성, 일률성으로 판단되게 되었다. 이에 따르면 재직조건부 임금도 통상임금일 가능성이 높다. 근로자의 재직은 소정근로 제공을 위한 당연한 전제이므로, 재직조건이 있다는 이유로 소정근로의 대가성이나 통상임금성이 부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다. 근무일수 조건부 임금의 경우, 그 근무일수가 소정근로를 온전하게 제공하는 근로자라면 충족할 소정근로일수 이내라면 해당 임금은 통상임금일 가능성이 높다. 다만 소정근로일수를 초과하는 근무일수 조건이 붙은 경우, 소정근로를 넘는 추가근로의 대가여서 통상임금이 아니다. 성과급은 여전히 원칙적으로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 근무실적에 따른 성과급은 업무성과나 평가결과를 충족해야만 지급되므로 소정근로의 대가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소정근로와 무관한 일시적·변동적 금품, 통상임금 기초로 산정되는 주휴수당 등 법정수당, 소정근로와 무관한 추가 조건이 붙은 수당(예: 무사고 수당)도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

대법원이 이번 판결을 통해 통상임금 개념의 재정립을 시도하였지만, 그럼에도 그 논거와 결론에 있어 의문이 남는 점이 많고, 향후 다양한 평가들이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판결은 고정성을 폐기하면서 고정성 요건이 법령상 근거가 없다는 점을 들었다. 통상임금의 정의규정인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6조 제1항을 비롯한 법령에 고정성 요건에 관한 근거가 없으므로, 이를 통상임금의 개념적 징표로 요구하는 것은 통상임금의 범위를 부당하게 축소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시행령 조항을 근거로 오랜 기간 통상임금의 요건으로 인정한 것은 다름 아닌 대법원이었다. 또한 명문의 규정이 없다면 불문의 요건이나 해당 제도의 본질상 필요한 요건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은 법해석론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이번 판결에는 사용자들이 편법을 동원하여 통상임금의 고정성을 탈락시키고, 그로 인하여 부당한 이익을 얻은 것이라는 인식이 엿보인다. 그러나 정기상여금에 재직조건 등이 부가된 것은 근로자들의 근무의욕을 고취시키려는 목적과 오랜 기간 논의를 통해 정립된 우리나라의 독특한 임금체계가 녹아 들어 있다.

또한 최근 들어 기업들이 임금체계를 대폭 정비하게 된 계기는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이었고, 대부분의 임금체계 개편이 노사합의를 통해 이루어졌으며, 그 과정에서 근로자들에게 상당한 반대급부가 제공되었다. 정기상여금 비중이 큰 임금체계 하에서 이를 곧바로 통상임금으로 산입할 경우 재정 부담이 상당할 수밖에 없었고, 이를 이해한 노사가 임금체계 개편에 어렵게 합의하게 된 것이다.

이번 판결은 이러한 기업의 생존 노력과 노사합의의 취지, 현실의 어려움을 너무 쉽게 본 것이 아닌가 한다. 재직조건, 근무일수 조건 자체를 무효라고 선언하지 않은 점은 어느 정도 균형성을 갖춘 것이라고 하겠지만 반대로 유효성을 명확하게 선언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해당 쟁점에 대한 분쟁이 향후 계속될 가능성도 있다.

이번 판결을 통해 통상임금 범위는 크게 확대되었고, 특히 재직조건부 정기상여금이 새로 통상임금에 포함되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임금 격차도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임금교섭 역시 상당한 난항과 갈등이 예상된다. 소송도 많이 제기될 것이고, 분쟁과 혼란은 당분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노사간 합의를 통해 슬기롭게 임금체계 개편 등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윤혜영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